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운영에 간여한 것으로 보이는 은 보수 논객의 집결지였다. 운영이 중지된 에 남아 있는 3144개의 글 전부는 대선, 북한 핵실험 등 주요 국면마다 보수의 진영논리를 위한 성채를 쌓는 데 활용됐다. 게시글의 총 글자수는 710만9865개, 게시글당 평균 2260자다.
조갑제·김성욱 등 5명이 글 쏟아내글의 절반가량은 보수 논객 5명이 쏟아냈다. 조갑제 전 편집장, 김성욱 한국자유연합 대표, 이원우 기자, 변희재 대표고문, 정규재 논설실장 등이 써낸 글만 1505건이다. 이 가운데 조 전 편집장이 쓴 글이 561건으로 에 올라온 글의 18%에 이른다. 국정원의 외곽팀장으로 국정원의 제의를 받고 사실상 이 사이트의 운영을 책임진 김성욱씨가 13%, 류근일 전 주필이 7%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의 글은 과 함께 다른 매체에도 실렸다. 부터 까지 진보와 보수 매체를 넘나들고, 온라인 매체부터 필진 자신의 블로그까지 글이 실리는 공간도 자유로웠다. 이미 다른 매체에서 활용됐거나 될 글을 굳이 한 곳에 모아야 했던 이유는 확실치 않다. 다만, 스스로 “언론닷컴은 대한민국 오피니언 리더가 모여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SNS로 이를 정확히 전파하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밝혔다는 사실이 확인될 뿐이다.
은 현재 에 남아 있는 글 3144개를 빅데이터로 삼아 분석했다. 글에서 언급된 단어 빈도와 단어별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인 파이썬, (단어) 연결망 분석 도구인 ‘날리지 매트릭스 플러스’ 등을 활용했다.
의 글은 △2012년 11~12월(18대 대선) △2013년 4월(북한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2014년 1~3월(6·4 지방선거) 등 세 시기에 몰려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집중적으로 글이 게재된 2012년 11~12월의 텍스트를 분석해보면, 가장 언급 빈도가 높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의 이름을 제외하고 ‘친노 종북’ ‘주한미군’ ‘북한 정권’ ‘미군 철수’ ‘정권교체’ ‘대화록’ ‘천안함 폭침’ 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당시 여론은 여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소유한 정수장학회에 대한 역사적 검증에 나서는 등 박 후보의 검증에 주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 모인 글에선 그런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오히려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를 향한 비판이 다수다. 특히 ‘친노’라는 단어를 ‘종북’과 기술적으로 연관지으며, 문 후보를 종북 프레임으로 포획하기 위한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 무렵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10·4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들고 나와 “노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엔엘엘(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상태였다.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하는 공동어로 ‘대화록’ ‘NLL’ ‘종북’ ‘문재인’을 함께 언급하는 빈도가 높다.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종북 프레임에 포획보수 논객들의 편파성은 단어의 언급된 빈도만 아니라 단어 사이의 연결망 분석을 통해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12년 11~12월 에 오른 글들을 분석해, ‘박근혜’ ‘문재인’ ‘북한’ 세 단어가 각각 어떤 단어들과 묶이는지 살펴봤다. 1번 중심어 ‘박근혜’는 ‘개혁’ ‘성공’ ‘당선’ 등과 집합을 이룬다. 특히 ‘박근혜’라는 단어의 연결망에는 ‘경제민주화’ ‘복지’ 등 주요 대선 이슈가 담겨 있다.
2번 중심어 ‘문재인’은 어떨까. 가장 근접한 단어가 ‘이정희’다. 이 밖에도 ‘거짓’ ‘종북’ ‘친노’ ‘사기’ 등의 단어와 묶인다.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TV 토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일 경력을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점을 감안하면 보수 논객들이 이정희와 문재인을 연결한 것은 의도가 분명해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당시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문 후보가 2003년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주변에 ‘전화’ ‘저축은행’ 등의 단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3번 중심어 ‘북한’이 ‘박근혜’ ‘문재인’과 엮이는 맥락이 긍정, 부정으로 갈린다는 점도 눈에 띈다. ‘박근혜’는 ‘승리’ ‘원칙’ ‘적’ ‘안보’ ‘평화’ 등 긍정어와 가까운 반면, ‘문재인’은 ‘종북’을 비롯해 ‘김정일’ ‘위협’ 등 부정어가 더 가깝게 배치돼 있다.
