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광신도 같았다. 국민적 저항에도 온갖 무리수를 둬가며 끝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시켰다. 정부가 한결같이 내세운 이유는 막대한 경제 효과였다.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이 꺼져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정부가 맹신해온 한-미 FTA의 경제적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고 있긴 한 걸까. 기획재정부가 2011년 8월 발표한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그 효과만으로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는 0.02%, 장기적으로 5.66% 높아지는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첫해인 지난해 실질 GDP는 전년 대비 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년(3.6%)보다 성장률이 더 떨어진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과 내수가 함께 얼어붙은 탓이었다. ‘2.0%’ 성적표에 한-미 FTA가 어느 정도나 기여했는지를 정확히 따져보기란 불가능하지만, 경기가 구조적으로 위축될 때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한-미 FTA도 만병통치약이 돼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결과다.
가장 기대를 걸었던 교역 분야도 영 신통치 않다.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인 지난해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개월 동안 한국은 미국에 478억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전년 동기 대비 0.2% 정도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한국의 총수출량이 1.4%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 목표치에는 크게 못 미친다. 정부는 FTA 발효 이후 15년 동안 대미 수출이 연평균 12억9천만달러씩 불어나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 10개월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출액은 1억1천만달러에 불과했다. FTA가 발효 초기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망치와의 격차가 너무 크다. 다만 우려와 달리 수입액도 줄었다. 지난 10개월 동안 한국의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억7천만달러 감소했다. 역시 수입액이 연평균 11억5천만달러씩 증가할 것이란 전망치에 크게 어긋난다.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정부 전망치에 근접했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 말까지 9개월 동안 외국인직접투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억달러 늘었다. 9개월간의 실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기대한 범위(연평균 추가 유입액·22억~32억달러)에 들어간다.
그나마 상품교역이나 외국인투자 부문은 정부가 효과를 자신해온 분야다. 아직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서비스 등 취약 부문에선 오히려 수지가 악화됐으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그런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반면 서비스 수지 등은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정부가 (한-미FTA를 발효하려고) 과도한 장밋빛 전망으로 국민 여론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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