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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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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일하고 4일 휴식, 일할 맛 나네

대한제강과 삼정P&A의 4조2교대제…
휴일을 현장 직무교육에 활용하고 수당 신설 등으로 임금 하락 최소화
등록 2010-02-11 07:43 수정 2020-05-02 19:26

포스코가 올해 현행 4조3교대 근무제를 4조2교대로 전환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하루 12시간 일하되 더 많은 휴일을 누리는’ 4조2교대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용광로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철강기업들이 주로 채택하고 있는 근무 형태는 3조3교대다. 하루 8시간씩 근무하되 낮, 밤, 철야로 근무시간을 바꿔가며 일한다. 이와 달리 직원을 네 조로 나누는 4조3교대에서는,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건 같지만 보통 5∼7일 일하고 이틀 쉰 뒤 근무시간을 바꿔 다시 5∼7일 일하는 식으로, 한 조는 항상 휴식을 취하게 된다. 반면 1998년 유한킴벌리가 가장 먼저 도입한 4조2교대제는 하루에 2개조가 12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쉬는 방식이다. 하루 12시간씩 3일(또는 4일)을 일하고 3일(또는 4일)을 쉰 뒤 다시 12시간씩 3일(또는 4일)을 일한다. 그러면 연간 190일의 휴무일이 발생한다. 4조3교대에 견줘 연간 휴일이 두 배 가까이 많아진다(표 참조). 포스코는 오는 4월에 포항·광양제철소의 70여 공장 중 여건이 갖춰지는 곳부터 4조2교대를 시행할 방침이다.

4조2교대제는 휴일이 크게 늘어나는 대신 하루 12시간 노동의 피로감을 감수해야 한다. 4조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포스코 계열사 삼정P&A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정P&A 제공

4조2교대제는 휴일이 크게 늘어나는 대신 하루 12시간 노동의 피로감을 감수해야 한다. 4조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는 포스코 계열사 삼정P&A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정P&A 제공

교대제 운영 중 4조2교대는 0.16%에 불과

4조2교대제는 유한킴벌리가 선도적으로 도입한 이후 2007년 포스코 계열사인 삼정P&A와 부산의 대한제강이 도입했고, 지난해 6월 동부제철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교대조를 운영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2조2교대가 64.28%로 가장 많고 4조2교대는 0.16%에 불과하다. 대한제강(종업원 520여 명)은 명절 때를 제외하면 1년 내내 휴일 없이 공장이 돌아갔다. 3조3교대 아래서는 휴일 없이 365일 내내 일할 수밖에 없었다. 거의 모든 철강회사들이 그랬다. 그러던 대한제강은 2008년 7월부터 4조2교대로 전격 전환했다. 대한제강 쪽은 “2006년에 경영진에서 먼저 4조교대제로 바꾸자는 의제를 던졌다. 4조3교대와 4조2교대를 같이 검토하면서 6개월간 두 모델을 시범 운영했다”며 “현장 종업원들이 싫어하면 원래대로 돌아가기로 했는데, 투표 결과 70% 정도가 4조2교대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4조2교대제는 휴일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대신 하루 12시간 노동의 피로감을 감수해야 한다는 양날의 칼을 품고 있다. 노동자들로서는 선택을 둘러싸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대한제강의 경우 4조2교대 시행으로 휴일에서 대격변이 일어났다. 365일 중 명절 이틀 휴일을 빼고는 쉬어본 일이 없던 현장 노동자들에게 무려 180일의 휴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 노동의 중압감에 따른 우려도 컸다. 대한제강 쪽은 “익숙했던 일과 가정의 리듬에서 탈피해 낯선 생활이 시작되면서 처음에는 불안감도 많았다. 그런데 주로 혼자서 단순작업하는 종업원을 빼면, 하루 12시간 노동의 피로를 아주 못 견뎌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2년가량 시행하다 보니 이제 대부분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에는 3일 연속 휴일의 첫날은 피로 회복에 사용하고 둘째·셋쨋날은 쉬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대한제강 쪽은 “처음에는 종업원들이 대폭 늘어난 휴일을 동료와 보내거나 친목·취미생활 쪽에 주로 쓰다가 차츰 정착되면서는 가족 여행과 봉사활동·자녀학교 방문 등에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4조2교대제 생각의 차이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4조2교대제 생각의 차이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4조2교대제는 현장 직무교육과 결합되기 마련이다. 현장 직무교육은 사실 기업들이 4조2교대제를 도입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제강 쪽은 “새로 공장을 지으면서 대규모 신규 인력을 뽑아 교육해야 하는 현안이 대두했다. 특히 기존 노동자들은 갈수록 고령화하는데 새로운 자동화 기계가 들어오면서 직무교육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3조3교대 아래서 1년 직무교육은 고작 2∼3시간에 불과했으나 4조2교대로 바뀐 뒤에는 연간 180일의 휴일 중 25일 정도 직무교육을 받고 있다. 대다수 4조2교대 기업들은 연간 휴무일 중 20일 안팎을 현장 평생직무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물론 이 교육 시간은 유급이다. 포스코에서도 “현장 노동자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직무교육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는 경영적 판단이 4조2교대 전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포스코와 동부제철이 4조2교대제 벤치마킹을 위해 최근 대한제강을 찾아오기도 했다. 4조2교대가 되면 잔업·특근이 사라져 임금총액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제강은 시급을 15% 인상하고 수당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임금 하락 없는 4조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삼정P&A, 학습일을 근무일수에 포함

