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굶어도 커피는 꼭 마신다. 식사 뒤 커피 한잔은 필수 코스다. 언제부터 나는 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이 됐을까. 커피 사랑은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 성인 1명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에 달했다. 하루에 평균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신 셈이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현대인에게 사랑받는 기호음료가 된 커피. 그 속에 미각과 후각, 그리고 마음을 매혹시키는 오묘함이 스며 있다. 프랑스의 정치가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은 커피를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예찬했다.
인류는 ‘매혹의 음료’ 커피를 언제부터 마시기 시작했을까? 은 커피가 전파된 길을 되짚어가며 커피의 기원과 그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커피 역사는 1천 년이 넘었다. 커피는 에티오피아에서 처음 발견됐고, 예멘에서 처음 경작됐다. 커피가 에티오피아에서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반도로 전해졌기 때문에 오랫동안 ‘아라비아의 와인’이라는 뜻의 ‘카와’라고 불렸다.
지은이는 커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혁명의 시대에 커피는 혁명가들과 함께했다. 프랑스에서 커피는 계몽사상을 일깨운 각성제로, 카페는 민중의 혁명 의식을 고취한 아지트로 활약하며 프랑스혁명을 이끌어냈다. 프랑스 최초의 카페 ‘카페 르 프로코프’에서 프랑스혁명의 지적 기원으로 꼽히는 가 공동 편집장 드니 디드로와 장 르 롱 달랑베르에 의해 처음 기획됐다. 이 카페는 이후 26년 동안 가 완간될 때까지 계몽사상가들의 아지트로 활용됐다.
커피는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 독립혁명을 촉발한 ‘보스턴 차’ 사건을 일으키는 중요한 오브제로도 한몫했다. 영국은 1764년 북아메리카 식민지에서 처음 설탕에 세금을 부과한 데 이어 1765년에는 인쇄물에도 ‘인지 조례’라며 세금을 매겼다. 버지니아 의회는 즉각 “대의권 없는 과세는 식민지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 반발했다. 당시 지식인들이 매일 모여 토론하고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찾던 곳이 1697년 보스턴에 문을 연 커피하우스 ‘그린 드래건 태번’이었다.
더불어 커피사에 숨겨진 잔혹함도 짚는다. 17세기 유럽 국가들은 식민지의 인력을 커피 재배 노예로 동원했다. 유럽에서 점점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 기존 식민지만으로는 물량이 달리자 새로운 땅을 점령해 커피나무를 심었다. 16~19세기 노예선에 실려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 대륙의 커피농장으로 끌려간 흑인은 4천만여 명에 달했다. 이들을 착취해 유럽 열강들은 큰돈을 벌었다.
“침묵이라는 사치를 누려보세요”책 속으로 떠나는 커피인문학 여행. 커피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그럴 때 잠시, 책 속에 담긴 앤 모로 린드버그 작가의 말을 음미하자.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잔의 커피를 들고 침묵이라는 사치를 누려보세요. 잔에서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마냥 바라보며 여러분 속에 내재된 ‘또 하나의 나’와 교감을 나누며 이렇게 격려해주시면 어떨까요. 그래, 나는 잘 살고 있어. 혼자라고 생각하지 말고 꿋꿋하게 살아가자. 그리고 매 순간 행복하자.”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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