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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열심히 독감 기사 쓰고 오명 쓴 사연

K-방역 총정리 <코로나 전쟁>, 100년 전 독감 <팬데믹 1918>
등록 2020-09-08 08:32 수정 2020-09-10 01:26

2020년 지구는 ‘코로나 행성’으로 변했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우리나라에서도 8월 중순부터 재확산 기세가 무섭다. 사태가 갑자기 위험수위로 치달은 데는 막무가내로 방역 지침을 무시하는 일부 개신교도와 극우 유튜버의 무지와 선동, 가짜뉴스가 큰 몫을 한다.

기자 출신 미생물학·역학 전문가 안종주가 쓴 <코로나 전쟁-인간과 인간의 싸움>(동아엠앤비 펴냄)은 코로나19를 둘러싼 온갖 거짓 정보의 출처와 배경을 폭로하고, 여러 유형의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보를 종합 정리한 책이다.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보건의료 당국과 정부의 안간힘, 수많은 의료 영웅의 헌신, 세계 최초의 ‘드라이브스루’(승차) 검사, 극심한 혼돈을 빚었던 ‘마스크 대란’, 일상의 불편함을 감내한 시민들, 중앙정부의 방역에 ‘태클’을 거는 세력, ‘방역’과 ‘인권’의 딜레마까지 ‘K-방역을 둘러싼 빛과 그림자’(부제)를 낱낱이 기록했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생물무기설, 더 많은 기부금을 노린 백신 개발자들의 유포설 등 감염병에 으레 따라붙는 음모론에 대한 규명과 비판도 잊지 않았다.

지은이는 “코로나19 사태는 바이러스와 인간의 싸움이 아니라, 코로나19의 실체를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한국·대만·그리스 등은 평소 방역 시스템의 정비와 발 빠르고 적극적인 격리·추적 치료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반면 “인위적 집단면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비상식적 아이디어”(스웨덴)나 “괴팍한 지도자의 일그러진 리더십”(미국)은 수많은 목숨을 잃는 대참사로 이어졌다. 지은이는 K-방역의 핵심인 ‘3T’(검사·추적·치료)에 더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좋아하는 ‘3밀’(밀집·밀접·밀폐)”을 피하고 대중의 ‘위험 인식’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K-소통’을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창설 이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세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꼭 한 세기 전인 1918년에는 스페인 독감이 이듬해까지 전세계에서 무려 1억 명의 생명을 앗아가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팬데믹 1918>(서경의 옮김, 황금시간 펴냄)은 영국 언론인이자 역사가 캐서린 아놀드가 그 참상의 실태와 진실을 재조명한 책이다. 풍부하고 구체적인, 그러나 그만큼 비극적인 사례들이 뒷받침됐다.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 30여 장도 눈길을 끈다.

스페인 독감은 감염자 수가 세계 인구의 3분의 1에 이르렀고 치사율도 20%에 육박했다. 당시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 중이었는데, 전사자보다 독감 사망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대학살’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 스페인 언론이 감염병 사태를 맨 처음 대서특필했다가 ‘스페인 독감’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것도 희비극이다. 최초 발원지는 프랑스, 미국, 중국 등 여러 가설을 놓고 지금도 논란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우리는 왜 어른이 되지 못하는가

파울 페르하에허 지음, 이승욱·이효원·송예슬 옮김, 반비 펴냄, 1만8천원

벨기에 정신분석학자가 현대사회에서 육아·교육·정치가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를 진단한다. 사회자원이 풍부함에도 부모와 교사는 ‘번아웃’되기 일쑤고, 무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행동장애까지 보인다. 지은이는 사회 전체에서 가부장적 권력이 아닌 ‘수평적 권위’가 절실하다고 말한다.

폭력의 진부함

이라영 지음, 갈무리 펴냄, 1만8천원

성폭력을 비롯해 사회의 많은 차별과 폭력은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 ‘폭력의 진부함(혹은 평범성)’이다. 예술사회학자 이라영이 일상의 폭력이 어떻게 우리 문화를 구성하는지, 나아가 왜 ‘개인적’ 사건이 ‘사회적’일 수밖에 없으며 개인들의 ‘발화’(말하기)가 중요한지 톺아본다.

아름다움은 지키는 것이다

김탁환 지음, 해냄 펴냄, 1만6800원

역사·사회를 천착해온 소설가 김탁환이 전남 곡성에서 미생물학 박사인 ‘농부 과학자’ 이동현을 만나 서로 삶의 궤적을 나누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탐색한다. 모두 5개 장에는 ‘발아’ ‘모내기’ ‘김매기’ ‘추수’ ‘파종’이란 제목이 달렸다. 책에서 풋풋한 흙냄새와 사람의 향기가 배어나온다.

미안함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5천원

장발장은행 은행장이자 참여적 지식인 홍세화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근까지 쓴 사회비평 모음집. 인간의 몸은 평등한가, 한 사람이라도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불가능한 꿈을 안고, 갈 길이 멀더라도 등 5가지 주제로 짜였다. 낮은 곳을 향하는 지식인의 결기와 성찰이 오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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