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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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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코로나 시대의 썸 ‘비대면 데이트’

등록 2021-01-01 11:45 수정 2021-01-03 01:14
유튜브 <피식대학> 갈무리

유튜브 <피식대학> 갈무리

카페가 문을 닫았다. 영화관도 띄어 앉는다. 이거 뭐, 썸 타는 사이는 갈 곳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 부르기는 아직 어색하고, 주야장천 카톡만 하려니 지겨운데…. 이런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유튜브 콘텐츠, ‘비대면 데이트’를 소개한다.

2020년 11월27일, 지상파 공채 출신 개그맨 3명이서 만든 <피식대학> 유튜브 채널에는 ‘[B대면데이트]첫 번째 데이트 최준/34/카페사장’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일단 댓글을 보자. ‘진짜 싫은데… 한 번씩 보러 오는 나 자신이 싫다.’ ‘3일에 나눠서 봤어요….’ ‘바지 안 입고 있을 것 같아.’ 심호흡하고 재생 버튼을 누르면 느끼한 남성이 등장한다. 이 남성의 주특기는 ‘반존대’다. “안녕하세요. 어? 이쁘다. 죄송해요. 제가 이런 거 숨기는 걸 못해서. 너무 이뻐서 순간 머리가 하얘졌잖아.” 우웩, 정말 여자들이 뭘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이 시리즈엔 4명의 남성이 나온다. 한 명은 래퍼, 한 명은 다단계, 한 명은 중고차 딜러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남자는 카페 사장 최준이지만, 23살 래퍼 임플란티드 키드의 매력도 상당하다. ‘예술가병+홍대병+중2병. 최악의 혼종을 너무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 그는 <쇼미더머니>(Mnet) 1차 예선에서 떨어진 남자 캐릭터다. 대화의 절반이 ‘존나’와 ‘시발’이지만, 사랑에 빠진 누나에게 ‘싱잉랩’을 불러 주는 순한 면모도 보인다. 그렇다고 쉽게 마음 주면 안 된다. 헤어질 때 돈 빌려달라고 하니까.

물론 이것은 다 연기다. 강유미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시리즈로 사이비종교 전도원을 연기하듯, 이 남성 개그맨들도 어디서 본 듯한 남성상을 연기한다. 사람 면전에 대고 ‘꼴 보기 싫다’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만, <피식대학>의 콘텐츠에선 이것이 칭찬으로 작동한다. 그만큼 현실에 있을 법한 비호감 요소를 잘 포착해 개그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때론 질색팔색하다 정들어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자. 수원 중고차 차!차!차! 차진석과 뉴라이프 휴먼 네트워크 다단계 방재호도 있으니 극한의 길티 플레져(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심리)를 맛보고 싶으면 보시길…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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