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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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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팔다리는 아나키즘”을 외쳤다

운동과 담 쌓아온 기자, 홈트레이닝으로 생존 체력을 키우다…

‘전정윤의 작심 4주!’ 첫 회
등록 2018-06-12 07:35 수정 2020-05-02 19:28
5월 말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카피를 내세운 책 을 읽곤 “당장” 운동을 시작하리라 마음먹었다. ‘당장’이라 함은 ‘일이 일어난 바로 직후의 빠른 시간’인데, ‘나의 당장’은 그럴듯한 핑계를 통해 ‘차일피일’이라는 말로 또 바뀌었다. 눈치를 보아하니 기사가 한두 개쯤 더 필요할 것 같은 가시방석 회의 시간, 중의적으로 생존(생존 체력과 생존 발제)을 위한 사고를 쳤다. 정론지를 추구하는 편집장이 발제를 ‘킬’해주리라는 자기부정 오할, 어차피 해야 하는 운동이라면 ‘까짓것 쓴다’는 정신승리 오할로 ‘나의 홈트레이닝 체험기’를 발제했다. 1년하고도 6개월 만에 마루에 요가 매트를 다시 펴고 유튜브 홈트레이닝을 따라 하게 된 사연이다.

“아침을 상쾌하게 깨워주는 ‘눈 뜨자마자 스트레칭’ 시작할게요. 먼저 양쪽 다리를 가볍게 당겨 안아주세요. 오른 다리를 쭈욱 펴 올리고 왼쪽 다리는 내려줍니다. 무릎 뒤를 잡고 ‘후~’ 내쉬면서 몸 쪽으로 잡아당겨주세요. 아침이라서 다리가 아직 뻣뻣한 상태니까 천천히 무리하지 말고….”

셀룰라이트가 차오를 때마다
유튜브 홈트레이닝 콘텐츠 ‘다노티비’의 다노 언니가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노티비 갈무리

유튜브 홈트레이닝 콘텐츠 ‘다노티비’의 다노 언니가 스트레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다노티비 갈무리

6월7일 밤, 유튜브 인기 홈트레이닝 콘텐츠 ‘다노티비’의 페르소나 ‘다노 언니’의 나직한 목소리를 따라 원래 무겁고, 밤인데도 뻣뻣한 내 양쪽 다리가 버둥버둥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포’ 10년, 스노보드 체험기를 쓰며 “내 팔다리는 자치정부”라던 선배를 보며 자신 있게 웃었던 나다. ‘애프터’ 10년, 나는 설원도 아닌 요가 매트 위에서 고작 9분15초짜리 스트레칭 동영상을 따라 하며 “내 팔다리는 아나키즘”을 외치고 있었다. 운동을 작파한 지 1년6개월 만에 개과천선 홈트레이닝의 길로 접어든 ‘마녀’를 응원하려고 나란히 요가 매트를 편 딸과 카메라를 들이댄 남편이 아니었다면 슬그머니 “오늘은 이만” 하고 체험기 첫 회를 ‘예고편’으로 만들 뻔했다.

운동과 담을 쌓은 사이 벼락같이 ‘마흔’이 찾아왔다. 체중이 7㎏ 불어난 건 그렇다 치고, 한때 “아시아에서 2만 등 안에 든다”는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던 명품 체력은 회식 1차도 두려운 저질 체력으로 강등됐다. 조금만 급격하게 자세를 고쳐도 다리에 쥐가 나 하루에도 몇 번씩 절뚝절뚝 애처로운 몸개그를 해야 했다. 거금을 들여 떠난 가족여행 때는 해변에서도 수영장에서도 파라솔 그늘 속으로 파고들었다. 더구나 명색이 ‘마감 노동자’인데 마감을 하루 앞두고 기사 수십 장을 백지로 남겨둔 채 까무룩 깊은 잠에 빠져드는 날이 부쩍 잦아졌다는 건 명백한 생존 위기 신호였다.

사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나는 이미 완벽한 홈트레이닝 성공 비법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체득하고 있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까지 네 차례에 걸쳐 10~30㎏을 찌우기도 했지만 빼기도 했다. 그때마다 다이어트 방법은 늘 똑같았다. 임신 중 불어난 30㎏을 모유수유로 고스란히 덜어냈던 때 한 번을 제외하면, 나의 다이어트 스승은 세 번 다 ‘이소라 언니’였다.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직업적 특성상, 홈트레이닝만큼 시간이 잘 맞는 운동이 없었다.

