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생충> 신드롬에 이어 올해 <미나리>까지 작품성 있는 아시아 영화들이 주목받고 있다. 74살의 나이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과 아시아계 미국인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린 스티븐 연만큼이나 주목할 만한 영화인을 소개한다. 아카데미 최초로 유색인종 여성으로 감독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3관왕을 이끈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이다.
중국에서 10대 시절을 보내고 미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한 올해 39살의 자오 감독은 영국 방송 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가장 독특하고 재능 있는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다.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편집한 영화 <노매드랜드>는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 각지를 떠도는 ‘노마드족’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은 평생을 바친 공장과 주거지에서 쫓겨나 밴에 의존한 채 단기 비정규직 노동자로 떠도는 여성 펀이다.
영화는 각기 다른 이유와 사연으로 유랑 생활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차에 산다는 건 누군가의 시선에는 왜 저러나 싶은 일이지만, 그 사람에겐 어쩔 수 없거니와 이미 그 사람 삶에 너무 중요해진 일이다. 고통도 주지만 기쁨도 주는, 나를 나답게 하는 것. 세상의 주류에 포함될 수 없게 하지만 그만큼 자유를 얻는 행위이기도 하다.
영화는 펀의 1년간의 삶을 포착한다. 그가 느끼는 고독과 기쁨과 슬픔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지만, 나를 나답게 하는 말할 수 없는 비밀. 누군가에겐 성정체성일 수 있고, 깊게 믿는 종교나 가치관일 수 있고, 중독일 수 있고, 사소하게 거짓말하거나 부풀려 말하는 습관일 수도 있다. 나와 타인의 결핍을 너무 미워하지 않게 영화는 도와준다.
<노매드랜드>는 매우 현실적이면서 한 편의 서정시 같다. 경제 침체와 주택 가격 상승이 얼마나 전세계적인 문제인지 보여주면서 폭력과 섹스는 배제해 찝찝함을 보이지 않는 영화다. 이방인으로, 여성으로 살아온 클로이 자오여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 분야 웃기고 슬픈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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