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는 공상과학(SF) 영화의 단골 소재다. 과학은 신체뿐 아니라 감정마저 사람과 비슷한 로봇을 만드는 시대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 발행하는 과학기술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로봇이 사람의 롤모델이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기술 발전으로 로봇이 사람에 점점 더 가까워지는 만큼, 인간이 로봇을 롤모델로 삼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게 요지다.
실제 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공과대학은 로봇이 인간의 롤모델이 될 가능성을 연구했다. ‘나오’는 식습관을 지도해주는 휴머노이드다. 사람들은 나오를 따라하기만 해도 나쁜 식습관을 바꿀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단순한 음식 정보를 제공받는 것과 견줘, 나오가 식습관 지도를 할 때 사람들이 훨씬 더 영향받는 것을 확인했다.
로봇은 단순히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롤모델을 초월해 가장 친한 친구로 발전할지 모른다. 마시멜로 같은 모습에 슈퍼히어로 같은 능력을 가진 로봇이 주인공과 함께 악당을 물리친 뒤, 서로 우정을 느끼는 내용을 담은 영화 에서처럼 말이다.
최근 정보기술(IT) 업체들은 감정 표현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기계가 인간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려는 노력이다. 일본 도쿄의 소프트뱅크 본점 입구에서 인간들을 반갑게 맞는 로봇 ‘페퍼’(Pepper)가 대표적이다. 페퍼는 감정 표현은 물론이고 사람처럼 농담도 할 수 있다. 페퍼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개발됐다. 이를 ‘애정 로봇’이라고 한다.
페퍼 외에 애정 로봇 ‘버디’(Buddy)가 잘 알려졌다. 프랑스 회사 블루프로그로보틱스가 집안일을 돕기 위해 개발했다. 가정의 일원으로 함께 생활하면서 집안일을 돕는다면 어떨까? 블루프로그로보틱스사는 버디가 자신의 감정을 모니터로 표현할 수 있도록 했다. 비록 ‘기계적으로 만들어진 감정’이라고 해도, 사람들은 모니터를 통해 버디가 건네는 마음을 보며 가족 같은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로봇의 애정 표현은 애정 로봇뿐 아니라 일반 휴머노이드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음성 인식 기반 로봇은 사람들의 명령을 음성으로 인식해 수행한다. 건강, 취미, 업무 등에 관련한 조언을 할 수 있다. 특정 사용자에게 적절한 내용을 추천하려면 사용자의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로봇은 사용자 정보를 축적해야 하는데 이 방법이 대단히 인간적이다. 끊임없이 인간과 대화를 시도해 사용자 정보를 모은다. 이를 위해 로봇은 사용자가 관심 있을 만한 주제에 더 집중한다. 이런 ‘기계적 과정’은 사람이 대인 관계에서 친밀감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가장 의지하는 기계는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로봇이 빠르게 스마트폰의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게다가 로봇은 스마트폰이 지금 하는 모든 일을 대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대화를 단절시켰지만, 로봇은 인간의 외로운 감정마저 나눌 수 있다.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dracon123@naver.com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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