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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개미지옥에서 버티는 방법 <일상기술연구소>
등록 2017-10-04 09:29 수정 2020-05-03 04:28
<일상기술연구소> 제현주·금정연 지음/ 어크로스 펴냄/ 1만5천원

<일상기술연구소> 제현주·금정연 지음/ 어크로스 펴냄/ 1만5천원

“내일은 막막하고 마음은 불안한 시대, 좋은 일상을 만드는 구체적인 기술을 연구합니다.”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는 1년 넘도록 같은 오프닝 멘트로 방송을 시작한다. “인생을 잘 사는 건 자신도 없고 너무 먼 얘기처럼 느껴지던” 이들은 매일의 일상을 좀더 충실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얻고 싶었다.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는 체력을 얻으려면 얼마나 운동해야 할까. 아끼고 아껴도 구멍이 나는 통장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노동의 개미지옥에서 버티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 제현주씨는 막막한 미래를 그리며 불안해하기보다 시선을 앞으로 짧게 당겨보길 권한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 연구하다보면 그다음엔 이번 한 주를, 이번 한 달을 살아낼 단단한 힘이 생긴다고 강조한다.

‘만드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는 것

책에는 12명의 기술자가 등장한다. 첫 번째 주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을 불안의 한복판에 놓는 가장 큰 요인인 ‘돈’이다. 많이 벌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적게 쓰고 싶어도 늘 씀씀이가 만만찮은 이들을 위해 ‘기술자’ 박미정(경제교육협동조합 푸른살림 대표코치)씨가 전하는 기술은 이렇다. 부채를 자산이라 여기지 말 것, 정당화되는 소비는 없다는 것. 어디에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소비, 싸구려 옷을 사 모으는 건 나쁜 소비라고 구분지을 필요가 없다. 자신의 소득 상황을 인지 못하는 소비가 가장 나쁜 소비다. 100만원을 버는데 150만원어치 책을 사는 건 올바른 소비 습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미정 기술자는 소비를 줄이려면 한 항목을 정해 한 달간 지출하지 않는 방법을 권한다. 한 달 동안 시도해봤는데 죽을 만큼 힘들다면 그 항목은 다시 지출해도 되고, 끊어도 사는 데 지장 없다면 계속 사지 않는다. 돈 관리 기술은 결국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어떻게 살아갈지 방향키를 잡는 일이다.

노동과 소비로 이분화한 삶이 너무 팍팍하다면 아랑(문화로놀이짱) 기술자가 전하는 손으로 만드는 기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쓸모’나 ‘돈 되는 일’로 삶을 판가름하지 않고, 몸을 쓰며 얻는 순수한 기쁨을 놓치지 않기 권한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생산할 능력을 가진 제작자로서의 삶”은 소비하는 인간으로서만 존재하는 나를 넘어서는 길이다.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데서 느껴지는 성취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당장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을 리는 만무하므로, 이 영역의 기술자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은 비숙련의 시간을 견뎌내는 것이다. 내 손과 몸의 감각에 집중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집중하면 어느덧 ‘만드는 사람’으로 살게 된다는 것이 아랑 기술자의 전언이다.

일단 시동이라도 걸어보자

이외에 일상을 유지하는 작은 내공들이 깨알같이 쏟아진다. 카오스 같은 물건들 사이에서 ‘잘 쌓고 잘 찾는’ 축적과 정리의 기술, 시도와 포기를 반복하는 운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기 위한 ‘운동 자존감’을 키우는 기술 같은 것들이다. 모든 기술자가 강조하는 핵심 기술을 요약하면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둘째,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시동이라도 건다.

신소윤 미래라이프팀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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