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제작소가 공동 편집한 가 출간됐다. 3월 출간 예정이던 책이 많이 늦어졌고, 그사이 생각도 상황도 많이 변해 인쇄된 책을 보는 마음은 약간 오그라들고 얼굴도 살짝 화끈거린다. 온라인 서점을 보니 ‘제작문화의 정치학으로’라는 소개글이 달렸는데, 그보다는 지금의 제작문화를 바라보는 몇 가지 정치·경제·문화적 시선이 담겼다고 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지난해 말 현재의 ‘제작문화’에 대한 책을 출간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눌 때만 해도 우리는 그간 우리가 관심을 두고 리서치를 하고 있던 ‘기술제작문화’에 대한 관심이 연장되는 책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책 출간을 위해 필자를 섭외하고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는데, 많은 글들이 ‘노동’문제를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것이 강렬하게 드러날 때는 그것의 질서가 재편되거나 소멸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순간일 텐데, 확실히 지금의 제작문화는 변화되는 노동구조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닿았던 몇몇 상황을 빗대어 표현해보자면, 1. 창문도 없는 전형적 산업사회의 공장에서 생산된 (그나마 노동자를 해고하고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버린) 콜트·콜텍 기타, 2. (누가 작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오픈소스로 올려진 도면을 내려받아 레이저 커터로 만들어낸 기타, 3.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생산된 키트에) 레고가 덧붙여져 만들어진 기타를 동시에 보며 느끼는 감각이랄까(이 분열적 감각이라니….-.-). 어쨌든 이 책의 여러 글들은 지금의 정보기술이 변화시키는 사회구조가 어떻게 노동조건을 바꿔가는지 읽어내는 데 참조할 글이 많다.
연구자 최영숙은 현재의 구로디지털단지를 구로공단의 역사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오며 산업화 시대의 전진기지가 다시금 정보기술 산업의 전진기지로 배치되는 지금을 얘기하는데, 그 변화에서 어떤 생산의 손들이 누락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또한 요한 소더버그의 글은 지금의 자유노동(혹은 공짜노동)이 급여제 직장과 무급의 공동체 사이 중간지대에서 생성되는 현상을 기술하며 개인 제작자들의 부상을 다루고 있다. 역사와 현장을 아우르는 이 글들이 드러내는 층위들에 머리가 아프다 싶으면 워크스가 그린, 페이지마다 한 프레임씩 채워진 샌드위치들의 모션 애니메이션을 즐기기 바란다.
도움 주신 분들에게 애정을 듬뿍 보내며 공동 편집한 출판사 미디어버스는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공공 도큐멘트’ 시리즈는 동시대의 징후를 하나의 주제로 포착해 출판하는 부정기 간행물이며, 그들의 사이트에서 구입하면 이런 출간을 지속하는 데 힘이 된다.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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