구체적인 글을 보자. 의 사실상 대표 필자였던 조 전 편집장이 2012년 10월에 쓴 ‘정문헌 폭로가 사실이라면 문재인은 후보 사퇴하고 수사받아야’를 보자. 이 글에서 조 전 편집장은 “노무현의 이적(利敵) 발언이 사실로 밝혀지면 문재인씨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소리, 검찰 수사를 촉구하는 운동이 일어날 것이다. 남북 간에는 어떤 이면 밀약이 있어선 안 된다. 적과 맺는 밀약은 역모이다. 역모의 가담자가 대통령 후보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시기 그는 ‘그래도 종북(從北)은 없다는 게 박근혜 후보 진영의 최대 강점’이라는 글도 썼다. 그는 이 글에서도 “문재인 진영에선 종북좌파가 핵심이다. 박근혜 진영엔 자유투사가 너무 적은 게 한심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종북(從北)좌파’ 성향 인사는 없다. 이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박근혜 진영의 최대 강점”이라며 지적했다. 중립을 가장하며 노골적으로 박 후보의 편을 든 것이다.
박빙이던 18대 대선이 박근혜 대통령의 승리로 마무리되자 게시글은 줄어든다. 그러다 게시글의 양이 급속히 늘어난 때는 2013년 4월이다. 그해 2월 말 북한의 3차 핵실험이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인해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또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등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가 잇따라 낙마하는 등 박근혜 정권이 초반부터 위기에 부닥칠 무렵이었다.
박근혜 지지율 금 가자 게시글 반등이 시기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핵무장’(자위 핵 포함)이다. 대화, 협상, 평화 등의 단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와 함께 ‘한미동맹’과 함께 ‘미군철수’ 등의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같은 해 3월 정규재 논설실장이 작성한 ‘박 대통령의 길었던 지난 한 달’이라는 글에서는 노골적인 편들기가 두드러진다. “누가 뭐래도 지금 보통의 한국인들이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박 대통령 덕분이다. 종북이나 혹은 그 사촌들이 정권을 잡았더라면 북한의 점증하는 핵공갈과 함께 국내 정치는 극도의 혼란 속으로 밀려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다시 줄어들던 글은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 다시 늘어난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반환점을 향하던 시점이다. 동시에 철도노조 파업과 함께 이른바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정권이 수세에 몰리던 시기이도 하다. 일부 언론에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 등 비선 실세가 언급되기도 했다. 이때 처음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권은 6월 지방선거라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이 시기 에 실린 글에 포함된 단어들은 두 축으로 분류된다. ‘규제개혁’ ‘경제혁신’ ‘한국사 교과서’ 등 박근혜 정권이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의 뜻을 담은 단어가 한 축이다. 또 ‘북한 정권’ ‘핵 개발’ ‘김정은 정권’ ‘공산주의자’ 등 북한을 키워드로 한 단어가 다른 축이다. 김성욱 자유한국연합 대표가 2014년 3월에 쓴 ‘대통령 박근혜가 쥔 양날의 검’이라는 글을 보면, ‘통일대박’이라는 말로 유명해진 박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언급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그러하듯, ‘통일대통령 박근혜’의 이름이 역사에 새겨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북한’의 활동은 2016년 6월이 마지막이다. 3천 개 넘는 글들이 여론 조작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활용됐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으로 드러난 바처럼, 보수 논객들이 에 글을 실으면서 가장 많이 쓴 단어가 ‘박근혜’나 ‘문재인’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또는 북)’이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1만3304번 등장해 ‘한국’이라는 단어의 두 배를 넘는다. 조 전 편집장의 경우 2611번으로 한국(2050번)이나 대통령(2020번)보다 많았다. 김성욱씨(3663번)나 류 전 주필(562번)도 마찬가지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글 김완 기자 wani@hani.co.kr하어영 기자haha@hani.co.kr
데이터 분석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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