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1%대 금리 시대가 금을 가져다주진 않아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서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1.75%로 내려…
이자 부담은 줄겠지만 자산 소득은 줄어드는 효과가 더 클 수도
등록 2015-03-19 08:14 수정 2020-05-02 19:27

한국은행이 돈을 쥐고 있지 말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에 나서라는 종을 울렸다. 한국은행은 3월12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에서 1.7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기준금리 1%대, 사상 처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내수 회복세가 생각보다 상당히 미약했다. 이 상태가 오래가면 성장 잠재력의 저하까지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금리 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기준금리는 ‘은행의 은행’ 한국은행이 금융사와 자금 거래를 할 때 쓰는 금리를 말한다. 한국은행은 시장에 흘러다니는 돈의 양을 조정하는 방법의 하나로 만기가 7일인 채권(환매조건부증권)을 금융사에 사고파는데 이때 기준금리를 적용한다. 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은행이 가계와 기업 등 소비자에게 빌려주는 시중금리가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12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에서 1.75%로 내렸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따라서 기준금리 인하는 예금과 대출금리 인하, 대출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증가, 대출 증가에 따른 주택 매매 증가, 저금리 장기화로 인한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등 일반 시민의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1% 시대를 맞아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주요 쟁점을 전문가들에게 물어 정리했다.

일반 시민에게 끼치는 영향은?

“예금과 대출 금리가 떨어지는 게 직접적인 효과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예금이나 자산으로 얻는 수익이 문제될 수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 효과를 이야기하면서 대출비용이 줄어드는 것보다 연금이나 (이자로 얻는) 소득이 축소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했다. 예금으로 노후 생활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민감한 부분이다.”(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

장보형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인하를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고 했다. 금리 인하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소비와 투자가 느는 등 경기가 부양되는 효과를 보겠다는 것인데, 금리 인하와 소비·투자 증대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상태라고 했다.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돈이 그동안 많이 풀렸다. 그 돈 가운데 대기업에 가 있는 게 많다. 기업이 투자나 고용을 늘리기보다 보수적 경영으로 유동성을 확충하고 있었다. 결국 기업을 통해 돈이 돌지 않는 ‘동맥경화’와 비슷한 상황이다. 돈을 계속 풀어도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주식이나 펀드, 살까 말까?

일반 시민은 그래도 고민이다. 예금 이자가 중요한 수입원이거나 향후 재테크 수단으로 적금을 고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돈이 풀리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은 크다. 금리 인하가 발표된 다음날인 3월13일 주식시장(코스피)은 전날보다 15.20포인트 오른 1985.79로 장을 마쳤다. 지금이 주식이나 펀드를 사야 할 때인지 고민을 던져준다.

“주식은 가격 변동의 위험이 있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물론 한국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된 면이 있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여윳돈이 있는 사람에게만 (주식투자를) 권한다.”(장보형 경제연구실장)

“금리가 떨어졌다고 예금에서 펀드로 자금을 이동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거액의 예금이 있는 사람은 고려해볼 만하지만, 예금과 펀드는 나눠서 투자돼야 한다.”(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연구실장)

리스크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이참에 집을 사야 하나?

예금의 이동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변화도 예측된다. 금리 인하로 인해 집주인이 전세로 보증금을 받아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월세 받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전세 가격은 수요가 커지면서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세난 속에 세입자들이 금리가 낮아질 때 집을 사야 할지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월세 낼 돈으로 은행에 이자를 내자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에서 분양이 잘된다는 기사가 나오니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야 하나 조바심을 내는 사람까지 봤다. 신중해야 한다.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등 주택 환경이 바뀌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수도권에서 평생 살 집을 마련하는 게 아닌 몇 년만 살 생각을 한다면 (저금리가 끝날 수 있어서) 리스크가 큰 편이다.”(장보형 경제연구실장)

“정부에서 전세난이 심각하고 주택대출 이율이 낮으니 집을 사라고 유도하고 있다. 현재 주택 거래 건당 주택담보대출액을 보면 건국 이래 사상 최대다. 부동산 가격 폭등기인 2006년과 비교해도 더 크다. 과거와 비교해서 빚내어 집을 살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금리 인하는 집값을 계속 떠받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리가 현 상태로 머무를 것이라고 생각하면 굉장한 오산이다.”(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금리 더 내려갈까?

역사상 처음으로 1%대에 진입한 기준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도 관심사다. 기준금리가 더 떨어진다면 집을 사거나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 것을 미뤄야 한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더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형민 연구원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월 약 4조원, 지난해 8월 이후 25조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집으로 인한 빚이 커서 지갑을 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더 내려 가계부채를 늘리는 건 부담스럽다.

선대인 소장은 오히려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통화위원 7명 가운데 2명은 동결 의견을 냈다. 정부나 언론에서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했지만 모두 찬성하지는 않은 것이다. 미국이 올해 안에 금리를 한 번 이상 올릴 것은 명확하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미국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도 바로 올리진 않더라도 머지않아 올릴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보면 기준금리보다 시장금리가 먼저 반응한다. 사람이 느끼는 것은 시장금리니까, 그 여파를 분명히 느끼게 된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그동안 0% 수준으로 유지했던 금리를 인상할 차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선대인 소장의 의견과 다른 의견도 있다. 임일섭 금융연구실장은 “한국의 금리가 바로 따라 올라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항상 미국 금리를 따라 움직이지는 않았다. 또한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자본 유출은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관리를 해왔고, 한국에 투자된 돈은 예전과 달리 단기성이 아니라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금이 많다.”

신용도 이미 낮은 이에겐 무소용

금리 인하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이용자나 신용불량자 등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다. 장보형 경제연구실장은 “제2금융권의 높은 이자비용을 조금 낮출 수는 있지만, 이미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금리 인하 효과를 볼) 낮은 대출이자로 갈아타기는 힘들다. 중산층에게는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만 신용도가 낮은 이에게는 효과가 있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