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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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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주무르는 검은손

권력투쟁과 돈거래로 점철된 FIFA 역사 고발한 <피파 마피아>
등록 2014-06-21 04:59 수정 2020-05-02 19:27

얼마 전 축구스타 마라도나는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 안에서 엄청난 뇌물이 오갔다”고 폭로했다. “FIFA의 뇌물 관행이 공공연한 것”이라는 마라도나의 주장은 우리에겐 낯설지 몰라도 이미 외국 언론에선 ‘공공연한’ 소식이었던 듯하다. FIFA 위원 14명이 카타르에 표를 던질 때는 그곳이 한여름이면 50℃를 넘기는데다 아직 변변한 경기장 하나 없다는 사실은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그런데 카타르 유치를 주도했던 인물로 알려진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이제 와서 월드컵을 겨울로 미루는 게 좋다는 입장을 보여 축구팬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12월은 유럽 축구리그가 한창인 시기다. 심지어 제프 블라터 FIFA 회장은 “10년 뒤 세계 기후 상황이 어찌 변할지 누가 알겠느냐”며 말을 피했다.

한여름 50℃가 넘는 카타르에서

권력투쟁과 돈거래로 점철된 국제축구연맹(FIFA)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제프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정몽준 FIFA 전 부회장,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 FA )회장의 일러스트(왼쪽부터). 돌베개 제공

권력투쟁과 돈거래로 점철된 국제축구연맹(FIFA)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 제프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정몽준 FIFA 전 부회장,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 FA )회장의 일러스트(왼쪽부터). 돌베개 제공

얼마 전 한 외신은 카타르 유치권을 확보하는 데 무함마드 빈 함맘 전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과 정몽준 FIFA 명예 부회장이 담합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카타르 출신인 빈 함맘은 오랫동안 블라터 FIFA 회장의 최측근으로 활동하다가 부패 문제로 평생 자격 정지를 당한 사람이다. 영국 는 정몽준에게 FIFA 부회장 자리를 약속하는 대신 카타르 유치권을 확보하는 거래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토마스 키스트너·돌베개)는 권력투쟁과 돈거래로 점철된 FIFA 역사에서도 특히 2022년 카타르 개최와 2018년 러시아 개최를 ‘참극’으로 표현한다. 정황은 이렇다. 프랑스는 강력한 경제 파트너인 카타르의 월드컵 개최를 지지했다. 프랑스 출신 플라티니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직접 압력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카타르는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에 월드컵 이후 새 경기장을 지어주겠다고 약속했으며 아프리카축구총회 스폰서를 맡기도 했다.

그라운드의 승부조차 돈과 권력의 역사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책의 증언이다. 독일의 탐사 전문기자인 지은이는 1990년부터 모든 월드컵 현장을 돌아다녔고, 2002년 한국에도 왔다고 했다.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유세 때 “‘한국이 준결승에 올라간 건 정몽준이 월드컵 축구 심판을 전부 매수해서 한 것 아니냐’라고 하는데 내 능력이 그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발언한 일이 있다. 지은이는 2002년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이탈리아 검찰이 한국과 이탈리아의 16강전 경기를 맡았던 심판을 고소한 일을 상기시키며 이 돌출 발언의 근거를 댄다. 반대로 당시 정몽준의 정적이던 블라터 FIFA 회장은 한국과 독일이 맞붙은 준결승전에서 갑자기 심판을 교체했다. 책은 마찬가지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독일이 어떻게 그리 쉽게 준결승까지 갈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티켓 판매나 관광상품에서 큰 이익을 보지 못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같은 경우를 제외하면 개최국이 예선에서 탈락한 경우는 없었다는 것이다.

개최국이 예선에서 탈락 않는 이유

위키리크스 폭로에서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가 “러시아는 지도부에 희망을 걸기 어려운 마피아 같은 나라”라고 판단하는 내용이 있었다. 지은이는 이 말을 정확히 FIFA 지도부에게 돌려준다.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기간에 “우리는 월드컵이 필요 없다, 병원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축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맹목적 자부심, 민족 감정, 도취를 이용해 누군가에게 돈줄을 대는 시스템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남은주 문화부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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