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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타인의 고통을 자기화하는 일

해결되지 않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들여다본 두 개의 시선,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와 안세홍의 <겹겹>

제974호
등록 : 2013-08-13 17:01 수정 : 2013-08-1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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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일본 군 위안부 피해자 김의경 할머니가 해외 공민증을 펼쳐 보이고 있다. 공민증에는 ‘김의경·여자·1918년 11월14일·조선 사람·경기도 경성시’ 등이 기록돼 있다. 1970년대 북조선은 중국 재외동포들에게 해외공민증을 만들어주었다.서해문집 제공
‘제108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가 열린 다음날인 지난 8월8일, 일본군 위안소 관리자가 남긴 일기 원본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고려대 한국사연 구소는 이날 1942년 8월~ 1944년 말 버마(미얀마)와 싱 가포르에서 일본군 위안소 종업원으로 일한 조선인의 일 기 원본을 공개했다. 여기엔 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관 리했다는 사실과 위안부를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록이 담겨 있다.

기존 일본 극우에 대한 용인?

일본군이 위안소를 직접 운영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자료의 발견으로 위안부 문제는 해결의 가 닥을 잡을 수 있을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위안부 문제 가 역사와 정치에 두루 걸쳐 있기 때문이다. 박유하 세종 대 교수(일문과)의 <제국의 위안부-식민지 지배와 기억 의 투쟁>(뿌리와이파리 펴냄)은 탈식민주의적 시각으로 위안부 문제에 접근한 책이다. 대표적 ‘지일파’인 박 교수 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는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인 위안부를 대체한 존재 였다”며 “조선인 위안부는 피해자이면서, ‘제국’에 편입된 ‘식민지인’으로서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이 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른바 ‘식민지의 모순’이라는 것. 그 는 또 “일본군이 ‘위안부’를 필요로 한 것은 맞지만 사기 등의 불법적 수단으로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다”며 “위안부의 ‘불행’을 만든 강간이나 폭 행, 감시, 고문, 중절 등의 주체는 포주였다”고 주장한다.

스스로를 군인들의 동지로 인식했던 피해자들의 ‘긍 지’, ‘적국’이던 중국인 여성이나 네덜란드 여성과는 달랐 던 조선인 위안부의 위치 등을 고려해 위안부의 ‘총체적 인 모습’을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최근 공개된 자료를 차치한다면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안이하게 문제 를 바라본 사람들에게 분명 충격적이다. 그러나 그 충격 은 이내 의문을 낳는다. “위안부 소녀상은 실제 ‘위안부’ 일 수 없다, 수요집회에 청소년들이 많은 것이 앞으로의 한-일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안부 문제는 오늘 날 미군기지의 문제”라고 말할 때, 저자가 말하는 합리 와 균형은 가뭇없다. 특히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냉전’적 ‘좌우 갈등’이기도 하다”며 제국과 냉 전이 남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위안부 문제의 진 정한 해결이 요원하다는 허무주의적 주장에서,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본 우익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마 치 한국의 탈근대론자들처럼 민족주의에 대한 저자의 남다른 경계가 결과론적으로 기존 (일본) 극우에 대한 용인을 낳은 셈이다.

정말 필요한 건 분석 아닌 공감인지도

반면 일본판 <중중>(重重)과 함께 출간된 안세홍의 포토 에세이 <겹겹-중국에 남겨진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서해 문집 펴냄)는 전쟁이 끝났어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중국에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겹겹 이 쌓인 한을 들여다본 책이다. 결국 위안부 문제에서 여전 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분석’이 아닌 ‘공감’이라고, 그 문제 해결의 시작도 타인의 고통을 자기화하는 일에서 비롯돼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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