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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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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괴는 없고 의혹만 남아

등록 2002-01-31 00:00 수정 2020-05-03 04:22

보물선 인양사업 정권 뒤흔들 태세… 이용호씨가 주가조작에 국정원 등 동원

이형택씨의 비리 의혹의 출발점은 일제시대 금괴를 싣고 가다 전남 진도 앞바다에 침몰했다는 일본군 선박을 인양하겠다는 보물선 인양사업. 이 사업은 2001년 2월 G&G그룹 이용호씨에 의해 (주)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에 활용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이형택씨의 역할은 자금난에 빠진 보물선 인양업자인 오아무개씨와 최아무개씨 등을 이용호 회장에게 연결시켜준 것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이 보물선 사업을 주가조작의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이형택씨도 “이 회장의 비리에 연루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게 됐다. 실제 (주)삼애인더스 주가는 당시 이 사업의 여파로 2000년 12월20일 3470원에서 2001년 2월20일 1만7500원까지 급등했고, 이 회장은 대양상호신용금고 실소유주 김영준씨와 함께 사업추진 관련 정보를 이용해 차명계좌로 미리 삼애인더스 주식을 매입한 뒤 이를 되팔아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의 주가조작과 관련한 이형택씨의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난해 ‘이용호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은 이형택씨에 대해 “별다른 혐의점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형택씨의 연루 의혹이 다시 불거진 것은 차정일 특검팀이 수사를 맡고 있던 지난 1월21일 ‘매장물 발굴협정서’가 공개되면서. 2000년 11월 작성된 매장물 발굴협정서에 의해 이형택씨가 이 보물선 사업의 15% 지분을 인정받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듬해 2월 이용호 G&G그룹 회장이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계약서는 두 차례 수정됐으나, 이형택씨의 지분은 계속 유지된다.

이형택씨의 지분 참여가 밝혀지면서 이씨에 대한 수사는 활기를 띠게 된다. 특검은 이형택씨가 보물선 발굴사업에 국정원, 해군, 해경 등을 동원한 것을 차례로 확인하게 된다. 이형택씨는 99년 12월 초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을 찾아가 “보물선 인양사업을 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이 수석은 이형택씨에게 국정원을 소개하며 고 엄익준 2차장에게 전화를 해줬다.

엄 차장은 이형택씨를 만난 뒤 김형윤 전 국정원 경제단장을 통해 국정원 목포출장소에 탐사지시를 내렸고, 국정원 목포출장소는 목포 해양경찰청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99년 12월28일 전남 진도 죽도 부근에 해경 특수기동대원 5명이 출동, 보물선 발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작업이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하자 이형택씨는 해군쪽에 지원을 요청하게 된다. 이형택씨는 국정원 국방보좌관이었던 한철용 소장을 통해 200년 10월 이수용 해군참모총장에게 발굴장비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같은 해 1월22일 국정원 경제단 김아무개 과장과 함께 다시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로 오승렬 당시 정보작전참모부장을 찾아갔다.

그러나 이형택씨는 이 수석으로부터 2000년 1월 말∼2월 초 당시 “국정원 등의 정보확인 결과 보물선 정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같은 해 11월 동화은행 후배였던 허옥석씨(구속)의 소개로 만난 이용호씨에게 보물선 발굴 사업 참여를 권유하게 된다. 그러나 보물발굴 사업은 이용호씨에 의해 (주)삼애인더스의 주가조작에 활용됐을 뿐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실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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