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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유구조는 명백히 불법”

등록 2006-01-11 15:00 수정 2020-05-02 19:24

기업지배구조 분야의 ‘최고전문가’ 김우찬 교수가 진단한 재벌 문제
총수에서 주주로 권력 이동, 기득권층인 관료들이 엄정한 법집행 못해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김우찬(39)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국내 재벌 문제의 핵심인 기업지배구조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참여연대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의 평이니 빈말은 아닐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부소장 및 실행위원이기도 한 김 교수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를 위한 재벌개혁 운동에서 기업지배구조 문제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삼성경제연구소가 ‘재벌체제 옹호론’을 잇따라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직후인 3월 말부터 참여연대가 3주 연속 대대적인 이론적 반격에 나섰을 때 맨 앞줄에 선 이가 김 교수였다.

지배구조 개선과 투자 위축은 관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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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안기부 X파일’로 드러난 삼성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출자총액제한제도,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제도 등 재벌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참여연대의 목소리를 이론적으로 대변해온 김 교수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 올린 새해 첫 일성은 ‘기업지배구조와 투자’에 관한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저투자·저성장 기조를 놓고 재계는 물론 일부 진보학자들까지 가세해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도입과 기업지배구조 개혁 운동 탓으로 돌리고 있는 행태에 대한 반박성 글이다.

김 교수의 행보를 보면서 늘 품고 있던 궁금증 하나가 있었다. 보수·관료적 이미지의 KDI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더구나 그는 행정고시(34회)를 통과한 재정경제부 관료 출신이다.

“잘 아는 (대학 동아리) 선배가 ‘한번 와보라’고 해서 (참여연대에) 놀러갔다가….” 옛 재무부에서 관료 생활을 시작한 지 꼭 10년 만에 재경부를 떠나 KDI로 터전을 옮긴 지난 2000년의 일이었다. ‘잘 아는 선배’는 당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참여연대의 재벌 개혁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김주영 변호사였다. “(재벌 개혁 운동이) 필요한 운동이구나 싶더라. 새로 알게 된 사실도 많았고.”

새로 알게 된 사실이라면?

“그때까지는 재벌 문제가 그렇게 큰 문제인 줄 몰랐다.”

재벌 문제가 왜 중요한가?

“뭣보다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또 소수 패밀리(총수 가문)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이다. 소수 패밀리의 이해관계는 해당 기업이나 국민 경제의 이해와 일치하는 않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견제가 없으면 부작용이 크다. 그걸 잘 보여준 예가 외환위기다.”

출자총액제한제 같은 기업지배구조 관련 규제가 투자를 부진하게 한다는 논란은 여전하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투자를 늘리지는 않지만, 줄인다는 것과도 아무 관련이 없다. 주식 취득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실물투자 자체를 제한하는 게 아니다. 투자를 들먹여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못하게 하려는 다른 저의가 있는 것이다.

기업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얽혀 있는데, 참여연대 구호는 지나치게 주주 중심이란 지적이 있다.

“사외이사제도, 주주대표소송, 집단소송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운동은 장기투자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투자 주주들의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노동자, 지역사회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자연스럽게 고려하게 된다.” 수십 년 앞을 보고 투자하는 주주들로선 환경오염이나 근로자 박해로 기업 이미지가 나빠지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벌 문제에선 늘 삼성그룹이 먼저 꼽힌다. 삼성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가?

“소유구조만 놓고 볼 땐 현대자동차그룹이 더 엉망이다. 순환출자 방식이 더 적나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삼성이 더 두드러진 것은 금융기관 문제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삼성 소유구조의 핵심은 삼성생명이다. 그러다 보니 현행법(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헌 법률, 금융지주회사법)과 부딪힌다. 명백히 불법 상태다.”

개별 기업 대신 기업집단 측면의 접근을

어떻게 해결돼야 하나?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면 된다.”

정부(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가 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지 못한다고 보는가?

“관료도 기득층이다. 그쪽(삼성) 얘기만 듣고, 그쪽과만 얘기하다 보니 물든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총수에서 주주로 권력을 이동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로선 관치하기가 힘들어진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회사법적 접근에 따른 개별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며 “앞으론 기업집단(재벌) 측면의 접근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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