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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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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소통, 닫힌 미래 정책으로 답하라

문재인 선택한 2030세대 6명의 문 정부 9개월 평가…

소통 능력 높이 평가하지만 부동산·비정규직·남북관계 등 정책 해법 제시해야
등록 2018-02-27 08:38 수정 2020-05-02 19:28
2017년 5월8일 저녁,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 대신 스마트폰 손전등을 흔들며 어둠을 밝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

2017년 5월8일 저녁,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 대신 스마트폰 손전등을 흔들며 어둠을 밝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

지난해 5월 치른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를 선택한 2030세대 6명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9개월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6월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2030세대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심층면접좌담(FGI)을 진행했다(섭외는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맡았다).

좌담에 참여한 이들이 가장 높게 평가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소통 능력’이었다. “이전 정권이 너무 엉망이어서”라는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해온 부동산·비정규직·여성친화 정책 등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취업과 결혼 유무, 소득수준 등 각자가 놓인 삶의 조건 속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왔다. 이번 좌담은 2월20일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의 사회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좌담 참석자들의 이름은 가명으로 싣는다.

달라진 청와대의 소통 방식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난 9개월을 어떻게 느꼈는지부터 얘기했으면 한다.

조경준(24·남·대학생·경기) 대학생이라 그런지 가장 와닿는 게 최저임금이다. 아르바이트하는 친구들을 봐도 최저임금이 중요하다. 외교 측면에선 이전 정권이 워낙 못해 대비돼서인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우현(38·남·회사원·서울) 소통 방식이 달라졌다. 노선영 선수 사건(평창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노선영 선수가 다른 두 선수들에 뒤처져 홀로 결승전에 들어온 일)만 봐도 청와대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의견을 나눈다. 사회적으로 국민들이 얼마나 (소통을) 편하게 여기는지 느껴진다.

김영훈(25·남·대학생·서울) 취업준비생이라서 취업 정책에 관심이 많다. 난 (문재인 정부의 뜻과 달리)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무조건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안 된다.

조선영(36·여·회사원·서울) 무슨 일이 있으면 이전 정부와 달리 빠른 속도로 ‘어느 부처에서 무슨 일을 했다’는 발표가 나온다. 좋다.

김서영(36·여·회사원·서울) 국민에게 신뢰감을 준다. 각 분야에서 프로페셔널하다는(전문적이라는) 게 느껴진다.

경제정책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해보자. 오래된 주제다. 성장과 분배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

임아진(28·여·회사원·서울) 복지도 좋지만 돈이 있어야 한다. 결국 경제성장이다.

김영훈 성장은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성장이 침체됐을 때 복지를 늘리면 힘들 것이다.

김서영 한국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낙수효과(대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 이들이 돈을 많이 벌면 그 혜택이 경제 전반에 확산되는 효과)는 없다는 게 이미 밝혀졌다. 분배가 중요하다. 가용할 돈이 없으니까 소비가 안 일어난다. 기본 소비를 할 수 있게 어느 정도 사회가 소득 보장을 해줘야 할 것이다.

박우현 국민의 기대는 같이 성장하자는 거다. 상위 몇%만 커나가지 말고. 규제하고 이익을 나눠주는 게 필요하다.

복지와 세금 문제에 대해 묻겠다. 복지를 늘리면 세금을 더 낼 것인가.

박우현 직장인들은 (세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세금이 내게 쓰이는지 체감이 안 된다. 유럽 국가들처럼 세금을 낸 게 돌아오면 상관이 없겠는데….

임아진 합리적으로 쓰인다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세금 몇천원만 올라도 부담스러운 건 맞다. 하지만 감수할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나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겠지.

조선영 (지금 위치를) 나 혼자 힘으로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취약계층을 위해 어느 정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 규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서영 규제는 필요하다. 회사일을 해보면 절감한다. 구매 업무를 하는데 예전에는 납품업체 마진을 없앨 때까지 무조건 원가절감을 했다. 정권 바뀌고 윤리경영, ‘갑질’ 금지를 강조한다. 놀랍다.

김영훈 규제할 부분은 규제하고 풀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 회사에 도움 안 되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회사 능률이 떨어지고 고용도 어렵다. 갑질 등은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하지만, (경쟁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기에 규제로 형평성을 이루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의견 갈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2030세대에게 ‘뜨거운 감자’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얘기를 해보자. 2030세대에게 혜택이 많을 것 같은데, 반대가 많다.

김영훈 비정규직의 비정상적인 (차별) 부분은 개선해야 하지만 무조건적 전환은 잘못이라고 본다. 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청소도구를 사비로 사고 쉴 공간이 없는 점은 개선해야 하지만, (그분들이) 모두 무조건 정규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서영 주위에서 비정규직 분들이 (정규직보다) 일을 더 잘하고 열심히 하는데도 쫓겨나는 것을 봤다. 물론 정규직 전환을 하려면, 공정한 심사가 필요하다. ‘N포세대’가 희망을 품으려면 안정적 일자리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도 정규직 전환에 긍정적이다.

임아진 부정적이다. 그러나 경쟁이 있어야 성장도 할 수 있다.

