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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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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을 보내는 당신에게

베르베르가 이끄는 ‘신비의 세계’ 꿈으로의 탐험 <잠>
등록 2017-10-04 10:41 수정 2020-05-03 04:28
<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펴냄/ 각 권 1만3800원

<잠 1·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열린책들 펴냄/ 각 권 1만3800원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 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다수는 관심이 없어요.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 있는 평행 세계죠. (…) 무익하다고 오해를 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거예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잠의 세계로 떠난다. 소설 은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대륙’ 수면의 세계로의 탐험을 그린 작품이다. 수면 연구에 천착해온 신경생리학자 카롤린 클라인의 아들 자크가 어머니의 연구를 이어받아 수면 세계를 제어하고 꿈을 통해 시간을 넘나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이야기다.

베르베르의 자각몽과 불면증

베르베르는 1980년대 한 매체에서 과학기자로 일하며 썼던 자각몽(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며 꾸는 꿈)에 관한 르포 기사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구상했다. 그는 당시 취재하다가 자각몽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그를 괴롭히는 불면증도 작품을 쓴 계기가 됐다.

역자 전미연씨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책은 20대의 자크가 아톤이라는 꿈속 시간 승강기를 타고 온 40대의 자신을 만나는 이야기”라며 “아톤은 시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접근 없이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현실에 갇혀 아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20대의 자크에게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바로 잠자는 시간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소중히 여기는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의 자각몽”이라고 썼다.

이번 책에서도 과학적 이론과 상상력을 쉬운 문장으로 풀어내는 베르베르 특유의 스토리텔링 능력이 돋보인다. 300쪽 넘는 두 권의 책이 술술 읽힌다. 쉽고 가벼운 듯 보이지만 사회를 풍자하는 묵직한 시사점이 많다. 미래의 수면제를 개발하는 자크의 어머니 카롤린은 “위대한 과학적 발견들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아들에게 보여준다. 그 진실은 신약 개발·연구라는 목적 아래 많은 동물이 임상실험으로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 임상실험을 하는 신경생리학자 카롤린과 동물보호단체의 대립을 통해 동물실험의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모두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주제다.

“꿈은 내 모든 영감의 원천”

베르베르는 자각몽을 완벽히 통제해 불안·우울·공격성·자살충동 등을 제거한 말레이시아 세노이족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로서 ‘잠’을 재조명한다. 잠을 통해 만난 꿈의 세계에서는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고 복잡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그리는 세상 속 모습은 꿈같다. 사람들은 영화관에서 꿈을 관람하고, 학교에선 아이들에게 단잠 자는 방법과 꿈꾸는 방법을 가르친다.

베르베르는 “잠과 꿈을 통해 창의력을 키우고 유지한다. 꿈은 내 모든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잠 잘 자는 법’을 알려준다. “잠들기 전에 심호흡을 크게 몇 번 하고, 책을 조금 읽어봐요. 흥미로운 소설만 한 수면제가 없죠. 소설을 읽는 동안 꿈에 나타날 첫 장면이 만들어져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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