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뒤처져 있다.”
‘청춘상담소 좀 놀아본 언니들’(청춘상담소)의 장재열(33·사진) 대표는 2030세대의 지배적인 정서를 ‘뒤처짐’이라고 했다. 비영리단체인 청춘상담소는 2013년 상담을 시작한 뒤 2018년 11월까지 온·오프라인으로 10~30대의 고민 3만7천여 건을 상담했다.
장 대표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사했다가 20대 후반 돌연 사표를 쓰고 나왔다. 그는 심리학이나 상담 전공자가 아니지만 ‘왜 나는 못 버틸까’라는 자책에서 벗어나 자신과 같은 이들의 고민을 듣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쌓인 고민들을 분석해 ‘청년 마음통계’를 만들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11월26일 서면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장 대표에게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청년들이 상담소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특히 20대는 ‘취업·진로’를, 30대는 ‘직장생활·퇴사’를 고민으로 가장 많이 털어놓는다고 한다. 취업이나 진로 때문에 고민하던 20대들이 막상 직장에 들어가서는 직장생활과 퇴사로 마음이 아픈 것이다.
장 대표는 “기성세대가 흔히 생각하는 여리거나 스트레스 내성이 낮은 친구들도 물론 있긴 하다”면서도 “(상담 과정에서) 20~30대 청년의 56.1%가 ‘나 혼자만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분명한 사회적 현상으로 그 원인으로 교육과 채용 사이의 차이가 크게 차지한다”고 말했다. 성적과 서열 중심의 교육체계는 이전 세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취업 시장의 문은 높고 경력 채용 중심으로 고용 형태가 바뀐 것이 지금 청년세대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취업 불안이 미래에 대한 불안 전반으로 확산돼 결혼, 연애, 심지어 교우관계까지도 뒤처지지 않나 생각하는 거죠.”
그는 ‘퇴사 뒤 가슴이 뛰는 대로 사는 용감한 청년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 것도 청년세대의 불안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그냥 조직의 일원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데, 그런 일은 가치가 낮은 건가?’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거죠. ‘나는 무대 위 강연자(도전자)처럼 용감하지 않고 언제나 박수 치는 청중일 뿐, 비참하다’라는 고민을 많이 들었어요.” ‘한쪽에선 입사한다고 난리, 반대쪽에선 퇴사한다고 난리’라는 뜻의 ‘입퇴양난’(入退兩亂)이라는 새로운 말이 나온 배경이다.
청춘상담소는 상담자들에게 답을 주기보다는 ‘지지’를 보내려 한다. 장 대표는 “각각의 청년들이 토로한 본인의 사연 안에서 키워드를 찾아낸다. 행간의 의미를 꼼꼼히 읽다보면 이미 답이 나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담을 청하는 청년들은 충분히 현명해요. 다만 그걸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것을 복기시켜주고 ‘거봐, 너 스스로도 충분히 답을 찾았잖아. 네 안에 답이 있어. 그리고 그 답, 좋은 거 같아. 지지해’라고 충분한 지지 의사를 전해주려고 해요.”
장 대표 본인에게 위로가 되는 말은 무엇일까? 퇴사를 고민하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던 때, 어머니와 입사 동기들이 해준 말이었다. “네가 설마 밥을 굶겠니? 퇴사해도 돼. 넌 걱정 안 해.”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전화신청▶ 1566-9595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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