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공을 국시의 제일의로 삼고 지금까지 형식과 구호에만 그쳤던 반공의 태세를 재정비한다.”
‘반공’은 아직 살아 있다. 아니, 활발하게 꿈틀대고 있다. 최근 에 회고록을 싣고 있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군사 쿠데타를 주도한 뒤 발표한 ‘5·16 혁명공약’에 반공을 앞세운 이유로 “오래전부터 공산주의자라는 의심을 받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혐의를 불식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1961년 5·16 군사 쿠데타가 벌어졌고, 두 달 뒤엔 이 땅에 반공법이 등장했다. 훗날 국가보안법의 모태가 된 반공법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이른바 ‘반공주의’는 ‘레드 콤플렉스’ 또는 ‘종북’이라는 단어로 끊임없이 얼굴을 바꿔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 ‘종북세력’을 막겠다며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인터넷 댓글 활동을 벌인 국가정보원, 그리고 통합진보당에 해산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까지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논란의 핵’에는 반공주의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반공주의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런 점에서 (돌베개 펴냄)는 다양한 시각으로 반공주의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독일 비정부기구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FES)의 도움을 받아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기외르기 스첼 오스나브뤼크대 명예교수 등 16명의 사회학자가 냉전 시대에 ‘분단’이라는 공통분모를 안고 있는 한국과 독일 사회에서 1945년 이후 반공주의가 어떻게 사회·정치적 발전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독일 반공주의를 소개하며 유럽 냉전이 시작되면서 서독에서 반공주의가 어떻게 형성됐고, 당시 사회민주당(SPD)과 노동조합의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 반공주의가 정치 지형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보여준다. 또한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정치의 ‘우익 세력’이 어떻게 반공주의를 확대해가는지, 노동·종교와 대중문화 속으로 반공주의가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도 들여다봤다.
“두 강대국 사이의 최전선에 자리잡은 서독과 한국에서는 특수한 형태의 반공주의가 성장했다”는 전제를 두고 반공주의를 분석한 이 책은 한국적 상황에 좀더 무게중심을 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들은 독일 사회를 분석하면서 카를 마르크스라는 공산주의 사상가를 배출한 독일이라는 공간에서는 나치즘이라는 지독한 시대를 지나 특수한 반공주의 개념이 자리잡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1957년 간첩죄로 기소된 노조운동가이자 사민주의자였던 빅토어 아가르츠의 사건 분석을 소개하는 대목은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이 벌어진 현재 한국 사회와 이어진다. 아가르츠는 1956년 서독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공산당(KPD)을 금지한 뒤, 금지된 공산당 활동을 계속해 연방검찰에 기소당한 인물이다.
독일의 빅토어 아가르츠, 한국의 이석기한국 사회 속 반공주의의 변모 과정도 촘촘하게 되짚었다. 김동춘 교수는 “과거 독일 파시즘도 인종주의라는 퇴영적 사상에 기초하고 있지만, 한국의 반공주의는 자유주의라는 그 출발의 사상적 내용을 거의 삭제해버렸다. 한국 반공주의자들이 주로 거론하는 ‘자유’ ‘민주’ 담론의 실제 내용은 반공, 반북 또는 친미일 뿐 자유주의나 사회민주주의 등 어떤 일관된 정치 노선이나 정책적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시장주의·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얼굴을 바꿔 배회하는 이 시대의 반공주의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정욱식 <md>
1980년대 말 냉전이 끝났을 때, ‘미사일방어’도 죽은 듯했다. 아니었다. 조지 ‘아들’ 부시 행정부를 탄생시킨 ‘네오콘’은, 혼령을 ‘생전의 모습’ 그대로 불러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새 책 <md>(서해문집 펴냄)에서 “절대안보를 향한 욕망과 패권 경쟁, 군산복합체의 무시무시한 번식력”을 ‘MD 유령’ 부활의 배경으로 꼽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목도한 인류는 냉전 초입부터 ‘핵’이란 공포에 시달렸다. 미국이 찾은 ‘두려움 극복법’은 두 가지였다. 첫째, 더 많은 핵무기를 쌓아두는 일이다. 폭격기 대신 핵무기를 실어나를 새로운 ‘운반 수단’도 필요했다. 지구 반대편까지 한 번에 날아갈 수 있는 무기,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다.
