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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약진’ 왜 아무도 말 안 하지?

12명의 문화평론가가 뽑은 ‘사소해서 더 가치 있는’ 올해의 문화계 뉴스
등록 2009-12-24 06:13 수정 2020-05-02 19:25
12명의 문화평론가가 뽑은 ‘사소해서 더 가치 있는’ 올해의 문화계 뉴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12명의 문화평론가가 뽑은 ‘사소해서 더 가치 있는’ 올해의 문화계 뉴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나무 하나로 숲을 이룰 수는 없는 법. 올해의 문화계 숲도 크고 작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이뤄졌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한 명의 팝황제가 떠났고, 불황과 신종 플루까지 더해져 문화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공연계는 신종 플루로 인해 각종 행사와 공연이 취소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음악계는 이제 다시 못 볼 팝황제를 추모하는 열기에 휩싸였다. 방송계는 ‘막장 아니면 대작’ 드라마만이 살아남았다. 이렇게 숲을 이룬 큰 나무들 사이에서 빛을 못 본 작은 나무들은 없을까? 예민한 촉수를 가지고 사는 문화계 전문가들에게 작은 나무들을 살펴봐달라고 요청했다. 이름하여 ‘문화계, 사소해서 더 가치 있는 올해의 뉴스’다. 우선 공연·방송·미술·음악·출판·영화 6개 분야를 나눴다. 각 분야 전문가 두 명씩을 선정한 뒤 사소한 뉴스 3개씩을 뽑아달라고 요청했다. 전국민의 관심을 받기엔 부족했고, 이야기하기엔 사소해보였던 것들에 더 큰 의미가 숨겨져 있었다. 깃털처럼 가볍고 사소한 것들이 전체를 이루는 법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 공연거리로 거리로

김일송 편집장

1. ‘19禁’ 연극 옷을 벗다 이후 자취를 감췄던 ‘19금’ 연극이 올 연극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남녀 두 커플이 전라로 출연한 연극 의 성공 이후 두 편의 외설 연극이 등장했다. 성기능 장애를 겪는 회사원과 그의 성기능을 회복시키려는 출장 마사지사의 이야기인 은 빗발치는 항의 전화와 환불 소동으로 인해 개막 5일 만에 서둘러 조기 폐막했다. 40대 중반의 교수가 여제자를 통해 성적 장애를 극복한다는 는 전라와 적나라한 성행위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일본까지 순회 공연 중이다.

2. 아동극들 신종 플루 앓다 ‘신종인플루엔자 쓰나미’가 2009년 하반기 공연장을 강타했다. 특히 면역력 낮은 아동극들이 신종 플루에 치명타를 입었다. 브로드웨이 어린이 영어극 는 개런티와 홍보비로 1억여원의 비용을 치른 상태에서 눈물을 머금고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지역 공연장들도 아동극·가족극을 취소하며 울상을 지어야 했다.

거리로 거리로.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거리로 거리로.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3. 연극인 거리로 나서다 지난해와 올해, 많은 연극인들이 극장이 아닌 거리로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0년 가까이 연극인들의 고향 역할을 해온 아르코예술극장을 무용 중심 극장으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고, 이는 연극인 100인 서명으로 이어졌다. 연극인 1037명은 ‘현 시국에 대한 연극인 선언문’을 발표하며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때맞춰 국고 지원을 받은 공연예술 단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가 이어져 정부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탁현민 한양대 교수·문화콘텐츠학

1. 프로젝트 밴드 ‘사람 사는 세상’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 유시민·조기숙·문성근·정연주 등 전 참여정부 관련 인사들이 만든 이 밴드는 노무현재단의 출범을 기념하는 공연에 출연했다. 관객의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당일 공연의 사회를 봤던 배우 권해효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지만 음악적 견해의 차이는 극복하기 어려워 이들이 해체한다”고 말했다.

2. 강산에·김C의 인권콘서트는 진행 중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인권콘서트 ‘HUMAN’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강산에와 김C가 격월로 출연하는 이 공연은 인권실천시민연대와 함께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경찰 정보과 형사와 같은, 초대받지 않은 게스트들이 출몰한다는 것. 지난 10월 공연에서는 티켓도 없이 들어와 공연을 감상(?)하는 정보과 형사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주최 쪽이 이 뻔뻔한 관객을 색출해냈다는 후문이 들린다. 시절이 이러하니 이 공연은 2010년 9월까지 계속된다는….

3. G드래곤 공연 선정성 시비 G드래곤 콘서트에서 한 여성이 침대에 팔이 묶인 상황에서 섹스를 의미하는 ‘액팅’(acting)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청소년 보호의 대의를 위해 즉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꼼꼼하게 지켜본 네티즌 수사대는 “문제의 여성은 팔이 묶인 게 아니라 자기가 고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향후 검찰 수사에 변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이다.

