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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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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 하늘에 UFO가 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특집은 ‘UFO와 외계인’,
송두율 교수의 MB 정부 첫 언론 기고도
등록 2009-07-15 05:29 수정 2020-05-02 19:25

한국판이 7월 상공에 미확인비행물체(UFO)를 쏘아올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가뜩이나 찌푸린 하늘을 향해 왜 ‘도발’을 감행했을까? 탐욕의 땅에서 잠시나마 고개를 들어 별 헤는 한여름밤의 꿈에 살포시 젖어보라는 배려로 받아들이기엔 시절이 수상쩍다.

일본에 외계인은 김정일 위원장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7월호

무려 열 꼭지의 물량 공세를 앞세운 ‘외계인’ 기획의 첫 번째 글 ‘UFO와 일본의 군사야욕’은 “일본은 외계인의 침입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일본 야당 의원의 대정부 질의로 시작된다. 답변에 나선 방위성 장관은 “UFO에 대한 어떤 확실한 증거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이에 대비해 잠재적인 군사 개입의 법적 틀을 규정해야 한다”고 맞장구를 친다. 필자가 안내하는 같은 공상 드라마의 추억을 따라가다 보면 일본의 생리를 눈치챌 수 있다. 일본에 오늘날의 외계인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요격시켜야 할 요괴다.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은 이렇게 정당화된다. 가 서둘러 UFO를 발사한 첫 번째 이유가 아닐까.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쓴 ‘UFO 음모론’은 그 진짜 배후를 추적한다. 1947년 미국 신문의 지면은 ‘비행접시’ 목격담으로 도배된다. 지상에 추락한 비행접시를 군 당국이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도 기사화한다.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추락했다는 한 비행접시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극비 문서가 트루먼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폭로가 나왔다. 하지만 이 문서는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UFO 연구자들과 음모론 애호가들이 한통속으로 코너에 몰렸다. 그러나 필자는 과학 자체가 원초적인 음모론에 근거하고 있다고 변론한다. 종교재판에 회부된 갈릴레이의 처절한 싸움을 예로 들었다. 우주의 음모론도 권력이 민중을 무지 속에 가두려 한다는 의심에서 나왔다. 따라서 대중은 권력과 싸워 진실을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 UFO를 띄운 두 번째 이유일 것이다.

‘외계인 기획’은 공상과학(SF)의 찬미로 이어진다. “과학적 경이는 일상의 관습 밑에 숨은 저의들을 낱낱이 끄집어낸다. 그것은 우리의 습관을 깨부수고 스스로를 또 다른 관점 위로 옮겨놓는다.”

한국판엔 멀리 베를린에서 보내온 송두율 독일 뮌스터대 교수의 글이 실렸다. ‘야만의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글의 서두는 송 교수가 이명박 정부 들어 첫 기고를 결행한 배경을 짐작게 한다. “경악스러운 사진 한 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을 전리품인 양 자랑스럽게 치켜들고 있는 전투복 차림의 남성과 그 뒤에 나비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노신사”의 야만적 풍경에서 “난징대학살 때 무참하게 참수되어 피가 낭자한 중국인의 머리채를 들고 자랑스럽게 포즈를 취한 일본군의 사진… 양복 차림으로 학살을 유유히 지켜보는 일제와 만주국 고위 관리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의 이명준처럼 ‘경계인’으로 불리는 송 교수는 한국 정치의 또 다른 경계인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자신의 5년 전 ‘미완의 귀향’과 오버랩하며 매카시즘의 현기증에 구토한다.

경계인이 경계인에게

송 교수는 선거에서 압승한 현 정권이 ‘법치’에 대한 국민의 절대적 위임을 받았다고 해석하고 있지만 이것은 형식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한다. 나치가 ‘불법국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쓰라린 경험을 거울 삼아 자연법과 인권에 기초한 실질적인 법치국가를 주창한 서독의 헌법학자 구스타프 라트부르흐의 말을 논거로 인용했다.

대선 이후 소용돌이에 휩싸인 이란 분석 기사는 신정정치와 독점자본주의의 폐습이라는 관점에서 사태의 근인과 원인을 심층 조망한다. 외세의 개입이 불러온 민족주의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는다. 국제관계 전문지 의 차별적 시선은 △가봉의 민주 열망을 짓밟는 공범 프랑스 △극우 불감증에 걸린 오스트리아 △국제금융의 덫에 걸린 룰라의 브라질 △연대파업을 ‘외국인 노동자 반대’로 둔갑시킨 영국 언론 등으로 조목조목 옮겨간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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