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테스트’가 유행한 적 있다. 10개 문항에 정도껏 답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군요’ 혹은 ‘상당히 부족한 자존감, 당신은 지금 이대로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등의 글이 나오는 식이다. 물론 수많은 성격 테스트처럼 재미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테스트 결과를 공유한 사람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들의 자존감은 평균 이상이거나 평균이었다.
모순적이게도 은 지난해 출간돼 1년 동안 45만 부가 팔리며 부동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높은 자존감’도 이제 하나의 스펙이 되는 건가 씁쓸했다. 하지만 나부터도 ‘자존감 수업’이란 책 제목을 누군가에게 들키면 ‘낮은 자존감’을 고백하는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 자존감이 도대체 뭐길래?
자존감 취약 직종은 워킹맘·비정규직은 행복, 불안과 분노, 슬픔과 우울 등의 감정과 자존감의 상관관계를 친절히 해부해 설명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훈련 방법을 제시한 ‘실습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윤답장 선생님’으로 알려진 지은이 윤홍균 정신과 전문의는 사람들이 수시로 경험하는 억압과 불안, 감정적 모순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회복해야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뒤처지는 기분, 포기하고 싶은 마음, 중독에 빠져 희망을 놓고 싶은 충동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어찌 보면 내 인생은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고백은 ‘자존감 문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의사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란 점을 일깨운다.
특히 더 쉽게 상처받는 직업이 있다. 계약직, 비정규직, 워킹맘, 전업주부, 감정노동자, 직장인, 취업준비생 등 스스로 쉽게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이들은 계속 자신을 소진하며 끊임없는 경쟁 속에 자신과 남을 비교하며 불안을 겪는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자존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은이는 자존감 회복 과정을 자전거 타기 혹은 수영에 비유한다. 한번 익혔다고 항상 잘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존감에 올라타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할 운명이다. 자전거는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 우리는 분명 한두 번 넘어질 것이다. 자전거를 배운 지 30년이 넘은 사람도 가끔 넘어지고 깨지는 이치와 같다. 하지만 자전거를 일으켜 다시 올라탈 줄 알며, 상처를 치료할 줄 아는 사람은 더 이상 자전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타고 싶고, 애용하며, 즐기게 될 것이다.”
책을 덮고 나가 걷거나 일기를 쓰거나지은이가 권하는 실천법은 쉽고 구체적이다. 무기력에 빠진 사람에게는 “당장 책을 덮고 나가 걷기 시작하라”고 명령한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그게 뭐라고!’라는 주문을 외우”게 한다. 지독한 하루를 보낸 사람에겐 그날을 떠올리며 “‘괜찮아! 일기’를 쓰라”고 권유한다. 각 장 마지막에 제시되는 훈련 과제 24개는 자존감 훈련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돌아보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실천해봄직하다. 무엇보다 그가 서문에서 밝힌 저술 동기는 이 책을 신뢰하게끔 한다. “이 책은 ‘딸들에게 들려주는 자존감 이야기’이기도 하다”.
허김지숙 디지털뉴스팀 기자 suoop@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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