■ 방송‘웰메이드’의 방출이라니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

1. , 2PM 컴백 무대 비록 음향 사고라는 악재가 있기는 했지만, 의 제작진은 2PM의 노래 를 완벽하게 분석해 곡의 뮤직비디오를 능가할 만큼 안무를 전달했다. 지난 1년간 신선한 기획, 대담한 촬영과 편집, 무엇보다도 음악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음악 프로그램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의 역작이었다.

2. 배우 윤여정의 ‘무릎 팍 도사’ 출연 윤여정이 ‘무릎 팍 도사’에서 입담을 풀기 시작하자 그를 ‘누구 엄마’쯤으로 기억하던 시청자도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여배우’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선생님’이면서도 여전히 ‘여성’이며 쿨한 ‘배우’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3. 와 의 조기 종영 두 작품 모두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호흡 안에 멜로부터 정치까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다져넣은 작품이다. 우리의 서울과 제주도를 달리 보게 만드는 영상미까지 보여주며 사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상업적으로 실패했고, 시청자는 ‘막장 아니면 대작’을 원했다. 한국의 ‘웰메이드’들은 그렇게 점점 사라져간다.

〈탐나는도다〉그룹에이트 제공

〈탐나는도다〉그룹에이트 제공

최지은 기자

1. 2PM 재범 탈퇴 많은 연예인들을 만나봤지만 2PM이라는 그룹의 정제되지 않은 자유분방함은 일을 떠나 내 인생의 박카스였다. 그러나 리더 재범이 ‘한국 비하 발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쫓겨나듯 탈퇴를 하고 한국을 떠나는 과정은 연예기사를 통한 폭력과 우리 사회 야만성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새해에는 재범이 돌아오길 기대하지만 그가 예전처럼 솔직하게 말하고 웃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2. 방송 시작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에 퇴근하는 규칙적인 직장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 딱 두 번이다. 2007년 문화방송 이 방송되고 있을 때와 올해 이 시작된 이후다. 팍팍한 일상과 막가는 나라 꼴 때문에 나날이 혈압이 오르긴 하지만 하루 30분 방영하는 덕분에 나머지 23시간 30분을 견딜 수 있다.

3. 의 조기 종영 올해 각 방송사들이 저지른 ‘삽질’ 가운데서도 라는 꽃밭을 짓밟은 야만적 시장 논리는 유난히 잊을 수 없다. 시청률을 위해 ‘막장’도 ‘날림’도 주저 않고 틀겠다면 가끔은 시청자를 위한 웰메이드 서비스 정도는 해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 미술미술이여, 통섭하라

김준기 미술평론가

1. 용산 참사를 함께한 미술인들 아픈 상처가 있는 용산 참사 현장에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사건 발생 뒤 서울민족미술인협회는 을 꾸렸다. 용산 참사 현장에서 돌아가신 이상림 열사가 운영하던 레아호프는 미술관으로 바뀌었다! 이곳에서 올해의 걸작도 나왔다. 이윤엽의 목판화 작품인 , 사진가 노순택의 이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현장의 예술인들 부산에서 활동하는 화가 임영선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그의 초상화를 그려 봉하마을로 내려갔다. 그는 49재 때도 거대한 걸개를 봉하마을에 내걸었다. 서울에서 열린 영결식 때 덕수궁 대한문에 붙어 있던 걸개그림은 만화 작업을 하는 박건웅의 작품이다. 은 현장을 찾은 사람들과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가슴에 남았다. 한 시대에 대한 체험적 고백은 작업실에서 전시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3. 광주의 대인시장예술 프로젝트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특별전시 가운데 하나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올해 들어 한층 활성화됐다. 예술가들의 장기 또는 단기 거주를 통해서 시장을 삶의 공간이자 예술의 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광주에서 현장기획자로 활동해온 박성현 디렉터는 시장 구역에 ‘매개공간미나리’를 열고 대안적인 미술생산 체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거점 공간 중심의 현장미술 활동은 인천의 ‘스페이스빔’, 안양의 ‘스톤앤워터’ 등에서도 활발하다. 바야흐로 도시공간과 시민의 삶의 현장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새로운 예술체제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술이여, 통섭하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미술이여, 통섭하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반이정 미술평론가

1. 쌈지스페이스의 폐관 1세대 대안공간 중 하나가 문 닫은 사건이지만, 미술계 안팎 언론이 이를 크게 주목하진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핵심 기획전은 대안공간들이 도맡았다. 그러나 그 역할은 점차 국공립·사립 미술관과 유수의 갤러리가 수행하며 대안공간의 본분이 유명무실해졌다. 쌈지스페이스 폐관은 핵심 전시 기획의 지형 변경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탄이었다.

