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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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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일이 돌아오지 않는 삶

신용카드를 꺾어버리는 7가지 비법…

숨어 있는 목돈 찾아 카드비 청산하고, 할부 대신 목돈 마련 위한 저축으로 바꿔 타자
등록 2011-01-27 07:56 수정 2020-05-02 19:26
이제 카드를 자를 차례입니다. 가위를 드셨습니까? 자르셨습니까? 휴지통에 들어간 것까지 확인하셨습니까? 하지만 휴지통에 들어갔다고 하여 카드 없는 삶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당겨써 빵꾸 난 통장, 아직도 몇 개월 남은 할부, 할인 혜택에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심한 마음…. 전략적이고 치밀한 행동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가 당신에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안내합니다. _편집자
» 카드업체들의 과당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인당 카드 보유 수도 ‘카드 대란’ 이후 계속 상승 곡선이다. 이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겨레21 윤운식

» 카드업체들의 과당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1인당 카드 보유 수도 ‘카드 대란’ 이후 계속 상승 곡선이다. 이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 비결은 무엇일까. 한겨레21 윤운식

1. 카드 강박부터 버리자

월급날 빠지는 뭉칫돈의 부담에 견줘 우리는 너무 쉽게 신용카드를 용서한다. 이것부터 냉정하게 문제를 던져봐야 한다. 신용카드가 주는 결제 편리성이란 결국 한 달의 결제 지연일 뿐이다. 할부 구매와 선할인 결제, 리볼빙 결제 등 다양한 편리성은 독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약간의 결제 편리성을 위해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점점 악화되고 있음을 가볍게 넘어가면 안 된다. 매월 10여만원의 금융비용만으로도 우리는 연간 120만원이 넘는 돈을 소비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여유 있는 휴가비를 포기하는 셈이다. 카드를 통해 얻는 것만이 아니라 잃어버리는 소중한 것들을 따져보자.

2. 우선 잔액이 없더라도 체크카드부터 발급받자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를 사용하자는 말에 대부분의 사람이 이미 현금흐름이 악화돼서 잔액이 없다고 낙담한다. 잔액이 없기 때문에 체크카드를 쓰라는 말이 사치처럼 들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잔액이 없다고 계속적인 악순환에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선은 체크카드를 발급해놓고 신용카드의 후불 결제 시스템에서 체크카드를 통한 직불 결제 시스템으로 이동할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워야 한다.

3. 가계 재무제표를 작성하자

신용카드 결제금을 한 번에 없애버리면 체크카드를 통한 소비구조 변화가 더욱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음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남아 있는 할부 잔액과 선결제 잔액, 혹은 리볼빙 잔액까지 감안하면 한 달 카드 사용액은 아무 문제도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카드 결제금을 한 번에 해결할 목돈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가계 보유 자산에서 잠자고 있는 돈을 찾아보자. 노트에 가정의 자산과 부채를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해보자.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는 청약통장이 있지는 않은가, 주변 지인들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불필요한 보험은 없는가, 막연한 기대심으로 가입한 펀드 통장이 있는가. 이런 것들부터 당장의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하자. 그렇게 뒤져보면 의외로 적잖은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목돈을 카드 결제금을 해결하는 데 사용하기 전에, 우선 부채 구조부터 따져보자. 카드 결제금보다 더 급한 빚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마이너스 통장과 고금리 대출이 있다면 그것부터 정리하는 데 우선 목돈을 사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다음달 금융비용을 줄여주면서- 불필요한 보험까지 정리하면 보험료 지출까지 준다- 소비구조가 한결 가벼워진다. 물론 이 과정에서 약간의 비상금은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악성 부채가 없다면 손에 쥔 목돈으로 카드 결제금을 해결하자.

4. 가계 현금흐름도를 작성해보자

소득과 지출의 구조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매월의 소득 흐름을 파악하고 지출구조도 체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현금흐름의 악순환을 개선하기 위해 몇 달간의 긴축재정은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막연히 안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이는 실천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긴축재정 운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마음에서 긍정적 동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금세 이전의 소비 습관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막연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일정 정도의 소비는 허락하는 방식으로 지출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득과 지출의 균형을 만들겠다는 목표의식이다. 이를 위해 당연히 소득과 지출 구조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5. 소비 기준을 설정하자

막연히 끌려다니는 소비는 신용카드의 존재를 너무 중요하게 여기게 만든다. 따라서 소비의 자기 기준을 만들어 주도적인 소비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 모두가 만족할 소비 내역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보자. 그리고 나머지 소비생활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가령 전자제품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가정생활의 편리성과 만족감에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전자제품은 많이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중요한 재원을 새나가게 만든다. 온갖 코드가 집안에 넘쳐나니 관리도 어렵고, 그 자체로 상당 수준의 전기요금이 청구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30가지가 넘는 전자제품을 소유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1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가정이 상당수다. 그러나 정작 이용 횟수가 적거나 굳이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제품 수만 줄여도 전기요금은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 매월 5만원이 넘는 돈을 아낄 수 있게 되면 그만큼을 저축으로 전환해 다른 목돈 지출에 활용할 수 있다.

식재료를 구매하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냉장고에 넘쳐나는 식재료들이 유통기한이 지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일이 다반사다. 장 보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식비 지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그 재원 또한 휴가비 혹은 교육비로 대체해서 사용할 수 있다.

즉, 막연히 안 쓰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인 소비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필요 이상의 방만한 소비구조를 개선하고 가족의 행복을 위한 소비에 더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정 운영을 하면 소비의 질이 높아져 전체적인 지출은 줄었음에도 만족도가 상승한다. 이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신용카드와의 결별이다.

6. 목돈 지출을 위한 저축통장을 만들자

할부를 무조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마음에 상당한 우울함을 준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목표를 뚜렷이 정하고 단기 저축통장을 여러 개 만들자. 즉, 할부 구매 대신 저축을 통한 소비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휴가비 통장, 자전거 구입 통장, 전자제품 교체 통장 등 이전에 할부로 이뤄졌던 소비를 모두 저축으로 대체하자.

저축의 본래 의미 또한 미래 소비를 위해 현재의 소비를 제한하는 행위다. 미래 소비를 위해 저축을 하게 되면, 저축은 사람을 대단히 행복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매월 저축을 하면 저축하는 1년 동안 크리스마스 파티를 계획하지 않겠는가.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것은 파티를 하는 순간보다 파티를 계획하는 설렘에서 만들어진다. 여행 가는 날보다 여행 가기 전날이 행복한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신용카드를 없애고 할부 대신 행복한 미래의 소비를 위한 통장을 만들자.

7.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함께 사용해보자

처음 몇 달간은 잔액이 부족해 체크카드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신용카드 사용이 불가피하다. 다만, 최대한 체크카드 결제를 우선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우자. 그리고 매월 줄어드는 카드 결제금을 확인해보자. 그 자체가 소비를 줄이는 데 즐거운 동기를 형성시켜주고, 어느 날 당신의 인생에서 결제일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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