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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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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트위터 신뢰 떨어지자 협동조합 방안 대두… “협동조합으로 바꾸면 기업 가치·투명성 제고”

《FT》《슈피겔》 등 유수 언론도 긍정적 보도… 올해 주총에서 4.9% 지지 얻어 전환 시동
등록 2017-12-05 15:46 수정 2020-05-03 04:28
에드 메이오 영국 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 마지막날인 11월17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설명하고 있다.

에드 메이오 영국 협동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연맹 총회 마지막날인 11월17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캠페인을 지지하는 결의문을 설명하고 있다.

2017년 5월2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리한 트위터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해마다 주총에 참여하는 수십 명의 주주들 사이에 올해는 두 ‘이방인’이 끼어 있었다. ‘트위터를 인수하자’(#BuyTwitter) 캠페인을 이끌어온 짐 맥리치와 대니 스피츠버그였다.

“트위터를 민주적 소유 구조로 바꾸면 기업 가치가 올라간다. 트위터의 협동조합 전환 방안 연구를 제안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이용자가 공동 소유자가 되면 (회사에 대한) 주인 의식이 어떤 형태의 투자자 소유 기업일 때보다 높아진다. 당연히 트위터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 둘째, 이용자가 곧 트위터의 주인이니, 트위터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더라도 신뢰하게 된다. 그로 인해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진다. 셋째, 주주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해 협동조합 사업의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맥리치는 트위터 인수 캠페인에 참여한 지지자가 유튜브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인수해라, 그렇지 않으면 트위터는 끝난다!”(Buy Twitter, or Bye Bye Twitter!)

바닥서 튀어오른 인수 아이디어
트위터 협동조합 전환 캠페인을 이끄는 대니 스피츠버그가 11월12일 미국 뉴욕의 뉴스쿨에서 열린 ‘플랫폼 협동조합 이벤트’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캠페인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트위터 협동조합 전환 캠페인을 이끄는 대니 스피츠버그가 11월12일 미국 뉴욕의 뉴스쿨에서 열린 ‘플랫폼 협동조합 이벤트’에서 지난 1년 동안의 캠페인 진행 경과를 설명하고 참가자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트위터를 수많은 이용자들이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으로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처음 나온 것은 2016년 9월이었다. 그즈음 한때 66달러(약 7만원)까지 치고 올랐던 트위터의 주가가 14달러(약 1만5천원)까지 떨어졌다. 트위터 매각설이 언론을 도배했다. 가짜뉴스가 판치면서 뉴스 매체 트위터의 신뢰도도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디지털 개발 협동조합 코랩(Colab.coop)의 개발전략가인 대니 스피츠버그는 “주가가 바닥을 치고 정치적 불신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때가 혁명적 대안을 시도할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를 일으키고 역사를 만들어나가는, 특히 사회적 메시지를 전파하고 증폭할 때 트위터가 발휘하는 독보적인 힘”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말대로 뉴스 매체로서 트위터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트위터의 월간 이용자 수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훨씬 못 미치지만, 미국의 텔레비전 뉴스 앵커들은 언제나 트위터를 들여다본다.

스피츠버그의 동료인 네이선 슈나이더는 이후 10여 명의 ‘협동조합 동지들’에게 전자우편 한 통을 보냈다. 이것이 트위터 인수 아이디어가 확산되는 기폭제가 됐다. 스피츠버그와 슈나이더는 2015년 미국 뉴욕 뉴스쿨에서 ‘플랫폼 협동조합 이벤트’를 시작한 주역들이다. “수백억달러의 거대 기업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바꿀 수 있다. 협동조합 통신사인 AP(Associated Press)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프로풋볼팀인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패커스의 팬들이 어떻게 팀을 지켰는지 생각해보자.” 1846년 5개 신문사의 공동출자로 설립된 《AP》는 1945년 모든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공공의 협동조합으로 바뀌었다. 그린베이 패커스는 지역 팬 36만 명이 가진 미국 유일의 비영리 프로풋볼팀이다. 경영이 어려울 때 팬들이 돈을 모아 팀을 살려냈다.

작가인 네이선 슈나이더는 전자우편 글을 가다듬어 에 “트위터를 살리는 길 제안, 인수하자!”라는 외부 기고를 실었다. 이 글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해시태그를 단 ‘트위터인수’(#BuyTwitter, #WeAreTwitter) 메시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바꾼다고? 그것도 말이 되는구나”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겨났다.