2. 다매체 예술활동에 참여하기 시작한 미술인들 나 역시 본의 아니게 미술비평 너머의 영역을 차례차례 맛본 한 해다. 전시회에 출품작가로 초대됐고(일민미술관의 ‘비평의 지평’전, 국내 최초로 비평가 10인이 작품을 낸 기획전이다), 패션쇼의 런웨이 모델로도 나섰다(경기도미술관의 ‘패션의 윤리학’, 유지나 영화평론가·홍신자 현대무용가 등 비전문 모델들을 무대에 올린 오프닝쇼로 전시회를 홍보했다). 단역으로 영화 출연도 했다. 이 모두를 종합하건대 ‘총체예술’과 ‘다매체예술’로 수렴되는 예술계의 한 흐름을 학습할 수 있었다.

3. (마지막 뉴스는 채울 수 없었다. 꿈에까지 나타나 나를 괴롭혔지만 떠올릴 수 없었다.)

■ 음악

어쿠스틱한 여자들, 대거 출현!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1. 홍익대 앞 카페, 어쿠스틱 공연 증가 ‘카페 벨로주’ ‘살롱드미스홍’ ‘디디다’ ‘무대륙’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밴드, 싱어송라이터, 재즈 공연이 열리게 된 건 확실히 홍익대 앞 음악신이 커진 결과다. 단지 공연 장소가 늘어난 게 아니라 인디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 얘기다.

2. ‘이리카페’ 이사 더불어 홍익대 앞 기반 예술가들의 살롱(커뮤니티)으로 자리잡은 ‘이리카페’의 이사도 의미심장하다. 카페가 홍익대 앞 중심가에서 상수동 변두리로 이사하자 이곳의 단골들도 따라 이동해 변두리에 새로운 상권과 커뮤니티가 형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 출판, 미술, 디자인 예술가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모습이 보인다. 홍익대 앞은 여전히 복잡하고 앞으로 더 복잡해질 것이다.

〈카라 베이커리〉 엠넷 제공

〈카라 베이커리〉 엠넷 제공

3. 리얼리티쇼 확실히 케이블TV에선 아이돌(혹은 걸그룹)이 등장하는 리얼리티쇼가 늘었다. 최신 버전은 그룹 카라가 제과점을 차린 . 지난 걸그룹 리얼리티쇼와 비교해 는 제작진이 ‘오덕’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 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로 보인다. 적어도 내 관점에선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각이 달라진) 무척 중요한 징후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1. 음악과 퍼포먼스의 만남 시인 김경주와 낭만유랑악단이 두산아트홀에서 가졌던 ‘천변살롱’, 장기하와 얼굴들의 ‘드라마 콘서트’ 등 음악에 마임·연극 같은 퍼포먼스가 결합한 공연들이 열렸다. 하나의 장르에 다른 장르가 어설프게 결합한 형태가 아닌, 주역과 조역을 나눌 수 없는 융합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들이었다.

2. 인디 음악의 본격 세대교체 지난해 말 등장했던 장기하와 얼굴들, 검정치마, 국카스텐, 브로콜리 너마저 등이 큰 약진을 벌인 한 해였다. 그동안 ‘차세대 거물’들이 사실상 1세대 밴드의 존재감을 넘어서지 못했던 반면, 올해 주목할 만한 활동을 보인 신세대 뮤지션들은 1세대에 육박하거나 혹은 이를 뛰어넘는 위치를 차지했다. 사실상의 본격적인 세대교체였다.

3. 여성 싱어송라이터 폭발 유례없이 많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이 등장했다. 휘루·루네·흐른·아스팔트킨트 등이 데뷔 앨범을 냈고, 오지은·오소영 등의 새로운 앨범도 주목할 만했다. 인디신에서도 여성은 남성 멤버들의 들러리였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는데, 여성 뮤지션들이 대거 등장한 2009년은 젠더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 출판