1998년 한국 홈트레이닝의 역사를 개척한 ‘슈퍼모델 이소라의 슈퍼 다이어트 체조 비디오’(이하 이소라 비디오)가 출시됐다. 시작하기가 너무 어려워 그렇지 일단 시작하면 저돌적인 나는 곧이곧대로 비디오 동작을 따라 했다. 복부와 허벅지, 엉덩이에 2ℓ 삼다수 각 2병에 버금가는 셀룰라이트가 차오를 때마다 한동안 소원했던 ‘이소라 언니’에게 사과하며 에스오에스(SOS)를 쳤다. 소라 언니의 길쭉한 팔다리를 흠모하며 날마다 1시간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몇 달씩 비디오가 늘어질 때까지 따라 했고, 나중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이용했다. 여기에 하루 한두 끼는 채소와 단백질 식단, 밥을 먹을 땐 평소 식사량의 절반, 저녁 7시 이후엔 금식 규칙을 지키면 체중은 저울로 재서 덜어낸 듯 줄었다. 첫 주에는 2㎏, 둘째 주부터 매주 1㎏씩… 더 이상 뺄 데가 없는 ‘연예인 몸무게’로 내려갈 때까지 체중은 따박따박 줄었다. 20대 중반 첫 다이어트에서 첫 달 5㎏, 둘째 달 4㎏, 셋째 달 4㎏, 넷째 달 4㎏ 도합 17㎏을 줄였고, 두 번째 세 번째 다이어트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원하는 만큼’ 살을 뺄 수 있었다. 각종 불량식품을 끊고 건강하게 먹으며 운동을 하니 부작용도 없이 되레 건강해졌다.

“체중보다는 ‘습관 성형’에 초점 맞추라”

홈트레이닝‘만’ 목적이라면 나는 다시 한번 ‘홈트레이닝의 고전’ 이소라 비디오에 도전했으리라. 기사까지 쓰는 마당에 20여 년 전 홈트레이닝을 소개할 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최신 유행 콘텐츠를 엄선했다. 유튜브 쪽에 여성용 홈트레이닝 가운데,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으면서도, 운동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채널을 문의했다. 땅끄 부부, 스미홈트 등 요즘 주목받는 홈트레이닝을 추천받았고, 그 가운데 회사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를 개발한다는 ‘다노 티비’부터 섭렵해보기로 결심했다.

나의 홈트레이닝 목적은 두 가지다. 장기적으로 달리기·수영·자전거 3종 세트에 무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체력 확보와 균형이 크게 흐트러진 ‘하후상박’형 체형을 개선하는 것.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들러붙은 2ℓ 삼다수 3.5병을 다 덜어낼 욕망은 없다. 다만 더 이상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는 청바지는 과감히 버리더라도, 골반에 걸려 아슬아슬 애를 태우는 작년에 결제한 리넨 통바지만큼은 꼭 다시 입고 싶다. 다노 티비 영상 속 조카뻘 ‘다노 언니’ 이지수 대표의 나지막한 고백을 들으며 ‘오~!!!’를 연발하는 나를 발견하곤 이번엔 소라 언니 대신 다노 언니를 따라해 보기로 결심을 굳혔다.

이 대표는 “20대 중반까지는 단 한 번도 하체살이 빠진 적이 없고 내 하체는 절대 변하지 않는 영역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했다”며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하니까 자연스럽게 하체도 변하고, 바꿀 수 없을 것 같은 부분이 바뀌니까 살면서 무슨 도전을 하더라도 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태도를 가지고 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노 언니의 설명을 더 들어보면,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는 골반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데, 틀어진 골반과 골반 주변 굳은 근육은 내장에 있는 장기까지 압박할 수 있기 때문에 신진대사 저해의 원인이 된다. 혈액순환 장애가 생기면 지방이나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아 근력이 약한 복부와 허벅지 쪽으로 지방이 붙기 쉬워지면서 하체 비만 체형이 된다”고 한다.

자, 이제 고민도 준비도 끝났다. 몸을 움직이는 일만 남았다. 다노 티비 콘텐츠 제작 실무를 맡고 있는 임혜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체력 증진과 하체 비만 모두 꾸준히 운동하는 게 중요하고, 운동습관과 마찬가지로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함께 개선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분과 컨디션만으로도 체중계 숫자는 계속 변하니, 체중보다는 ‘습관 성형’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했다.

영혼 탈곡·환골탈태 챌린지 프로그램”

임 팀장은 “최소 4주 정도 운동을 지속하면서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실제 느껴보는 게 중요하다”며 다노 티비에 올라온 ‘레전드 영상’을 중심으로 ‘4주 챌린지 프로그램’을 추천했다. △1주차엔 강한 운동보다는 다노 티비를 보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고 △2주차는 ‘환골탈태’ 등 본격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되 월·수·금 고강도 운동을 진행하고 △3주차는 ‘영혼탈곡’ 두 세트(2회 반복) 같은 고강도 프로그램으로 운동 강도를 조금 더 높여보고 △4주차는 고강도 운동과 함께 혈액 순환을 돕는 운동을 진행하라고 제안했다.

‘감시’하고 ‘격려’해주는 코치 없이 홈트레이닝을 하면 ‘내가 잘 따라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과 의지 부족으로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임 팀장은 “다노 언니 같은 다이어트 멘토를 따라서 동기부여를 해주고,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과 글을 통해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노핏(주 다노 오프라인 피트니스) 인스타그램 등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어렵게 다시 ‘홈트’의 세계로 귀환한 기자한테는, 당분간 기사 마감 시간이 불확실성과 의지 박약을 보완해주는 ‘버팀목’이 될 듯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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