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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끄러운 세상을 부숴라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는 자본주의 사회… 가짜 아름다움의 실체 밝힌 <아름다움의 구원>
등록 2016-07-29 17:54 수정 2020-05-03 04:28

표지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그려져 있다. 유명한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의 ‘풍선 개’다. 이 작품은 2013년 11월 크리스티 옥션에서 5840만달러에 팔렸다. 한국돈으로 600억원이 넘는다. 생존 작가의 미술품 중 최고 경매액이었다.
<font color="#006699"><font size="4">페이스북 ‘좋아요’의 실체 </font></font>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2천원

<아름다움의 구원> 한병철 지음, 이재영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 1만2천원

자본주의와 성과사회를 줄곧 비판해온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 교수는 에서 제프 쿤스 작품의 인기 비결을 ‘매끄러움’이라고 말한다.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풍선 개는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듬어지고 연마”돼 표면이 매끄러운 조형물이다. 한 교수는 이 매끄러움이 시장이 요구하는 아름다움이라고 설명한다. 수백억짜리 미술품에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스마트폰의 반짝이는 표면, 털을 깨끗이 밀어버리는 브라질리언 왁싱이 사랑받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한 교수는 매끄러움이 각광받는 이유를 부정적인 것들이 제거됐다는 점에서 찾는다. 이물질이 없어 누구나 받아들이기 편한 것이 눈길을 끈다는 말이다. 한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은 눈에 보이는 상품의 매끄러움만 말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역시 매끄러움의 상징이다. 사람들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고 유쾌하며 읽기 쉬운 글에 ‘좋아요’를 누른다. 그곳에는 웃음꽃 피는 일상만 존재한다. 이러한 매끄러움은 “정보와 소통과 자본의 순환을 가속화”한다. 비효율이 없는 세상. 시장이 원하는 사회다.

누구나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매끄러움의 특징은 거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것이 있다. 나와는 이질적인 타인이다. 그들과의 관계를 끊는 것, 혹은 공통분모만 찾아 즐기는 것, 그래서 매끄러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오늘날 강요되는 아름다움의 실체다. 나르시시즘의 미학이다.

하지만 한 교수는 이처럼 일시적 만족감만 주는 아름다움은 진정한 미가 아니라고 말한다. 미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관계를, 실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꿔놓는” 힘이다. 그 힘은 나르시시즘의 덫을 끊고 사람들을 진리에 가닿을 수 있게 만든다. 한 교수는 여러 사례를 들며 과거에는 상처와 재앙, 삶을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충격 같은 부정성이 미의 필수 요소였다고 설명한다. 모나고 뾰족해 나를 아프게 하는 힘이 사라진 현대의 미는 자기 위안을 위한 상품일 뿐이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현실은 한 교수가 말하는 이상과 멀리 떨어져 있다. 제주 강정마을, 경남 밀양 그리고 이젠 경북 성주에서 좀비처럼 끈질기게 되살아나는 용어가 있다. ‘외부 세력’이다. 권력은 우연히 그려진 행정구획에 따라 내·외부를 가른다. 타인을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우리’의 일원이 되라고 채근한다. 대통령은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한다. 매끈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외부 세력이라는 이물질을 깎고 다듬어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font color="#006699"><font size="4">아름다움을 구원할 열쇠는… </font></font>

한 교수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타자와 닿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아름다움을 실현할 수 있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만 움직이는 ‘새마을운동’으로는 진짜 아름다운 새 마을을 만들 수 없다. 겉보기만 좋은 ‘개살구’ 마을을 만들 뿐이다. 결국 이 시대의 수많은 외부 세력만이 진정한 아름다움을 구원할 열쇠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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