쏠리니 없어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1. YES24, 1조원 매출 온라인 서점 매출 1위인 YES24의 2008년 매출액은 2996억원으로, 2007년의 2485억원보다 20.56% 성장했다. 올해는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지만 이 비율로만 매출이 성장해도 2015년에는 1조2천억원이 넘는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해 YES24는 자신들이 5년 안에 1조원 매출을 기록할 수 있지만 그것을 7년으로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과도한 집중에 따른 폐해를 스스로 의식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2. 웅진지식하우스 620억원 매출 국내 단행본 출판사 중 매출액 선두를 달리고 있는 웅진지식하우스가 올해 6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웅진지식하우스의 지난 3년간 성장 속도를 볼 때 2011년에는 1천억원의 매출을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1천억원은 1만원 정가의 책 1천만 권이다. 10개 출판사가 도매상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현재의 구조는 머지않아 5개 출판사로 줄어들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3. ,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상 수상 한 온라인 서점의 서재 블로그에 연재된 글 가운데 의미 있는 글들만 골라 펴낸 이 책이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교양부문 저술상을 받았다. 이것은 지식체계가 완전히 잡힌 다음 교과서적으로 정리해 문자로 기록하는 ‘황혼의 글쓰기’보다 정보가 광속으로 날아다녀 ‘모든 것이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지는’ 현실에서 눈앞에 주어진 정보들을 연결한 ‘브리콜라주’적인 지식을 문자로 기록하는 ‘대낮의 글쓰기’가 중요해졌음을 학계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쏠리니 없어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쏠리니 없어라.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로쟈 인터넷 서평꾼

1. 아직도 읽을 수 없는 레비스트로스 프랑스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나서 잠시 화제가 됐다. 한데 ‘구조주의 인류학’을 대표하는 그의 대표작, 와 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고 있다. 이유야 장사가 안 되거나, (그와 연관해) 역자가 없거나, 관심을 가진 출판사가 없기 때문일 터.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 단계 출판 역량의 한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2. 이렇게 많은 지난 2007년, 영어권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문학작품 1위는 톨스토이의 였다. 그걸 고려한 듯 이번에 새로 나오기 시작한 문학동네의 세계문학전집 첫 권은 였다. 특이한 것은 올해 민음사와 작가정신에서도 를 새롭게 번역 출간했다는 것(작가정신판은 번역상의 문제 때문인지 현재 자체 품절). 거기에 대중적인 입문서로 석영중 교수의 까지 출간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범우사판의 정도였던 걸 고려하면 ‘올해의 뉴스’감이다.

3. 알라딘 불매운동 인터넷 서점계에서 매출로는 4위쯤이지만 서재 블로거들의 활동은 가장 활발한 ‘알라딘 서재’에서 지난달부터 알라딘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가을 인력도급업체 소속으로 알라딘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부당해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알라딘은 앞으로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불매운동에 참여한 알라디너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가 68혁명의 구호였다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사건이다.

■ 영화

한 시대의 마감, 물건의 등장

이재성 한겨레 영화담당 기자

1. 차승재 대표의 강제 퇴출 봉준호·최동훈·임상수 등 보석 같은 감독들을 발굴하며 한국 영화 ‘제2의 르네상스’를 이끈 차 전 대표가 싸이더스의 대주주 KT에 의해 영화계를 떠났다. 2년간의 흥행 실패에 대한 책임이 이유였다. KT와의 계약 기간(싸이더스를 떠나 영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계약으로, 이제 1년 남았다)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올해 차 전 대표의 퇴출은 한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영화사적 사건임이 틀림없다.

2. 양익준이라는 ‘물건’의 출현 양익준 감독이 전세금을 빼서 만든 영화 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십 개의 상을 휩쓴(감독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화제작이다. 지금껏 어떤 영화에서도 보지 못했던 강력한 힘을 내장한 폭탄 같은 데뷔작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나라 독립 극영화로서는 최초로 관객 12만 명을 돌파한 기록도 보유하게 됐다. 이 기록은 당분간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3. 강한섭 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퇴출 이명박 정부의 첫 영진위원장으로서 보무도 당당하게 입성했던 강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영화계 좌파’ 발언 등으로 인심을 잃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정부 내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현장과의 소통이 전무했고, 탁상공론을 일삼아 거의 모든 영화인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바통을 이어받은 조희문 위원장은 강 전 위원장보다는 부드럽게 (혹은 더욱 정치적으로) 영진위 안팎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의 우파적 소신이 영진위 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 영화계는 숨죽여 관망하고 있다.

〈마더〉

〈마더〉

듀나 영화평론가

1. 여배우들의 약진 아무도 이 사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올해처럼 한국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길을 끈 해는 한동안 없지 않았나? 의 김혜자, 의 김옥빈, 의 김새론은 그냥 올해의 한국 배우들이다. 이런 해에 이재용의 은 멋들어진 에필로그처럼 보인다. 이런 풍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2. 늘어난 입양 문제 영화들 세 편이 거의 연달아 개봉했다. 연속극에서 본 입양인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가져온 는 그냥 그랬지만, 은 어색하게나마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작품이었다. 는 국내 영화계의 선입견에서 거의 완벽하게 벗어난 최초의 한국 입양 영화였다.

3. 합법 다운로드 인터넷을 통해 연속극이나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받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법적인 일이 되었다. 정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정식으로 이용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이용하고 있다. 나 의 합법 다운로드 성과를 보면 그리 나쁘지는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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