조선영 (같은 일을 하면) 동일노동-동일복지-동일임금이 맞다. 현장에서 보면 같은 노동을 하는데 같은 대우를 못 받는다.

김영훈 2030세대가 혜택을 더 받을 거라고 사회자가 말했는데, 채용 인원이 줄어든다는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저출산 문제를 논의해보자. 가치의 문제인가, 정책의 문제인가.

박우현 반반인 것 같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이 생기면 부담이 되니까(안 낳는다고도 볼 수 있다).

임아진 정책의 문제만은 아니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할까봐 나도 고민이다.

김서영 2~3년 전만 해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무덤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여성이 일방적으로 희생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돈이다. 아이에게 ‘알아서 잘 자라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니까.

조경준 세종시는 공무원이 많아서 육아휴직제도가 잘돼 있어 출산률도 높은 것으로 안다. 관련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확실히 부담스럽다. 정책적 배려가 더 필요하다.

성평등 문제는 워낙 민감하다. 정부는 여성친화적 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맞다고 보나.

김영훈 어떤 정책이 있는지 잘 모른다. 요즘도 (여성에 대한) 그런 차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신체적 차이로 갈리는 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차이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차별을 느끼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분들은 어떤가.

김서영 (성차별이) 없어지는 건 맞다. 얼마 전 승진 대상자에 남자 한 명, 여자가 (나를 포함해) 둘이었다. 남자가 올라갔다. 임원이 미안하다고 했다. 예전에는 그것조차 없었다. 다만 여성 임원 할당제가 도입되니 우스개로 “너 임원 하겠다, 열심히 해” 그런 소리를 듣는 건 반갑지 않다.

조선영 가장 중요한 건 출산이다. 그다음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에 경제적 부담까지, 남녀가 같을 수 없다. 여전히 여성이 취업시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지금보다 더 배려해야 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반대 문재인 정부의 여성친화적 정책을 평가한다면.

박우현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안 된다. 무조건 ‘여성친화’다, 당장 이럴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분위기까지 바꿔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급격하면) 역차별이 생길 수 있다.

임아진 지금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회사에 가면 남성 비율이 높지만 (남성을) 뽑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젠더, 성평등 문제가 투표에 영향을 주나.

조선영 당연히 영향을 준다. 여성 정책을 (정책제안서에) 안 적는 후보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성 정책이 후보나 정당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것 같은가.

임아진 그 정도는 아니다. 여성 정책이 마음에 들어도 다른 공약이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도 있다.

비트코인 이슈를 이야기해보자. 정부 정책에 대해 말이 많았다.

김서영 ‘(법무부 장관) 박상기의 난’이었다. (전체 웃음) (암호화폐 거래를) 시작했다가 끝과 끝을 경험했다. 물론 투기가 맞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최근 정부가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정책 저 정책이 나오는 것 같았다. 아마추어처럼 느껴졌다.

임아진 5만원을 하다가 뺐다. 계속 (비트코인 시세를) 들여다보는 게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 박상기 장관의 처음 발언을 보면 아마추어 같았지만, 전 국민을 도박판으로 불러올 위험을 차단한 것은 잘했다고 본다.

김영훈 주위에서 얘기가 많다. 어쨌거나 폐쇄하겠다고 한 뒤로 폭락한 것은 사실이다. 무조건 규제보다 보완책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동산 문제로 넘어가보자.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서 잘하고 있나.

김서영 두고 봐야겠지만 방향은 맞다. 다만 서울 강남에 땅이나 집을 가진 사람들이 정부 위에 있는 느낌이다. 시장에서 반작용이 날 수 있다. 강남은 이미 시작됐고.

임아진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직전에 아파트 분양에 당첨됐다. (당첨된 아파트가) 대책에 포함되느니 마느니를 두고, 관련 부처도 혼란이 있었다. 실수요자를 배려했으면 한다. 대출을 막으면 서민들이 집을 못 살 수 있다. 부자들은 자기 돈으로 살 수 있으니까.

박우현 정부가 바뀌면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계속 나오기는 하지만, (부동산 문제를) 못 잡고 있다. 욕을 먹더라도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바깥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대북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협력인가, 압박인가.

김서영 어차피 북한과 테이블에 앉는 나라는 미국이다. 중간고리 구실을 하는 게 옳다. 물량을 지원하기보다 대화부터 해나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조선영 사람관계와 같다. 싸워놓고 강경하면 해결이 안 된다. 틀어진 관계인데 굳이 (압박 같은) 강경책을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김영훈 난 군대를 다녀왔다. (전체 웃음) 북한은 평화 분위기에서 화전(화합과 싸움) 양면술을 썼다. 냉정했으면 좋겠다. 평화를 구걸할 필요가 없다. 북한에는 강경하게 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

통일 문제는 어떻게 보나.

조경준 국력은 땅덩이랑 인구수다. 해야 한다. 통일 비용이 문제다.

박우현 하면 좋지만 안 될 것 같다. 강대국 파워게임에는 분단이 이득이다. 무조건적인 통일에는 후폭풍이 따를 것이다. 감당 못할 바에야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진행 한귀영 사회정책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정리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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