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기쁘기도 하지만 엄청 스트레스이기도 해요.”
네이버 웹툰 의 주인공 쇼쇼는 임신을 한 뒤 몸과 마음이 힘들다.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피곤하고 계속 구역질이 났다. 불안증으로 2개월간 밤낮으로 울었다. 그제야 자신이 임신과 출산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원망 섞인 의문도 들었다. 출산뿐 아니라 임신 중에도 힘들고 아플 수 있는 것을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던 것일까.
비가 오락가락 내리던 8월2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의 주인공이자 지은이인 쇼쇼(32·필명) 작가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만화를 그렸다”고 했다. 2017년 12월31일부터 6개월 동안 네이버에 를 연재했다. 올해 8월에 연재한 웹툰을 모아 책 (위즈덤하우스 펴냄)로도 펴냈다.
“애 키우는 시각예술가”로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그런 그가 선보인 ‘시각예술’인 는 첫 웹툰이다. “서양화 전시를 하면 사람들이 안 오는데…. 웹툰을 그리니 대중과 소통이 잘되고 피드백이 바로 온다.” (웃음)
인공수정 등 난임 치료 상세하게 그려내그도 그럴 것이 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출산하기까지 신체적·정서적 변화, 모성애 등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그려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임신·출산을 한 기혼 독자들에게는 ‘공감 툰’, 미혼자들에게는 ‘성교육 교과서’라 칭송받는다.
응원과 공감의 말만 들은 건 아니다. 1화를 올리자마자 “연재를 하지 말아달라는 전자우편”을 받았다. 임신이 힘들다는 걸 말하면 여성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비출산 장려 만화’라는 비판이다. 작가는 “공감이든 비판이든 임신과 출산에 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런 논의가 많아지길 바랐다”고 했다.
는 임신의 기쁨 이면에 있는 고통과 괴로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자연 임신이 안 돼 등 떠밀리듯 난임병원에 다녔던 일도 이야기한다. 인공수정할 때 커튼 사이로 여러 여성이 시술받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그때 그는 “돼지가 돼서 교배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남편 포포가 들어간 정액채취실 내부도 그대로 보여줬다.
작가는 임신에 관한 구체적 정보를 어디서도 얻을 수 없었다. “임신에 관한 책을 보면 대부분 태교에 관한 것이다. 임신의 여러 변화를 다룬 책에는 ‘임신을 하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스트레스가 심할 수 있다’거나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고 쓰였을 뿐이다. 그 불안이 뭔지, 왜 그렇게 불안한지 구체적으로 쓰여 있지 않다. 추상적인 말뿐이다.”
낙태에 관한 논문을 읽고 그린 에피소드임신한 뒤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학교 성교육 때 배우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와 ‘아기가 생긴다’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남들이 경이로운 경험으로만 말하던 태동이 시작되자 배 속에서 누가 꼬챙이로 쑤시는 것처럼 아팠다. 출산 전 가진통 때문에 두 차례나 입원했다.
임신으로 경력도 단절됐다. 미술 강사일을 하면서 집에서 직장까지 280㎞에 이르는 거리를 출퇴근했다. 임신한 뒤에는 몸이 안 좋아져서 일하기 힘들었다. 비정규직인 그는 휴직도 할 수 없어 임신 5개월 때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임신은 비정규직이 잘리기 가장 좋은 사유”인 것이다.
임신으로 일을 그만두고 뒤 ‘아기를 낳은 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힘들었다. ‘앞으로 내 인생이라는 게 있을까’라는 걱정도 컸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아이를 낳은 선배들이나 친구들을 보면 육아를 도와주는 친정엄마 도움 없이 일을 계속하는 이가 드물었다. 미술 쪽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는 자신이 겪은 임신에 관한 고통과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모성애가 부족하다는 공격을 받았다. “남들은 아기가 예쁜데 그렇게 힘드냐고 묻는다. 아기 예쁜 거랑 내가 힘든 건 별개의 문제인데 그런 식으로 말한다.”
임신했을 때 안게 되는 다양한 고민 중 낙태에 관한 것도 담았다. ‘13화 낙태’편이 그것. 태아 기형아 검사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낙태를 할까 말까 고민하는 쇼쇼의 모습을 그렸다. 작가는 낙태에 관한 논문 두 편을 읽고 그렸는데, 딱딱한 학습만화를 그린 것 같아 아쉽단다. 무거운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그리려 노력하는 편인데, 이 에피소드에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가장 하고 싶은 말, “엄마도 사람이다”출산 장면도 가감 없이 그렸다. 산모들이 아기를 낳기 전에 제모, 관장, 내진을 해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을 할 때 부끄럽고 창피하게 여기는 여성이 많아 ‘출산 굴욕 3종 세트’라고 한다. ‘40화 노 눈치 요정’편에서는 아기를 낳을 때 힘을 줘 ‘눈치 없는 요정’ 똥이 나오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작가는 아기를 낳을 때 “굴욕 삼형제(제모, 관장, 내진) 이후 더 부끄러운 상황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관장을 해도 벌어지는 민망한 상황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며 웃었다. 출산할 때 성스럽고 감동적인 순간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것이다. 엄마도 화나고 불안하고 아이가 미워질 때가 있다. “주위 분들이 ‘아기가 무겁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말 하면 아이가 안 큰다고. 그렇게 엄마의 감정이나 고통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 임신·출산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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