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8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가 열린 다음날인 지난 8월8일, 일본군 위안소 관리자가 남긴 일기 원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려대 한국사연 구소는 이날 1942년 8월~ 1944년 말 버마(미얀마)와 싱 가포르에서 일본군 위안소 종업원으로 일한 조선인의 일 기 원본을 공개했다. 여기엔 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관 리했다는 사실과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록이 담겨 있다.
기존 일본 극우에 대한 용인?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운영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자료의 발견으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의 가 닥을 잡을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위안부 문제 가 역사와 정치에 두루 걸쳐 있기 때문이다. 박유하 세종 대 교수(일문과)의 (뿌리와이파리 펴냄)은 탈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한 책이다. 대표적 ‘지일파’인 박 교수 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는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인 위안부를 대체한 존재 였다”며 “조선인 위안부는 피해자이면서, ‘제국’에 편입된 ‘식민지인’으로서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이 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른바 ‘식민지의 모순’이라는 것. 그 는 또 “일본군이 ‘위안부’를 필요로 한 것은 맞지만 사기 등의 불법적 수단으로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다”며 “위안부의 ‘불행’을 만든 강간이나 폭 행, 감시, 고문, 중절 등의 주체는 포주였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군인들의 동지로 인식했던 피해자들의 ‘긍 지’, ‘적국’이던 중국인 여성이나 네덜란드 여성과는 달랐 던 조선인 위안부의 위치 등을 고려해 위안부의 ‘총체적 인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최근 공개된 자료를 차치한다면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안이하게 문제 를 바라본 사람들에게 분명 충격적이다. 그러나 그 충격 은 이내 의문을 낳는다. “위안부 소녀상은 실제 ‘위안부’ 일 수 없다, 수요집회에 청소년들이 많은 것이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는 오늘 날 미군기지의 문제”라고 말할 때, 저자가 말하는 합리 와 균형은 가뭇없다. 특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냉전’적 ‘좌우 갈등’이기도 하다”며 제국과 냉 전이 남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위안부 문제의 진 정한 해결이 요원하다는 허무주의적 주장에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본 우익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마 치 한국의 탈근대론자들처럼 민족주의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경계가 결과론적으로 기존 (일본) 극우에 대한 용인을 낳은 셈이다.
정말 필요한 건 분석 아닌 공감인지도반면 일본판 (重重)과 함께 출간된 안세홍의 포토 에세이 (서해 문집 펴냄)는 전쟁이 끝났어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겹겹 이 쌓인 한을 들여다본 책이다. 결국 위안부 문제에서 여전 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석’이 아닌 ‘공감’이라고, 그 문제 해결의 시작도 타인의 고통을 자기화하는 일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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