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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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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꿈을 보라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 청사진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등록 2017-10-04 10:34 수정 2020-05-03 04:28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펴냄/ 1만4800원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김영사 펴냄/ 1만4800원

2062년. 대기업에서 일하는 남편이 “어제 꼬박 2시간 동안 일했어!”라고 투덜댄다. 아내가 위로한다. “세상에, 회사가 무슨 짓을 한 거죠? 그렇게 노동력을 착취하다니!”

하루에 2시간 일했다고 투덜거리다니, 꿈같은 이야기다. 1960년대에 방영된 미국 만화영화 이 상상한 100년 뒤 모습이다. 만화 속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고작 9시간씩만 일한다. 가히 ‘유토피아’라 할 만하다.

네덜란드의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신간 에서 이렇게 과거 인류가 꿈꿔왔던 미래를 하나씩 보여준다. 그중엔 북미와 유럽, 한국 등에서 현실이 된 꿈도 상당하다. 절대빈곤과 전염병 퇴치, 노예제도 종말, 민주주의 시작 등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유토피아가 됐을까?

21세기 최대 과제 ‘주 15시간 노동’

오늘은 또 오늘의 불만이 있는 법이다. 저자는 만족할 줄 모르고 끝없이 다음을 욕망하는 행위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꿈꾸는 행위 자체가 진보라고 이야기한다.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말을 인용해 “우리가 원해야 하는 것은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니라, 상상과 희망이 살아 있고 꿈틀거리는 세상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유토피아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한번 머나먼 수평선에 시선을 고정하고 닻을 끌어올려 항해를 떠나야 한다.

저자는 21세기 인류가 이뤄내야 하는 최대 과제로 ‘주 15시간 노동’을 꼽는다. 150년 전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과 공산주의 혁명가 카를 마르크스 때부터 꿈꿨던 미래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30년께 “인류는 2030년이면 주 15시간만 일할 것이고 무한한 여가시간을 보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2017년의 우리는 알고 있다. 케인스의 예측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는 사실을. 노동시간은 그때보다 그리 줄지 않았다. 전업주부이던 여성이 직장에 다니게 되면서 부부 합산 노동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가사노동과 양육 시간도 줄지 않았다. 줄어든 건 여가시간뿐이다. 저자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를 인용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오랜 시간 일하는 한국인은 이 사실을 이미 피부로 알고 있다.

충격의 경계를 확장하라

저자는 각종 데이터를 근거로 노동시간 단축을 부르짖는다. 창의적 능력을 계속 사용하는 사람은 평균 하루 6시간 이상 생산성을 발휘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 등을 늘어놓는다. 그렇다고 갑자기 근무시간을 주당 20시간이나 30시간으로 줄이자고 말하진 않는다. 노동시간 단축을 정치적 이상으로 삼자고 말하면서, 남성의 육아휴직과 보육을 뒷받침해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이를 생동감 넘치는 일화와 성공 스토리를 통해 철저히 검증해낸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주 15시간 노동뿐만이 아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이나 국경 없는 세계 등 ‘유토피아’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가 인용한 미국 변호사 조지프 오버턴의 말이 인상적이다. 급진적인 아이디어를 합리적으로 들리게 만들려면 매우 충격적인 아이디어의 경계를 확장해야 한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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