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X기자
(918호에서 계속) 개아범은 역시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2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삐쳐 있다니 독한 놈. 노래방에서 방귀 좀 뀐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여자는커녕 헐랭이, 짠지, 나랑 간 노래방에서 누가 똥폼 잡고 임재범 노래를 연이어 부르라고 했나? 임재범 노래는 듣는 노래지 부르는 노래가 아닌 걸 모르니~. 이제야 말한다. 사실 개아범이 의 첫 소절인 “어찌합니까~”를 부를 때 나도 모르게 방귀가 나왔다. 의도한 게 아니었다. 나도 내 자신의 순발력(?)에 놀랐다. 물론 가만히 배출하지 않고 다른 마이크를 엉덩이에 끌어대고 뿌웅~ 방귀 노랠 불렀으니 열받을 만도 하겠지. “어찌합니까~ 뿌~웅~.” 내 첫 반주(!)에도 개아범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소절을 이어갔다. “어떻게 할까요~.” 나도 친구 된 도리로 반주를 이어갔다. 두 번째 싸지를 땐 뿌지직~ 더 큰 소리가 나더라는. “어떻게 할까요~ 뿌지직~.” 역시 사람의 몸은 위대한 악기다. 그 이후로도 네댓 번 연달아 연주는 이어졌다. 빽~ 뿡~ 삐익~ 뽕뽕뽕~. 개아범은 나를 노려보며 정말 어찌해야 하냐, 어떻게 해야 하냐는 표정을 짓더니 “다시는 안 본다”며 노래방을 뛰쳐나갔다.
그게 마지막 개아범의 모습이었다, 라고 얘기하며 앞을 보니, 와잎이 대게를 게걸스럽게 먹으며 말했다. “왜? 아예 똥을 싸지?”난, 나직이 대꾸했다. “게만 드시지 마시고 술도 좀 드시며 말씀하세요~.” 지인의 연락을 받은 사장님이 막걸리와 서비스 안주를 내왔다. 와잎은 뭘 이런 걸 내오냐며 반색했다. 와잎은 유머러스한 사장님과 연신 막걸리를 마셨다. 도대체 너를 계속 술 먹게 하는 ‘팔선녀’는 누구냐? 막걸리가 막 걸리는 분위기를 간신히 마무리하고 아들 녀석과 와잎을 차에 탑재한 뒤 12시께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 그냥 혼자 떠나고 싶다~.
한 번도 선배들에게 상납하지 않고 부부들끼리만 맛있는 것 먹는다는 거지근성 민원에 그 다음주 토요일 다시 북한산 주말농장으로 향했다. 뭐 사기 좋아라 하는 와잎이 마트에서 쇠고기와 주류 일체 장을 미리 봤다. 먼저 도착해 나무를 주워다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숯을 얹었다. 연기가 눈을 찔렀다. 불이 붙자 고기를 올려 이리저리 구웠다. 이윽고 정인환·이세영 기자, 그들의 딸들과 김남일 기자, 김성환 기자 부부가 도착했다. 술을 왜 이렇게 많이 사왔냐(몰라서 묻나?)는 이세영 기자의 말에 정인환 기자가 “남으면 싸가면 되지”라고 말하자, 와잎이 일갈했다. “싸가려면 고기를 싸가세요~.” 정인환 기자가 역시 제수씨 멋지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주폭마누라’와 사는 내 생각을 하라고!
다들 쇠고기 맛이 죽인다며 맥주와 고기를 잘도 먹었다. 고기 맛도 못 보고 연신 고기만 굽다가 갑자기 울컥했다. 정인환과 김성환을 빼곤 본 칼럼을 늘상 쌈마이 쓰레기 칼럼이라고 비난하며 폐지를 촉구하던 면면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 이거 먹고 떨어져라~라고 생각하는데 뒤늦게 편집장 내외분 입장. 난 긴장했다. 예전 집들이 때 옆자리 선배를 너무 먹여서 “자기야, 내 선배야~ 살살 해~”라고 했더니 “니 선배지 내 선배냐?”라고 싸지르던 와잎이 아닌가. 다행히 남편의 직장 생활을 위해서였는지, 칼럼 존치를 위해서였는지, 아님 팔선녀의 지령이 없어서였는지 그날 와잎은 주폭을 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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