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지난 3분기(7∼9월) 동안 올린 영업이익(국내 본사 기준)은 9003억원이다. 사상 최고치다. 닛산·벤츠·포드 등 주요 기업의 자동차 부문 영업이익 규모와 견줄 때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그런데 현대차 판매가격이 최근 잇따라 인상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현대차가 독과점적 시장 지위(2009년 1∼9월 내수 점유율은 50.8%)를 이용해 과도한 독점이윤을 챙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과연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것일까?
현대자동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내수 판매량과 수출 판매량을 모두 합친 뒤 본사 기준 영업이익을 집계해 사업보고서에 발표하고 있다. 매출액에서는 내수와 수출을 구분하지만 영업실적에서는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 쪽은 "내수와 수출 부문 영업이익을 따로 계상하지 않고, 승용차 부문만 구분해 영업이익을 제시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내수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현대차 안에서도 핵심 인물 몇몇을 빼면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지표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의 크기와 비율이 바깥에 공개되지 않도록 내수와 수출 부문을 합친 자료로 재무제표를 작성·공표하고 있는 것이다.
세제 혜택 틈타 가격 인상 뒤 내수 이익 급증김도식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내수 영업이익률이 수출 쪽보다 높은 건 확실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애널리스트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신차 개발비용을 내수와 수출로 구분해 어떻게 부담시키는지, 또 국내 본사에서 부담하는 수출 마케팅비용을 어디에 할당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내수와 수출 쪽 영업이익률을 정확히 구분해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제 현대차 등이 공표하는 관련 자료들을 종합해 매출원가와 내수 부문 영업이익률에 좀더 가까이 접근해보자.
주요 현대차 제품 가격은 지난 2~3분기에 크게 올랐다. ‘뉴클릭 1.4DOHC n 기본형’은 2006·2007년 756만원에서 지난해 750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올 3분기에 87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베르나 1.4DOHC 밸류’는 2006년 861만원, 2007년 858만원, 2008년 854만원이었는데 올 3분기에 ‘베르나 트렌디 1.4DOHC’를 내놓으면서 가격이 991만원으로 뛰었다. ‘i30 1.6VVT 럭셔리’도 2007년 1389만원, 2008년 1395만원이었는데 올 3분기에 1482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아반떼 1.6VVT S16 럭셔리’는 2006년 1365만원, 2007년 1389만원, 2008년 1395만원에서 올 3분기에 1465만원으로 올랐다. 이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혜택(지난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30% 인하)에다 신차 구입 세제 혜택(지난 5월부터 노후차를 교체하고 신차를 구입할 때 취득·등록세를 70% 감면)까지 실시되면서 국내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이 틈을 타 가격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와 올 3분기 영업실적을 비교해보면 국내 매출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규모가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매출 2조5천억원, 수출 3조4천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의 영업이익(매출총이익-판매·관리비)은 총 1044억원이었다. 반면 올 3분기(국내 매출 4조700억원, 수출 4조100억원)의 영업이익은 5867억원이었다. 수출보다 내수 매출이 급증함에 따라 영업이익도 큰 폭으로 뛰는 구조임을 알 수 있다. 매출총이익을 봐도 마찬가지다. 내수에 비해 수출 매출이 9천억원가량 더 많았던 지난해 3분기에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은 1조1600억원이었는데, 수출보다 국내 매출이 600억원가량 더 많았던 올 3분기에는 매출총이익이 1조73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매출액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 1분기 19.8%, 2분기 13.6%, 3분기 14.2%로 줄었다. 종합하면, 판매·관리비 쪽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져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국내 매출액 증가 자체가 고스란히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에 따르면,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분야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04~2008년까지 평균 2.7∼3.8%였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분기 1.7%, 올 1분기 2.5%에서 올 2분기 8.1%, 3분기 7.24%로 대폭 상승했다.
여기에는 원재료 가격 하락도 한몫 했다. 대표적인 자동차부품 원재료는 자동차용 강판(철판)과 알루미늄 등이다. 국내 냉연철판의 t당 가격은 올 1분기 95만원, 2분기 89만원, 3분기 86만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수입 냉연철판도 t당 2008년 754달러, 올 1분기 700달러, 2분기 668달러, 3분기 657달러로 낮아졌다. 수입 열연철판 가격도 2008년 750달러에서 올 1분기 520달러, 2분기 470달러, 3분기 507달러로 떨어졌다. 알루미늄 가격도 2008년 t당 294만원에서 올 1분기 239만원으로 내려갔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출원가는 낮아지는 반면 판매가격은 올리니 영업이익이 분기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것이다.
전체 제조업 평균이익률 6.58%와 큰 차이현대차의 올 1분기 총매출액 가운데 승용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73.3%로, 승용차 가격 인상은 즉각 영업실적 변동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대차가 승용차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고 내수 판매(2조7천억원)도 부진했던 올 1분기의 영업이익은 1500억원으로, 2008년 연간 영업이익(1조8700억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주목할 대목은 근래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 매출액이 수출 부문 매출액을 앞지른 올 3분기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수출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사실 현대차는 중국·인도 시장에서 약간의 흑자를 내고 있을 뿐 북미·유럽 시장에서는 이익을 거의 못 낸 채 판매 물량만 늘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의 2008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해외 법인(공장) 생산물량의 경우 북미 지역(매출액 16조800억원)에서 영업손익 -1381억원을 기록하는 등 2008년에 전체 해외 부문에서 -250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그럼, 이제 국내 공장 생산물량 중 해외로 수출된 물량에서도 해외 공장 생산물량에서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올 3분기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물량 가운데 수출 부문 매출(4조100억원)에서 영업이익도 손실도 없었다면, 현대차는 내수 판매에서만 올 3분기에 무려 14.38%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대기업)의 평균영업이익률은 6.58%였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 영업이익률을 숨기는 이유는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의 대폭적인 영업이익 증가는 마진이 좋은 내수 판매 급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돈벌이에 관한 한 현대차 해외영업본부장들은 거의 말을 못하는 처지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적 수익으로 해외 시장에서의 낮은 수익성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같은 차종이라도 국내 판매가격이 미국 시장 판매가격보다 훨씬 비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이런 문제를 한국 내부에서 먼저 본격적으로 제기하면 거꾸로 미국에서 이를 이용해 현대차에 대한 덤핑 문제를 제기할 우려가 있어서 판매가격 격차를 이슈로 제기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독점 수익으로 해외 부진 보완” 지적마지막으로 시야를 현대·기아차그룹으로 넓혀보자. 현대차는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국내 11개의 수직계열화된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32조1천억원 매출에 1조8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들 종속회사를 모두 포함한 연결재무제표로는 국내 순매출액 42조4천억원, 영업이익 3조4천억원(영업이익률 8.0%)을 올렸다.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10%대에서 올 상반기에 무려 15%대로 뛰었다. 현대차의 내수 판매가격이 인상되고 세제 혜택 등에 힘입어 내수 판매량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현대·기아차 계열사가 모두 돈방석에 올라탄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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