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아시는지 모르겠다. YTN에서는 여전히 을 방송하고 있다. 자투리 영상을 재치 있게 구성한 4분짜리 은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과는 다른 독특한 웃음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 검경 등 권력의 핵심도 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이 프로그램 특유의 풍자와 유머에 시청자와 네티즌은 응원 댓글이든 악성 댓글이든 큰 관심을 보였고,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편성하기에 이르렀다.
히트작도 줄줄이 나왔다. 비교적 최근에 방송된 히트작으론 2009년 6월 방송된 ‘살기 좋은 세상’ 편을 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네 슈퍼 등을 방문하고 상인들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상인이 대형마트 때문에 장사가 안 돼 힘들다고 하자 대통령이 “방학 때문에 손님이 없나?” “값은 여기(동네 슈퍼)가 더 싸지 않나?” 하고 되묻는 장면이었다. 제목 ‘살기 좋은 세상’은 대통령이 상인들에게 “그래도 하소연할 데라도 있으니 세상 살기 좋아졌다”라고 말한 대목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언론자유지수 69위(‘국경 없는 기자회’가 175개국을 상대로 한 조사)인 한국에서 도 우여곡절을 피하지 못했다. 제작 PD 3명 중 2명이 해고돼 2008년 10월에 방송이 중단됐다가 2009년 임장혁 기자가 돌아오면서 4월에 방송을 재개했고, 8월에 다시 임 기자가 대기발령을 받은 뒤 사라졌다 방송되기를 반복했다.
급기야 제작진이 전면 교체된 뒤 은 ‘조용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제목과 형식, 배경음악은 변함없지만 내용이 달라지자 시청자와 네티즌은 ‘악플’조자 달지 않았다. 용산 참사 희생자 가족을 만나서 눈물 흘리는 총리, 어민과 농민을 언급하며 울먹이는 한나라당 의원이 등장하는 에 아예 관심을 끊어버린 것이다. 예전처럼 대통령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만, 풍자 기능이 사라진 은 오로지 대통령의 발언과 행보를 앵무새처럼 전달할 뿐이다.
올해 1월5일, ‘서설의 조건’ 편에서는 “연말에 정부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어 서민 일자리 창출하는 데 직격탄이 되었다”는 자막과 함께 한나라당 의원의 말만 방송했다. 풍자와 유머는커녕 최소한의 균형 감각마저 잃었다.
시청자의 싸늘한 반응과 더불어 YTN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한 기자는 “항상 관심의 중심에 있었고 이슈를 만들어냈던 이 그저 그런 영상으로 몰락해가는 느낌”이라고 했다. 노동조합 홈페이지에는 “을 폐지해라. 제발 폐지라도 시켜라”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을 둘러싼 이 모든 사태가 의 소재가 될 법하다. 기존에 없던 형식에 담은 해학과 풍자, 시청자와 네티즌의 뜨거운 반응, 제작진 해고와 교체, 프로그램 변질까지, ‘원조’ 이라면 다루었으련만 ‘짝퉁’ 엔 요원해 보인다. 의 명랑 무쌍한 영광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는 것인가.
김현정 블로거·mad4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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