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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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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형시장 ‘보이지 않는 손’ 외

‘끝없이 확장되는 자기 개조 회로’로 구성된
성형의 세계를 분석한 <성형>
등록 2015-03-06 05:48 수정 2020-05-02 19:27

대한민국은 가히 성형공화국이다. 국제미용성형외과협회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용시술·성형수술 건수가 연간 65만 건으로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만 명당 시술 건수는 131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양적 팽창을 거듭하는 성형은 ‘이미지 변신’을 하고 있다. 단순히 얼굴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열등감을 치유하고 삶에 자신감과 의욕을 불어넣는 행위가 되었다.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이미지메이킹 담론과 어우러져 ‘자기 돌보기’라는 좀더 적극적인 프로젝트로 진화한다.

〈성형〉은 성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넘어 성형산업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성형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한겨레

〈성형〉은 성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을 넘어 성형산업의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성형을 다룬 영화의 한 장면. 한겨레

책 (태희원 지음, 이후 펴냄)은 성형 경험자들, 의사·상담실장·간호사들의 인터뷰와 의료 현장의 참여관찰을 통해 미용성형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기존 성형에 대한 찬반 논란을 넘어 ‘끝없이 확장되는 자기 개조 회로’로 구성돼 작동하는 성형시장을 세밀하게 분석한다.

스펙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극적인 방법

저자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 체제로 이행하면서 이루어진 경제적·문화적 변화가 미용성형 산업의 호황을 이끌어낸 주요한 맥락”이라고 말한다. 노동 유연화와 복지 축소로 삶의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개인들은 끊임없는 투자와 개발을 통해 자신을 ‘팔릴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외모 역시 스펙의 일환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모 관리는 자아를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필수적인 기술이며, 미용성형은 이를 가장 극적으로 실현시켜줄 중심적인 테크놀로지로 부상했다.”

성형에 꽈리를 튼 자기계발 이데올로기는 TV 성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프로그램의 서사 구조는 비슷하다. 주인공은 고통스러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행복을 쟁취한다. 이때 변화의 대상은 한 개인이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성형이 있다. 그들을 변화시키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열등 콤플렉스의 치유 개념을 들여와 ‘마음을 고치는 의사’가 된다.

미용성형 상품의 소비자이자 성형외과 환자인 여성들의 특수성은 온라인상의 성형 커뮤니티에서 잘 드러난다. 성형에 관심 있는 이들이 주로 찾는 커뮤니티는 자신에게 적절한 성형 방법을 공부하는 학습의 장이자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자조 모임이다. 그들은 이곳에서 성형 후기를 보고 다른 이들의 변화 과정을 본다.

저자는 “변형 중인 몸 이미지들이 증폭되는 현상, 그리고 변형 자체가 관심의 중심이 되며 그 이미지에 중독되는 현상은 미국 대중문화연구자 타라 맥퍼슨이 ‘미용성형 포르노그래피’라고 명명한 상황과 닮았다”고 분석한다. 몸 변형의 당사자인 여성의 사회적 삶이나 현실적 고통 등은 생략한 채 성형 이미지가 포르노그래피처럼 전시됨으로써 사람들의 시선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자기 개조의 회로에서 벗어나기

몸이 자아의 중심이 되는 ‘육체자본’ 속에서, 몸은 곧 사람의 품위와 인격을 나타내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 토대 위에 또 다른 개조 욕망을 만들고 새로운 성형 상품을 쏟아내는 성형시장의 그물망은 복잡하고 견고하다. 이런 성형 네트워크 속에서 끝없는 자기 완성의 프로젝트를 단념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미용성형이라는 끝없이 확장되는 자기 개조의 회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성찰과 노력은 개인 차원이 아닌 사회의 몫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살만 루슈디의
작가 ‘은둔의 시간’

살만 루슈디, 세계 인구 중 16억명에게 증오를 불러일으킨 이름이며 죽음과 시위에 대한 기사에서 따라붙었던 한 작가의 이름이다. 1988년 살만 루슈디가 소설 를 발표하면서 모든 것이 시작됐다. 작가는 무함마드 언행록에 나오는 악마의 미혹에 대한 일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썼다. 책이 출판되자 무슬림들은 이슬람교를 연상시키는 한 종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이 이야기를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였다. 작가의 고국인 인도가 가장 먼저 이 책을 출판 금지했고 여러 나라에서 책을 불태우고 작가를 규탄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1989년에는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가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의 작가와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는 종교 칙령, 파트와를 발표했다. 책을 진열한 서점들에서 잇따라 폭탄이 터지고 이탈리아어 번역가와 일본어 번역가가 살해당했다. 노르웨이에서도 번역본을 낸 출판사 대표가 공격을 당했다. 그 뒤 살만 루슈디는 9년 동안 영국 경찰 특수부의 경호를 받으며 이름과 사는 곳을 숨긴 채 살아야 했다. 조지프 앤턴은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의 이름에서 따온 살만 루슈디의 가명이다.

