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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변해도 5·16은 쿠데타

대담 형식으로 5·16 쿠데타의 성격을 꼼꼼히 분석한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3~6>
등록 2016-07-29 14:54 수정 2020-05-03 04:28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3~6> 서중석·김덕련 지음, 오월의봄 펴냄, 각 권 1만5천원

<서중석의 현대사 이야기 3~6> 서중석·김덕련 지음, 오월의봄 펴냄, 각 권 1만5천원

군사독재 세력이 수십 년간 대한민국 권력을 장악한 과거가 있다. 그 시작이 박정희의 1961년 5·16 쿠데타였다.

박정희 세력은 당시 민주적 합헌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무너뜨리고 헌정을 2년 넘게 중지했다. 그들은 1961년 쿠데타 일주일 뒤, 모든 정당과 사회단체를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이른바 ‘포고령 6호’다. 노동조합도 해산됐다. 정기간행물 1200여 종을 폐간했다.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린 ‘현대판 분서갱유’다.

철학 없는 군인의 반혁명

박정희는 그해 7월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 언론이 정부가 두려워서인지, 제대로 된 비판과 논평을 하지 않는다’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혁명 일주일 만에 신문에 대한 통제를 해제했으며 언론인들이 두려워한다든지 겁을 내기 때문에 논평이나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일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언론인들의 기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해 12월에는 조용수 사장 등 저항세력을 처형했다.

박정희 세력은 1962년 국가보안법을 개정해 정부 비판 세력을 최고 사형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통일운동이나 반정부 활동은 ‘특수 반국가 행위’로 취급받았다. ‘반공’을 국시로 삼으면서 남북관계의 자주성 같은 것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 같은 현대사는 학계에서조차 다루지 못하게 됐다. 군인들이 ‘혁명 재판’을 통해 사법권을 움켜쥐면서 법치주의마저 말라 비틀어지고 있었다. 지방자치도 사실상 이때부터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에서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역사학)는 대담 형식을 빌려 박정희가 주도한 5·16 쿠데타의 성격을 꼼꼼히 기록했다. 5·16은 ‘반혁명 군부 쿠데타’다. 서 교수는 “혁명이냐, 반혁명이냐는 문제와 관련해 몇 가지 기준을 생각할 수 있다. 자유 또는 민주주의와 관련해 쿠데타 세력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 또 사회적 혁명과 경제적 혁명을 하려고 했는지 여부 등이 주된 초점이 될 것이다. 분단 고착화냐 통일 지향이냐 이 문제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5·16 쿠데타의 기본적인 성격을 엿볼 수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서 교수는 박정희가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치사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정희는 한국인들의 민족성이 저열하다고 믿고 있었고, 식민지 노예 근성을 개조해야 한다는 사고도 가졌다. 의회주의와 정당정치에 대한 반감, 극단적인 반공정책이 박정희 사상의 밑바탕이었다.

‘독재자의 딸’이 다시 권력을 쥐면서, 5·16의 반혁명적 성격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극우 성향의 한 역사단체가 최근 5·16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한 억지스런 결론은 이렇다. ‘5·16은 쿠데타인가? 쿠데타가 아니다. 군의 명령을 거부하고 위화도 회군한 이성계 같은 경우가 쿠데타이다. 군인도 민중의 일부분이며, 박정희 소장 외 군인과 민간인들이 참여했고, 군인들은 군의 명령을 받아서 거부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에 쿠데타가 아닌 혁명이다.’

정확한 함석헌의 예언

그러나 책에서 인용한 함석헌 선생의 5·16에 대한 평가는 이렇다. “1960년 4·19 혁명이 믿은 것은 정의의 법칙, 양심의 권위와 도리였지만, 5·16 쿠데타가 믿은 것은 탄알과 화약이다. 그만큼 낮다. 혁명은 민중의 것이다. 군인은 혁명을 못한다. 반드시 어느 때에 가서는 민중과 버그러지는 날이 오고야 만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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