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현실문화연구 펴냄)이 출간됐다. 지난 5년6개월 동안 편집위원장을 맡아서 고생한 나로서는 남다른 감회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나는 건축과는 거리가 먼 사회학자이지만 정기용 선생과의 인연으로, 그리고 출판에 대해 조금 안다는 사정으로 의 편집위원장을 맡게 되었다. 정기용 선생은 지난 3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선생은 숨을 거둘 때까지 작품집의 출판을 기다렸다. 내 마음은 기쁘고도 안타깝다.
작품집 출간으로 완성된 전집내가 편집 책임을 맡은 것은 만이 아니다. 으로 사실상 ‘정기용 전집’의 출간이 마무리됐다. 나는 ‘정기용 전집’ 출간을 진행했다. ‘정기용 전집’은 세 차례에 걸쳐 출판됐다. 먼저 2008년 10월에 세 권이 출판됐다. 이어서 2010년 11월 두 권이 출판됐다. 끝으로 올 7월에 이 출판됐다.
이렇게 5년6개월에 걸쳐 여섯 권의 책을 출간하는 과정에서 김수기 현실문화 사장, 김병옥 기용건축 소장, 최김재연 경기도의회 의원, 서정일 박사, 신혜숙, 김도연, 이희경 등 많은 사람들이 고생했다. 그러나 가장 큰 고생을 한 이는 바로 정기용 선생 자신이었다. 선생은 암 투병과 설계 작업의 와중에도 모든 자료를 직접 확인하고 글을 썼다. 특히 작품집에 쏟은 열의는 경이로웠다. 그래서 정기용 선생이 작품집 출판을 못 보고 돌아가신 게 더욱 안타깝다.
나는 정기용 선생과 1999년 9월에 창립한 문화연대의 공간환경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했다. 선생이 위원장을 맡고 내가 부위원장을 맡아서 2002년까지 많은 활동을 했다. 건축과 사회학의 만남이었다. 우리는 올바른 실천을 위해 우선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울 수도권 대탐사’ ‘서울 탐사’ 등 현장 답사를 20여 차례에 걸쳐 실행했다. 그리고 서울 용산 미군기지를 반환받아 ‘생태문화공원’을 조성하자는 활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간문화운동을 적극 펼쳤다.
정기용 선생은 깊은 인문적 인식과 사회적 의지를 동시에 갖춘 보기 드문 지식인이자 건축가였다. 답사에 참여한 학생들과 시민들은 그의 말을 들으며 매번 감동했다. 우리가 함께했던 답사와 실천의 경험은 2002년 출간된 로 응축됐다. 이런 활동을 하며 정기용 선생은 자신만의 깊이 있고 매력적인 언어로 꾸준히 글을 썼다. 여섯 권으로 일단락된 ‘정기용 전집’에서 우리는 정기용 선생을 오롯이 읽을 수 있다.
선별된 43점의 작품 담겨
나는 2005년 말 정기용 선생이 암에 걸리셨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래서 2006년 초 오랜만에 선생을 만나서 오랫동안 얘기를 나눴고, 내가 전집의 출판을 책임지고 진행하기로 했다. 실제 작업을 진행하는 데는 후학인 서정일 박사의 참여가 결정적으로 중요했다. 서 박사의 참여로 많은 시간을 투여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이 확보됐다. 그 결과 전집의 출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나는 우선 글들을 먼저 출판하고, 작품집을 이어서 진행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작품집 출판은 매우 어렵다. 다룰 요소가 아주 많다. 스케치, 설계도, 사진, 설명문 등을 갖추는 게 매우 어렵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완전한 작품 목록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시안만 작성한 미완의 작품도 모두 목록화했다. 그 결과 2007년 여름쯤 70점 넘는 목록이 작성됐다. 여기서 작품집에서 다룰 작품 43점을 추렸고, 그중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대표작’ 12점을 골랐다. 이것으로 선별 작업이 끝나지는 않았다. 선별 작업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지난해 가을이었다.
정기용 선생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도 ‘기적의 도서관’과 ‘봉하 주택’일 것이다. 정기용 선생은 아이의 마음으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했고, 그 결과 정말 기적 같은 도서관들이 만들어졌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 있는 봉하 주택은 정기용 선생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 담긴 소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형 주택이다. 이걸 ‘아방궁’이라고 왜곡한 자들은 정말 벌을 받아야 한다. 정기용 선생은 터무니없는 왜곡에 분개하면서도 결국 진실이 이기기 마련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정기용 선생의 건축은 ‘감응의 건축’과 ‘협치의 건축’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전자는 정기용 선생과의 대화를 통해 얻은 깨달음으로 내가 규정한 것이고, 후자는 정기용 선생 자신이 기적의 도서관을 정리하며 규정한 것이다. 전자는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고, 후자는 사람들이 서로 힘을 모아 이루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에서 우리는 두 개념의 의미와 가치를 잘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정기용 선생이 애써 가꾼 두 개념이 한국 건축을 넘어 세계 건축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의 사회성 강조한 마지막 강연정기용 선생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 실천한, 참으로 보기 드문 건축가였다. 2010년 11월 서울 광화문의 일민미술관에서 ‘정기용 건축전’이 개막됐다. 마지막 대중 강연이 된 그 개막 강연에서 정기용 선생은 다시금 건축의 사회성을 강조했다. 을 통해 그의 정신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자신의 작품에 끝까지 책임지려 애썼던 정기용 선생의 영전에, 그리고 건축문화의 발전을 꿈꾸는 모든 시민에게 이 아름다운 책을 바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응의 여정’을 이어가길 바라며.
홍성태 상지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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