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 상장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자유총연맹이 지분 51%를 보유한 한전산업개발은 지난해 12월16일 상장했다. 자유총연맹은 상장과 함께 지분 20%(구주 매출 방식)를 팔았다. 2대 주주로 49%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전력 역시 20%의 지분을 팔았다. 이렇게 40%의 주식을 판 대금은 총 717억2천만원이다. 이 가운데 상장을 주관한 신한금융투자에 지급한 인수 주선 수수료 등 비용 8억9650만원을 뺀 708억2350만원이 자유총연맹과 한국전력의 수익이다. 결국 자유총연맹은 상장이익으로 354억여 원을 챙긴 셈이다.
기업이 상장할 때는 대개 주식을 새로 발행해 그 대금을 회사 성장의 종잣돈으로 활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1월 상장한 락앤락은 1천만 주를 새로 발행(신주 공모 방식)했다. 주당 공모가는 1만5700원으로, 주식 발행을 통해 157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락앤락은 이를 전산환경 구축, 자동화 창고 신축, 미개척 시장 및 해외 법인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전산업개발의 경우 기존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의 거래가 이뤄졌다. 상장 차익 354억여원은 고스란히 자유총연맹의 호주머니에 들어간 셈이다.
‘공기업 민영화’로 인수한 알짜기업
상장으로 회사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지분을 팔 때 5500원의 공모가로 시작한 한전산업개발의 주식은 수차례 상한가를 터뜨리면서 1월12일 주당 1만6450원을 기록했다. 자유총연맹이 보유한 나머지 지분 31%의 가치도 그만큼 커졌다. 지분 가치가 약 1340억원으로, 과거 330억원에서 1천억원 이상 늘어났다.
한전산업개발은 애초 1990년 한국전력이 100% 출자해 만든 한성종합산업에서 시작됐다. 창사 뒤 줄곧 가정이나 공장의 전력량 검침과 전기요금 청구서 발행 등을 독점적으로 수행하면서 안정적 수익 구조를 갖췄다. 2006년에는 전력량 검침 및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사업에 제한경쟁입찰제도가 도입되면서 상이군경회·새서울산업 등이 새로 진입했지만, 한전산업개발은 여전히 시장점유율의 절반가량(44~48%)을 차지하며 안정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울러 전국 13곳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석탄화력발전소 6곳의 설비 정비도 맡고 있다. 2009년 매출 2448억원, 순이익 61억원을 기록했고, 2010년에도 2500억원가량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런 ‘알짜 회사’를 자유총연맹이 인수한 것은 2003년이다. 당시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한국전력은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매각했고, 이를 자유총연맹이 665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는 인수금액의 1%(6억6천만원)만 자유총연맹에서 조달했다. 나머지 자금은 한전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기는 석탄회(시멘트 대체재 등에 쓰임)를 업체 2곳에 싸게 넘기는 조건으로 이들 업체로부터 210억원을 받고 은행에서 추가로 대출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결국 권 전 총재는 한전산업개발을 인수한 뒤 약속대로 해당 업체에 석탄회를 싼값에 넘김으로써 한전산업개발에 3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2008년 구속기소됐다. 그는 한전산업개발 노조가 민영화를 반대하자 이를 무마하려고 노조위원장에게 자유총연맹의 공금 2억원을 빼내 건넨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았다. 권 전 총재는 2004년부터 2009년 초까지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사를 겸임했다.
권 전 총재의 사임 뒤 편집국장과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 특별보좌역 등을 거친 김영한씨가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이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창달 자유총연맹 총재와 이춘호 EBS 이사장 등이 포함돼 있다. 박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중 4년 후배로, 지난 대선 때 유세총괄 부단장을 맡았다. 또 이춘호 이사는 이명박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낙마한 바 있다.
매년 100억원대 현금배당으로 자금줄 역할
한전산업개발은 인수된 뒤 자유총연맹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높은 현금배당이다. 2007년에는 순이익 121억4900만원 가운데 110억원을, 2008년에는 순이익 133억4300만원 가운데 118억원을 현금배당했다. 배당 성향(순이익 가운데 배당으로 지급된 금액 비율)이 각각 90.54%, 88.44%로 매우 높았다. 특히 2009년에는 ‘배보다 배꼽이 큰’ 현금배당을 했다. 순이익이 61억4100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지만, 현금배당은 같은 수준인 114억원을 했다. 배당 성향 185.65%로 최대 주주를 위해 기업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현금배당의 51%는 최대 주주인 자유총연맹의 몫이다.
매년 1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고 상장을 통해 수백억원을 챙긴 자유총연맹은 이밖에도 매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1954년 아시아민족반공연맹으로 시작한 자유총연맹은 1964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췄다. 1964년 제정된 ‘한국반공연맹법’에 따라, 1989년부터는 ‘한국자유총연맹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현행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총연맹의 육성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국유재산법 또는 지방재정법 등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공유 재산 및 시설을 그 용도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무상으로 대부하거나 사용·수익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총연맹에 대하여 그 조직과 활동에 필요한 운영 경비와 시설비, 기타 경비를 보조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운영비 등도 지원받고 있다.
또한 자유총연맹은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수십억원의 사업비까지 받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이런 사업을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관변단체들이 독식하다시피 해 다른 시민단체들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낳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관련해 자유총연맹 본부는 ‘G20 대비 시민의식 향상 및 국격 제고’ 사업 차원에서 10억원을 받았고, 자유총연맹 서울지부는 ‘G20 관련 시민의식 선진화 캠페인’ 지원금 2400만원을 받았다. 중앙 조직과 하부 조직이 같은 명목의 사업으로 이중으로 사업비를 지원받은 셈이다.
정부·지자체도 지원 ‘특혜’ 논란
과거 정부에서도 세금 낭비와 특혜 시비가 일었지만 제대로 손을 대지는 못했다. 2005년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새마을운동조직, 바르게살기운동조직 등 관변단체 3곳에 대한 지원·육성법 폐지안이 당시 열린우리당 홍미영·조성래 의원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에 의해 추진됐다. 이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이들 단체에 해마다 수백억원의 국민 세금을 쏟아붓고 있다며 폐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각 단체의 반발 속에 열린우리당 안에서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이에 대해 당시 폐지안을 발의한 한 전직 의원은 “자유총연맹이 연매출 2천억원이 넘는 회사를 갖고 있고 안정적 수익을 갖춘 이상 자유총연맹만이라도 자립하도록 해 세금 낭비를 막아야 한다”며 “지방자치가 시행되고 (시민) 동원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난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도 다른 시민단체들과 형평성을 맞춰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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