냉전 시절 미국의 대표 ICBM은 ‘미니트맨’이다. 보잉이 개발한 700만달러짜리 이 미사일의 길이는 약 18m, 무게는 약 35t이다. 3단계로 분리되는 로켓엔진이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는 거리는 약 1만3천km다. 속도는 마하 23. 초속으로는 약 7km, 시속으로는 약 2만4100km에 이른다. 발사 뒤 30~40분이면 대양을 건너 ‘목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두려움 극복법’은 남의 핵무기 때려잡기, 곧 ICBM을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방어망이다. 눈 깜박할 사이에 7km를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가능할까?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록히드마틴·레이시온 등 군산복합체의 주장이다. 그런가? 최근 우리나라 배치 여부로 논란을 부른 ‘종말단계고고도지역방어’(THAAD·사드)를 사례로 살펴보자. 지은이는 이렇게 지적한다.
“사드는 2005년 11월부터 2013년 9월까지 모두 17차례 비행(요격) 시험이 실시됐다. 초기에는 요격 시도 자체가 없었거나, 가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도상 실험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기 단계에는 단거리 미사일, 그것도 탄두와 추진체가 분리되지 않은 상태의 미사일을 요격 대상으로 삼았다. 요격 대상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 시험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여러 차례다. 시험은 성공을 위해 완벽한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이뤄졌다. 요격 대상 미사일도 ‘나간다’고 알려주고….”
네오콘은, ‘악의 축’을 내세워 ‘유령’을 되살렸다. 이라크-이란-북한이 삼각형의 꼭짓점이다. 섣부른 이라크 침공으로, 네오콘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 전쟁에 반대했던 대통령 시대에도, 미사일방어는 살아 있다. ‘이란핵’과 ‘북핵’을 목숨줄 삼아.
정인환 영상센터 기자 inhwan@hani.co.kr
기무라 히데아키 지음, 정문주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6천원
모이제스 나임 지음, 김병순 옮김, 책읽는수요일 펴냄, 2만2천원
갑질이 횡행하지만 통계상으로 권력의 힘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재임 기간은 1990년대 10년에서 5년 반으로 떨어졌다. 80%는 임기를 채우지 못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단순한 권력의 이동, 분산, 쇠퇴가 아니라 권력이라는 개념의 종말이라고 선언한다. 그 바탕으로 양적 증가, 이동, 의식의 변화에 주목한다.
신기주 지음, 마티 펴냄, 1만2천원
여러 잡지를 거쳐온 필자가 에 2년간 연재한 글을 경제, 사회, 미디어, 정치 네 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분류했다. 글을 묶자 포착되는 것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보수화다. 저자는 ‘장기보수’를 정치적 보수의 문제로 파악하지 않는다. 보수 집권은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다이내믹했던 한국 사회가 정체됐다는 것이다.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펴냄, 1만5천원
2015년 잡놈들은 어디에 있나. 조현아는 잡놈이 아니다. 자기 돈과 권력을 사사로이 운용한 덜 떨어진 사람 정도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모자란 사람이다. 갑과 을 위에 있는 것이 잡놈이다. 저자는 잡놈을 ‘인사권에 기대어 감사를 피하며 공공의 돈을 사사로이 유용하는 놈’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3년 남은 2017년 대선을 향한 경제학자 우석훈의 실천적 고민.
전성태 지음, 창비 펴냄, 1만2천원
팀 버케드 지음,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펴냄, 2만원
1974년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은 이렇게 물었다.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가. 철학자의 대답은 ‘결코 다른 생물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였는데, 생물학자인 저자는 과학적 성과와 실험을 통해 대답을 내놓는다. 새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등 감각세계를 재구성해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고 그것은 어떤 느낌일지 알려준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배성민 옮김, 글항아리 펴냄, 6천원
기독교를 비판했던 저자가 그 대상을 이슬람교로 바꿔서 계속한 종교 비판 작업. 두 형제 테러리스트는 한심한 만화를 싣는 인기 없는 풍자 주간지 에 왜 총기를 난사했을까. 저자는 테러 이후 세계 지도자들의 하나가 된 행진에 구역질을 느낀다. 자유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립은 가짜 대립이며 상대를 전제하며 서로를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함돈균 지음, 세종서적 펴냄, 1만5천원
문학평론가가 사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아나섰다. 저자는 검은 리본에서 ‘사람 인(人)’을 본다. 리본은 심장에 달려 있다. 검은 리본에 대한 글은 이영광의 시를 인용해 이렇게 맺는다. “죽은 자를 마주할 때는 산 자의 사회적 얼굴을 벗고 허위의 말을 스스로 삼키며 심장을 꺼내놓아야만 한다. 오직 사람(人)으로만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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