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원한 건 어려운 고백은 아냐 날 사랑하는 것만큼 표현해주는 것 내가 느낄 수 있도록.” 1993년 4인조 남성그룹 ‘노이즈’가 이라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 반응은 뜨거웠다. 누구나 1절만 들으면 2절부터는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쉬운 멜로디와 부담 없는 리듬, 또 제아무리 몸치라도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전의식을 불태우게 만드는 쉬운 안무까지. 노이즈의 이 노래 가사는 1990년대 초·중반 가요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 대중이 가요에 원한 건 어려운 음악이 아니었다. 그저 신나게 표현해주는 것, 대중이 따라 부를 수 있도록. 그것이 가요의 존재 이유였다.
가벼운 하우스·댄스를 내걸고 나온 노이즈는 내놓는 곡마다 ‘대박’이었다. 1집 에 수록된 에 이어 도 히트곡 반열에 올랐다. 2집에서는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가, 120만 장을 팔아치운 3집에서는 가 연달아 인기를 모았다. 노이즈는 멤버 개개인이 두각을 나타내는 팀은 아니었다. 천성일, 홍종구, 한상일, 김학규로 시작해 김학규가 탈퇴하고 홍종호가 합류한 뒤 여러 번 멤버 교체가 있었지만 이름만으로 얼굴을 떠올리긴 힘들다. 다만 아무래도 댄스 그룹보다는 회사 사무실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던 보컬 홍종구의 얌전한 안경만이 기억에 남아 있다. 대신 노이즈의 음악만은 조금만 틀어줘도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전곡이 쉽게 떠오른다.
요즘 아이돌은 멋있어 보이고 트렌디해 보이는 데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콘셉트를 쉽게 가져가는 팀이 많지 않다. 지나치게 섹시하려고 노력하거나 어울리지 않게 귀여워 보이려고 노력한다. 게다가 음악은 콘셉트와 묘하게 엇나가며 한 귀로 들어와 다른 쪽으로 흘러나간다. 이럴 때 1990년대식의 단순한 전략을 잘 이용하면 아이돌 팬덤에 소구하기보다 일반 대중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아이돌 그룹 중에는 멤버 몇 명만 활동하는 유닛 그룹이 이런 전략으로 좋은 반응을 얻는다. 대규모 그룹인 슈퍼주니어와 애프터스쿨을 주목할 만하다. 밝고 즐거운 음악을 하는 ‘슈퍼주니어 해피’와 트로트를 앞세운 ‘슈퍼주니어 T’는 등 해맑은 곡을 내놓았다. 애프터스쿨의 유닛 그룹인 ‘오렌지 캬라멜’은 등 귀에 쏙쏙 꽂히는 곡으로 애프터스쿨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멜로디와 웃음이 절로 나오는 재미있는 가사, 쉬운 안무다. 완전한 그룹으로 활동할 때는 무대 위에서의 카리스마를 잃지 않고, 유닛 활동을 할 때는 신비주의 대신 친근함을 앞세운 전략으로 실속을 챙긴다.
노이즈부터 슈퍼주니어, 애프터스쿨을 관통하는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은 ‘쉽게 가면 성공한다’. 수직이론이 전하는 내용만큼이나 단순하고 간명한 이론이 아닐 수 없다. 독자가 기자에게 원하는 건 어려운 이론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것만큼 표현해주는 것이라 믿으며 이번주 아이돌 코드 수직이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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