평소 애니메이션에는 거의 관심이 없지만, 이 사람의 작품은 몇 번이고 본 적 있다. 그의 이름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다카하타 이사오다. 그동안 세상에 많은 작품을 내놓았던 다카하타가 4월5일 도쿄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3.
다카하타는 도쿄대학에 다닐 때 프랑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본 뒤 감명받고, 대학 졸업 뒤 대형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다카하타는 후배 미야자키 하야오를 만난다. 이들은 ‘스튜디오 지브리’를 공동 설립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융성기를 이끈다.
다카하타는 (미야자키 감독의) 등을 제작했고, 감독으로선 등을 남겼다.
전쟁 용인하는 아베 정권 우려지브리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세계적으로 미야자키 감독을 주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카하타의 작품에서 관찰되는 독특한 풍미에 이끌리는 팬도 많다. 다카하타는 판타지를 그리면서도 전쟁에 대한 혐오나 폭주하는 권력에 대한 반감 등을 일관되게 그렸다. 에선 제2차 세계대전으로 사별하게 된 오빠와 여동생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무의미함을 호소했고, 막개발로 고통받는 야생 너구리의 모습을 그린 에선 유머러스한 묘사로 자연 파괴를 멈추지 않는 인간의 무정함을 그렸다.
다카하타는 결코 ‘반권력’을 전면에 내건 인물이 아니었다. 그러나 줄곧 작품 속에서 조용한 분노와 시대에 휩쓸리지 않는 냉정한 시점을 유지했다.
지난해 1월1일 다카하타가 지인들에게 다음 내용의 연하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공평하고 자유로우며 평온한 생활이 가능한 국가. 국외 전쟁에 개입하지 않고, 국가 어디에도 원전이나 외국군이 없는 현명하고 강인한 외교로 평화를 유지하는 국가. 그런 국가에서 나는 죽고 싶습니다.” 다카하타는 현재 일본의 모습에 위기감을 갖고 있었다. ‘공평’ ‘자유’ ‘평온한 생활’을 빼앗는 전쟁을 용인하려는 정권을 우려했다.
현재 모리토모학원 문제로 레임덕(지도력 공백) 상태에 빠진 아베 신조 정권은 그럼에도 헌법 개정을 위해 나서고 있다. 전력(군대)을 가진 ‘보통 국가’가 되겠다고 호소한다. 다카하타는 그런 움직임에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다카하타는 생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국가’가 될 필요 없다. (일본은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 독특한 국가로 남아야 한다.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되면, 반드시 전쟁을 하는 국가가 된다. (아베 정권이) 내각회의의 결정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해 헌법 제9조(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된 헌법 조문)가 돌연 파괴됐다. 우리는 예전에 없을 정도로 놀랄 만한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전쟁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안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 즉 지금이 중요하다. 전쟁이 시작되면 우리는 이에 휩쓸리고 만다. 그렇기에 작은 제동장치가 아닌 절대적인 제동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헌법 제9조다.”
안타까운 거장의 죽음다카하타가 학생 시절에 감명받았던 프랑스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폴 그리모 감독의 이었다. 사람들이 권력의 횡포에 맞서 자유를 갈구하며 비상하는 이야기다. 다카하타는 이 작품을 보고 “애니메이션이 사상과 사회에 대해 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다카하타의 애니메이션은 굽힘 없이, 시대에 휩쓸리는 일 없이 세상에 끊임없는 경종을 울려왔다. 그래서 일본이 위험한 길로 방향타를 꺾으려는 지금, 더욱 우리에겐 다카하타의 애니메이션이 필요하다. ‘거장’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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