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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루이 중 누가 제일 예뻐?

<꽃보다 남자> 한국판 방영 초기부터 후끈하네, F4 캐스팅 비교열전
등록 2009-01-16 15:00 수정 2020-05-03 04:25

사실 섞어놓고 보면 모른다. (얼굴을 모르는) 한·중·일 배우들을 섞어놓고, 누가 어디 출신인지 맞히기란 쉽지 않다. 1992년에 연재가 시작된 일본 만화 원작으로 대만·일본·한국에서 차례로 드라마로 만들어진 의 배우들을 섞어놓고 모르는 사람에게 국적을 맞혀보라고 한다면 엉뚱한 답이 나올 가능성이 적잖다. 그렇게 세 나라 사람의 생김새는 다르다면 다르지만 같다면 같다. 지금 인터넷에선 에 출연한 한국·일본·대만의 ‘꽃남’들을 비교하는 열기가 후끈하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제작으로 꽃미남 삼국지가 완성됐다. 각 역할별로 캐스팅된 삼국의 배우들을 놓고 품평하는 재미를 즐기는 팬들도 적잖다.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제작으로 꽃미남 삼국지가 완성됐다. 각 역할별로 캐스팅된 삼국의 배우들을 놓고 품평하는 재미를 즐기는 팬들도 적잖다.

‘쓰카사 스타덤’ 이민호·마쓰준·옌청쉬

한국방송 월·화 드라마 가 방영된 뒤 시청자 게시판엔 일본판과 한국판을 비교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이른바 ‘F4’로 불리는 주인공 4명을 비교하는 글이다. 한국판 두어 편이 방영된 가운데 의견은 엇갈린다. “한국 배우들의 외모가 일본 배우 못지않게 뛰어나지만, 연기력은 떨어진다”는 의견이 올라오면 “자꾸 비교하지 말고 지켜보자”는 반박이 잇따른다.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이 제기되면 “대만판에 출연한 배우들도 모두 초짜였지만 나중엔 자리를 잡았다. 한국판도 나아질 것이다. 안구정화용 드라마, 즐기자”라는 의견이 맞선다. 이제 시작된 삼국지는 이렇다.

먼저 만화 원작의 쓰카사. 이 캐릭터는 세 나라 드라마 모두에서 재벌그룹 후계자로 나온다. 가문의 후광으로 명문학교에서 독재자로 군림하지만 속에는 외로움을 감춘 인물이다. 한국판에선 구준표란 이름을 얻었고, 신인배우 이민호가 연기한다. 이민호는 청소년 드라마 등에 출연한 배우로 신인에 가깝다. 185cm의 훤칠한 키에 선이 굵은 외모를 지녔다. 당초 그의 캐스팅에 팬들의 우려가 적잖았으나 드라마가 방영된 뒤 “넘 멋있는 것 같아 안심”( 시청자 게시판의 ‘이유나’)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판에선 아이돌 그룹 ‘아라시’ 출신의 마쓰모토 준이 쓰카사를 연기했다. ‘마쓰준’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한국 팬카페의 회원만 수만 명에 이른다. 드라마 으로 인기를 얻었던 그에게 (2005)는 스타의 자리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당시까지 아라시의 다른 멤버에 견줘 연기자로 출연한 작품이 많지 않았지만, 멤버들 중에서 화려한 면모가 돋보였던 그에게 조금은 건방진 캐릭터인 쓰카사가 잘 어울렸다. 카투니스트 신예희씨는 “어떤 아이돌은 ‘오빠 오빠’ 하기 좋은 반면 동생 같은 아이돌도 있다”며 “마쓰준은 귀여운 연하 같은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마스모토는 에 힘입어 아시아의 스타로 성장했다.

세 나라 드라마 중에 2001년 가장 먼저 만들어진 대만판 의 주인공 ‘타오밍스’는 옌청쉬(언승욱)가 연기했다. 대만판 4명의 주인공은 당시엔 신인급 연기자였으나 를 통해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아예 이들 네 명은 ‘F4’라는 그룹을 결성해 음반도 발표했다. 지금은 물론 아시아의 스타로 발돋움했다.

수려한 외모에 예술적 감각까지 갖춘 초절정 꽃미남 ‘루이’. 한국판에선 윤지후로 나오는데, 아이돌 그룹 SS501 출신의 김현중이 연기한다. 김현중은 드라마 방영 전에 팬들이 벌인 투표에서도 루이 역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로 뽑혔다. 그만큼 외모는 적역이지만 연기력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일본의 루이는 오구리 슌이 맡았다. 정재혁 기자는 “루이는 창가에 앉아 책을 읽는 장면이 많은데, 오구리의 몸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조연급 연기자였던 오구리는 를 통해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대만판에선 저우유민(주유민)이 이 캐릭터를 연기했다.

“한국이 비주얼 최고” “대만은 남성적”

이은혜 기자는 “대만판 배우들은 만화에 견줘서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던 반면 일본판 배우들은 원작 만화의 캐릭터와 조응도가 높았다”고 평했다. 반면 드라마 구성은 오히려 대만판이 원작 만화에 가까웠다. 이은혜 기자는 “대만판은 만화를 그대로 옮기듯 황당한 설정도 그대로 재연해주는 재미가 있었다”며 “일본판은 극의 완성도가 높고 연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한국판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게시판에는 “(한국판의) 비주얼이 3개국 중에서 최고다. 그러나 한국만의 느낌이 없다”(‘이유나’), “만화 느낌이 없고 드라마 같아서 (오히려) 자연스럽다”(‘이정은’)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올라온다.

한국판에서 또 다른 꽃미남인 소이정은 김범, 송우빈은 김준이 맡았다. 김범은 에서 ‘하숙범’으로 나와 이름을 알렸다. 천재 도예가이자 타고난 바람둥이인 소이정 역할에 어려 보이는 김범이 적역이냐는 논란도 있지만, 그의 탄탄한 연기력에 기대를 거는 팬들도 많다. 김준은 그룹 ‘티맥스’ 출신인데, 가수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연기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이들도 대만과 일본의 에 출연한 배우처럼 스타덤에 오를 가능성이 적잖다.

이렇게 지금까지 4500만 부 이상이 팔린 순정만화 는 한국·대만·일본에서 드라마 5편, 영화 2편, 애니메이션 2편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꽃미남 배우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최근 중국의 한 사이트에서 네티즌 1100명이 참여한 중국판 캐스팅 투표에서 한경이 ‘꽃남’으로 뽑혔다. 한경은 슈퍼주니어 멤버로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연예인이다. 이렇게 의 향기는 동아시아에 20년 가까이 꾸준히 퍼지고 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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