(김진준·김한영 옮김, 문학동네 펴냄)은 호메이니가 파트와를 발표한 시점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난 날에 끝난다. 10년 동안 조지프 앤턴으로 살아야 했던 작가는 회고록에서 시종일관 주인공을 ‘루슈디씨’라는 3인칭으로 부른다. 한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자기 미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냉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자기 작품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다. “는 예언자 스스로 늘 원한다고 말했던 방식 그대로 그를 대했을 뿐이다. ‘하느님의 아들’처럼 거룩한 존재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하느님의 심부름꾼’으로. 이 작품은 예언자를 당대의 산물로, 시대가 만들어낸 인물로, 그리고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극복할 능력도 있는 지도자로 묘사했다.”

당시 서구의 진보 진영에서도 논쟁은 민감하고 까다로운 문제였다. 영국과 이란이 출판을 계기로 국교를 단절하자 영국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문화적 편협성의 사례”라는 비판과 “이야기를 계속할 권리”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갈렸다. “누구나 이야기와 함께, 이른바 거대 서사 속에서 살아간다. 국가도 하나의 이야기, 가족도 이야기, 종교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려줄 권리는, 그리고 그 이야기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는 만인의 것이며 마땅히 만인의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 한 가지 이야기로 인생이 바뀌었던 작가의 답이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민주주의의 수수께끼존 던 지음, 강철웅·문지영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1만8천원

어떻게 민주주의라는 단어가 전세계에 유행하게 된 것일까? 과연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존 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쓴 이 책은 이런 민주주의를 향한 다양한 질문들을 고찰한다. 민주주의가 인류 역사에 처음 도래한 이래 미국 독립혁명을 거치면서 오늘날 탁월한 지위를 획득하게 되는 여정을 추적한다.

해방일기10김기협 지음, 너머북스 펴냄, 2만4천원

1945년부터 1948년까지 해방 공간을 조명한 역사학자 김기협씨의 가 전 10권으로 완간됐다. 해방을 목전에 둔 1945년 8월1일부터 남한 단독정부 수립 즈음인 1948년 8월14일까지 역사를 일기 형식으로 정리했다. 10권 ‘해방을 끝장낸 분단 건국’ 편에서는 대한민국이 이승만의 권력 사유화 의지에 떠밀리면서 세상에 나서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쓴맛이 사는 맛 채현국·정운현 지음, 비아북 펴냄, 1만3천원

‘시대의 어른’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이 이 땅의 청춘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철학을 담았다. 그는 “쓴맛이 사는 맛”이라며 “쓴맛도 우리 삶의 일부이며, 오히려 인생이 쓸 때 삶이 깊어진다”고 역설한다. 삶이란 “끊임없이 묻고 배우고 깨우치는 과정”이라고. 수많은 갈등과 시행착오를 거치며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죽이는 책 존 코널리·디클런 버크 엮음, 김용언 옮김, 책세상 펴냄, 2만3800원

등장인물이 화려한 미스터리 비평선집. 119명의 미스터리 작가들에게 걸작 미스터리를 하나씩 뽑아달라고 부탁했다. 에드거상을 수상한 랜스데일은 레이먼드 챈들러의 을 추천했다. 챈들러의 책은 한 권 더 추천되었는데 마이클 코널리가 추천한 다. 정작 도 도 빠졌다. 이런 결락에 선집의 묘미가 있다.



성노동자, 권리를 외치다밀사·연희·지승호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8500원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씨가 성매매에 종사하며 성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밀사와 연희를 만나 인터뷰한 성매매와 성노동을 둘러싼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성과 폭력, 다수자의 소수자에 대한 낙인 등과 관련한 주제가 담겨 있다.

초목전쟁 세라 로즈 지음, 이재황 옮김, 산처럼 펴냄, 1만5천원

19세기에 영국과 중국이 벌인 동백나무(차)와 양귀비(아편)를 둘러싼 ‘초목전쟁’ 이야기. 책은 영국이 당시 청나라에서 차나무를 빼내오는 데 성공한 뒤 홍차의 나라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당시 영국의 산업 변화나 식문화뿐만 아니라 중국 차 산지의 상황과 자연 풍광, 그리고 19세기 중국의 정세와 사회 풍속 등을 영국인이라는 낯선 서구인의 시선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조효제 교수의 인권 오디세이 조효제 지음, 교양인 펴냄, 1만6천원

’인간답게 살 권리의 참뜻’을 찾아 세계 곳곳을 탐사한 지적 오디세이의 기록이다. 저자 조효제 교수는 폴란드의 오시비엥침(아우슈비츠)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세계 최초로 군대제도를 없앤 나라 코스타리카에서 작은 나라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꾼 인권외교의 가능성을 본다. 이런 여정을 통해 인권이 새로운 유형의 편견과 억압을 격퇴할 수 있는 진정한 무기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만해, 그날들 박재현 지음, 푸른역사 펴냄, 1만5천원

‘님의 침묵’의 시인이자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만해 한용운(1879∼1944)의 생애를 다룬 평전. 박재현 동명대 불교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만해가 1904년 백담사 산문을 나와 한양으로 떠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1944년 6월 만해가 숨을 거둘 때까지의 시간을 다룬다. 만해가 자신의 생각을 토로하는 식으로 재구성해 일종의 소설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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