문제는 트위터 주주와 이사들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주류의 인식이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협동조합이라는 소유 구조 자체가 들어 있지 않았다. 너무나 낯선 개념이었다. 당연히 트위터 쪽은 무반응·무대응으로 일관했다. 스피츠버그는 “민주적인 소유 구조 변화가 트위터를 어떻게 월스트리트로부터 구할 수 있는지를, 알기 쉽게 설명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권위 있는 각국 언론들이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앞다퉈 내놓았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지 는 2016년 11월호에서 “협동조합 전환이 확실한 대안, 트위터를 그린베이 패커스처럼 만들자”라는 글을 실었다. 영국 , 프랑스 , 독일 등도 ‘트위터를 협동조합으로?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꿈’ ‘이용자들을 월스트리트에 팔지 말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초기 대주주의 인수 캠페인 동참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트위터 초기 대주주였던 유니언스퀘어벤처스의 앨버트 웽어가 ‘트위터 인수’ 캠페인을 지지하는 블로그 글을 썼다. “트위터 같은 기업의 가치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그 네트워크에서 얼마나 ‘지대’를 뽑아내느냐에 달렸다. 하지만 지금 같은 독점적 지배 구조에선 지대 추출 과정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협동조합 방식은 네트워크 운영 회사와 네트워크 참여 이용자 사이의 뿌리 깊은 갈등을 해소하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트위터의 소유권 모델을 바꾸는 실험이 불가피하다.” 트위터 주주인 존 롭은 “트위터가 협동조합이 된다면 그 주식을 사겠다”는 글을 트위터로 날렸다.

미국 증권감독위원회(SEC)에서 낭보가 들어왔다. 슈나이더와 스피츠버그, 맥리치 등이 이끄는 ‘캠페인팀’의 요청을 받아들여 트위터 주주총회에서 ‘협동조합 전환 방안 연구’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도록 한 것이다. 스피츠버그는 “트위터를 인수하자면 700억달러를 크라우드펀딩해야 했다. 당장 그런 큰돈을 끌어모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트위터 쪽에서 우선 협동조합 전환을 공식 검토하도록 하자는 현실적인 제안을 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캠페인팀은 완전한 협동조합 전환 방안 외에 이용자의 이사회 참여를 전제로 한 부분 전환, 뉴스컨소시엄 전환, 트위터 가치의 블록체인 이동을 위한 암호화폐 발행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함께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캠페인팀은 트위터 주총에서 3% 이상 지지를 현실적 목표로 삼았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50% 이상 표를 얻어야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3% 이상 지지를 받으면 내년 주총에서 같은 안건을 다시 제출할 기회를 얻는다. 투표 결과를 전해들은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환호성이 터졌다. “우리가 해냈다.” 지지표는 4.9%였다. 주총이 끝난 직후 스피츠버그는 한 증시분석가의 격려 전자우편을 받았다. “트위터의 협동조합 전환 검토는 (실리콘밸리 소유 구조의 판을 바꾸는) 게임체인저(판을 바꿀 만한 인물이나 사건) 효과가 있다. …결실을 맺을 때까지 끝까지 밀어붙여라.”

전세계 협동조합 지도자들의 지지

스피츠버그는 11월15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총회에서 진행된 한 세션에 참가해, 지난 1년 동안 그가 벌인 ‘트위터 협동조합 전환’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창업자들이 의결권을 독점한다. 실리콘밸리는 다수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없는 ‘민주주의 무풍지대’다. 《AP》가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간다. 우리는 트위터를 이용자들이 소유하는 협동조합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협동조합이 틈새 경제에 머무는 게 아니라 공정경제를 이끄는 새 규범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협동조합 전환 운동으로 트위터 이용자와 직원들을 연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내년 주총 전까지 트위터 직원들이 최대한 협동조합 전환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겠다.”

캠페인팀은 소유 구조의 혁명적인 변화와 함께 트위터의 이용 약관 개선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 방식을 논의해, 이용자 권리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트위터의 신뢰도 하락을 막는 이상적인 약관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스피츠버그는 “이용자들과 트위터 쪽이 함께 논의해 최선의 이용 약관을 만들어내고 이를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해, 전세계 98개국의 협동조합 지도자들은 행사 마지막 날인 11월17일(현지시각) 트위터의 협동조합 전환 연구를 지지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결의문에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혁신적인 ‘플랫폼 협동조합’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결의문 채택을 주도한 영국 협동조합연합회의 에드 메이오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미래의 협동조합’이라고 했다. “트위터 같은 플랫폼을 민주적으로 바꾸고 새로운 협동조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미래를 위한 일이고, 디지털 시대에 협동조합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디지털에서 적극적으로 협동조합을 할 것”을 주문했다.

5%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꿈

캠페인팀의 누리집(www.buytwitter.org)을 열면 내년 트위터 주총까지 남은 날짜를 보여주는 달력 모양의 예쁜 이미지가 나온다. 디지털 시대의 젊은 반항아인 대니 스피츠버그와 그가 이끄는 캠페인팀엔 자신감이 넘친다. 누리집에 올린 이들의 목표는 “100%”다. 올해 주총의 득표율 5%(정확하게는 4.9%)를 10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그래서 트위터를 경제민주주의의 본류인 협동조합으로 바꾸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글·사진 김현대 선임기자koala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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