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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 김찬삼의 40년 역정

등록 2001-05-08 15:00 수정 2020-05-02 19:21

가난한 나라, 분단된 반도의 남단에서 사는 대다수 사람들에게 세계여행은 오랜동안 가로막힌 꿈이었다. 북으로는 휴전선 철책에, 남으로는 막막한 대양에 갇힌 현실에 옥죄었던 숱한 이 땅의 젊음들에게 너른 세상의 숨결을 불어넣어줬던 여행가 김찬삼(76)씨가 5월5일 여행도서관을 열었다.

김씨는 인천시 중구 영종도 영종도선착장 부근에 세계여행문화원(www.tourtown.net)을 개관하기로 하고, 먼저 그의 여행 역정의 기록과 자료를 한데 모아 도서관을 열었다. 문화원쪽은 “해외 배낭여행이 상당수 젊음의 통과의례가 되다시피 바뀐 현실에서, 이들의 세계를 향한 즐거운 도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혔다. 문화원은 도서관을 시작으로 앞으로 여행캠프장, 여행정보센터, 세계 각국의 문화탐방 행사, 유스호스텔 건립 등을 추진해나가게 된다.김씨는 세번의 세계일주여행, 스무번의 세계 테마여행을 통해 160여 나라 1천여 도시를 돌며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과 풍물을 한국에 전한 대표적 1세대 여행가다. 1959년 첫 세계여행을 시작으로 여행가로서의 역정을 이어온 그는 지구를 32바퀴나 돌며 세계 곳곳의 삶과 문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등 그가 쓴 여행기는 베스트셀러가 돼 세계를 향해 열린 창 노릇을 했다.

그러나 92년 67살의 나이로 실크로드와 서남아시아, 유럽 전역을 도는 서방견문 여행 도중 인도에서 불의의 열차 사고로 머리를 다치면서, 그의 거침없던 여정도 난관에 부닥쳤다. 뇌출혈 후유증으로 실어증과 마비증세가 찾아들었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하지만 몸은 병상에 머물면서도 세상을 향한 그의 도전정신만은 조금도 꺾임이 없었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최시영 문화원 간사는 “김 선생님께서 문화원과 도서관을 일생을 여행가로 살아온 그의 필생의 과업으로 삼고 와병중에도 깊은 관심을 쏟으셨다”고 말했다. 영종도를 건립장소로 택한 것도 세계로 열린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에 맞춤한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여행도서관에는 여행 가이드북, 여행관련 서적, 화보집, 각종 여행 전집과 잡지류 등 김씨가 소장하고 있던 책 2천여권과 세계 각국의 역사, 문화와 관련된 기록들이 비치돼 손님을 맞고 있다.(032)886-0802.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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