또 다른 4조2교대제 기업인 삼정P&A(종업원 900여 명)는 포스코 계열사로 2007년에 3조3교대제를 4조2교대로 전격 전환했다. 연간 근무일은 317일에서 174.5일로 줄어든 반면, 휴일은 48일에서 190.5일로 크게 늘어났다. 4조2교대에서 1조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2조는 저녁 7시부터 아침 7시까지 12시간씩 근무한다. 3일 일하고 3일 쉬는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삼정P&A 쪽은 “12시간 장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감이 걱정돼서 처음에는 혹시나 해서 작업장에 야전침대도 갖다놓고,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일하면 발이 붓는다고 해 작업 신발을 교체해보기도 했다”며 “밤에 참으로 밥도 주고 컵라면을 끓여주기도 했는데, 작업자들 스스로 작업의자에 회전 휠체어를 달아 피로감을 줄이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삼정P&A가 4조2교대를 도입한 시점은 새로 공장 자동화기계를 들여오면서 이 기계를 운영할 수 있도록 작업자에 대한 대대적인 직무교육이 필요한 때였다. 4조2교대 도입 이후 이 회사는 직원 1인당 연간 학습시간을 300시간으로 늘렸다. 직원들의 휴일 활용을 돕기 위해 휴무일에 수영·요가를 하면 수강료 절반을 회사가 부담해주기도 했다.

물론 공장별로 선호도를 조사한 뒤 종업원들이 원하는 공장부터 4조2교대제를 도입했는데, 점차 전 공장으로 확산됐다. 임금과 관련해 삼정P&A 쪽은 “임금 저하를 최소화하는 4조2교대제를 원칙으로 급여 체계를 개선했다”며 “수당제도를 손질하고, 학습일을 근무일수에 포함시키고, 입사 시기와 기본 자격이 같을 경우 직위·직급·학력에 상관없이 모든 직원에게 같은 호봉 테이블을 적용해 임금 보전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4조3교대와 4조2교대 비교

4조3교대와 4조2교대 비교

일반적으로 3조3교대나 4조3교대를 4조2교대로 전환하면 교대조 증가에 따라 고용이 20∼30%가량 늘어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4조2교대제는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 없는 성장’ 추세에 대응할 수 있는 모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공장 자동화가 함께 진행될 경우에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삼정P&A 쪽은 “공장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4조2교대 시작 당시 1천 명에 달한 종업원이 현재 910명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4조2교대는 잦은 출퇴근과 근무교대에 따른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포스코에 따르면, 4조3교대를 4조2교대제로 전환하면 근무일수가 줄어들면서 출퇴근 시간도 183시간(23일) 감소한다. 또 한 번 교대하는 데 10분이 걸린다고 할 때 교대 횟수 감소로 한 사람당 연간 30시간이 절약된다. 포스코 직원 8천여 명이 교대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출퇴근과 교대 시간 절감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도 클 수 있다.

공장 자동화로 고용은 줄어

그러나 4조2교대제는 작업장에서 선택의 문제다. 노동자들은, 휴일이 대폭 늘어나긴 하지만, 하루 12시간 노동에 따른 피로 누적과 임금 삭감을 우려한다. 반면 경영진은 직무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을 통해 생산성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에서 4조2교대제를 작업장 의제로 제안하고 있다. 전국금속산업노조 정책실 쪽은 “노동조합 쪽에서 4조2교대제에 원칙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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