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터 잡은 모든 사람은 동등한 권리를 누린다. 누구든지 정의로운 법을 통해 균등한 기회, 안전한 생활, 품위 있는 수준의 복지를 향유한다. 모든 사람은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꽃피우고,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며,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하고, 공동체를 평화롭게 하는 일에 연대한다. 우리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가고, 불의에 항거한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월민주항쟁의 뜻을 기리며 우리나라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일한 사람들의 수고에 감사를 표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우리는 서로가 대화하고 존중할 때만이 진보한 사회를 이루고,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하면서 민주공화국의 최고법으로 이 헌법을 채택한다.
<font size="4">제1장 기본권</font>제1조 모든 사람의 존엄은 불가침이다. 이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것은 모든 국가권력의 책임이다.
<font color="#006699">사람과 국가의 관계를 다시 설정했다. 사람을 중심에 뒀다. 우선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했다. 다만 선거권·피선거권 등 국민만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주체는 여전히 국민으로 표현했다. 헌법의 구성에서도 ‘총강’(1장)과 ‘국민의 권리와 의무’(2장)의 위치를 서로 바꿨다. 표현은 쉽게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기본권’으로, ‘총강’을 ‘국가의 기본원리’로 고쳤다. 상징적인 헌법 제1조도 교체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선언보다 인간의 천부인권을 먼저 천명했다.이러한 원칙은, 헌법의 목표와 지향을 알려주는 전문에도 반영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을 계승·발전할 국민의 의무를 내려놓는 대신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다양한 기본권과 다음 세대를 위한 의무를 열거했다. </font>
제2조
①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진다.
② 사형제도는 폐지한다.
제3조
①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
② 누구든지 모든 영역에서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출신지역, 나이, 장애,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직업, 고용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 사상,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등 어떠한 이유로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③ 국가는 남성과 여성의 실질적 평등을 촉진하고 불평등 제거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제4조
③ 체포, 구속, 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하며,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
제5조 죄형법정주의 등
제6조 거주·이전의 자유
제7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8조
① 모든 사람은 사생활의 자유를 가지며 그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② 모든 사람은 통신의 자유를 가지며 그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9조
① 모든 사람은 알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은 자신의 정보를 보호받고 그 처리를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font color="#006699">현행 헌법은 신체적 자유(제4조)를 보장하는 조항이 유독 길다.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사·독재 정권에선 가장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호받지 못했던 탓이다. ‘서른 살의 헌법’에선 검찰 개혁 논의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만 법률에 위임하는 내용으로, 신체적 자유권을 소폭 수정했다. 대신 현세대의 새로운 위험인 다양한 차별 요인을 제거하는 ‘평등권’(제3조) 보장에 집중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은 물론 고용형태, 신체적 조건, 혼인·결혼·임신에 따른 차별도 금지했다. 새로운 유형의 인권침해를 막는 장치로 정보기본권(제9조)을 신설했다. 또 현행 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생명권(제2조)을 새로 넣고 사형제 폐지를 명시했다.</font>
제10조 종교의 자유
제11조
② 언론 매체는 자유, 다원성과 다양성을 존중받으며 공공의 이익에 복무할 의무를 지닌다.
③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배상 또는 정정 등을 청구할 수 있다.
제12조
① 모든 사람은 일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증진, 적정임금,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보장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② 노동조건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공동으로 결정한다.
③ 국가는 안전하고 사람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노동조건과 환경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
④ 취업 중인 노동자는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로부터 보호되며, 상시적 업무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이 직접 고용된다.
제13조
① 노동자는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 및 노동조건의 유지·개선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② 경찰공무원과 현역 군인의 단체행동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할 수 있다.
제14조 교육권
제15조
④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 향상 및 아동의 생존·성장·발달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font color="#006699">노동권(제12조, 제13조)의 보호 범위도 평등권 못지않게 대폭 늘렸다. 우선 부지런히 일한다는 뜻의 ‘근로’를, 사람이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노동력을 들인다는 뜻의 ‘노동’으로 바꿔 노동의 참뜻을 살렸다. 군국주의적 발상인 ‘근로의 의무’는 없앴다. 국가의 의무는 강화했다. 국가는 노동자의 ‘고용안정’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안전한 노동환경’ 등을 보장토록 했다. 경찰공무원·현역군인의 단체행동권을 제외하고는 공무원도 노동3권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언론·출판의 자유(제11조)도 확대했다. 제한 사유인 ‘공중도덕·사회윤리 침해’ 조항을 삭제했다. 언론 매체의 다양성은 보장하되 공공성을 강조했다. 투표권이 없어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아동의 기본권도 명시했다(제15조).</font>
제16조
① 모든 사람은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모든 재해·모든 형태의 폭력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
③ 모든 사람은 전쟁, 폭력, 공포 등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 권리를 가진다.
제17조
①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
② 모든 사람과 국가는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환경을 지속 가능하게 보전해야 한다.
③ 국가는 동물의 생명 존중 등 동물보호 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제18조
① 모든 사람은 최소한의 부담으로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가구원 수와 경제적 능력에 맞는 주거권을 보장하여야 한다.
③ 국가는 주거가 필요한 사람에게 주거공간이 공정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시장을 감독하고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제19조
① 모든 사람은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개인의 경제적 부담 능력에 따라 적절하고 합리적인 의료·공공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제20조
① 혼인과 가족은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
② 국가는 임신·출산·자녀양육의 권리를 보장한다.
③ 국가는 가족생활과 직장생활의 조화를 촉진해야 한다.
제21조
① 모든 사람은 자유롭게 문화를 창조하고 문화활동에 참여하며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②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다양한 문화의 창조·진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제22조
① 모든 사람은 충분한 휴식 및 여가활동의 시간과 기회를 보장받는다.
② 국가는 모든 사람의 휴식과 여가활동에 장애가 되는 제약 요인을 제거·축소해야 한다.
제23조
① 국가는 국제법과 법률에 따라 난민을 보호한다.
② 정치적으로 박해받는 자는 망명권을 가진다.
<font color="#006699">인간다운 생활을 보장받을 권리인 사회권과 관련해서 신설되는 기본권이 많다. 지난 30년간 생겨난 새로운 위험에 대응하고 사람들의 새로운 욕구도 반영하기 위해서다. 안전권(제16조)과 평화권(제16조)이 대표적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과 국가 공권력에 의해 제주 강정, 경남 밀양, 경북 성주가 파괴되는 비극을 막기 위한 조처다. 강화된 환경권(제17조)에는 동물보호 정책 수립에 대한 국가 의무도 포함됐다. 주거권(제18조), 문화권(제21조), 여가·휴식 향유권(제22조)을 새로 만들었고, 건강권(제19조)은 현행 혼인·가족생활 조항에서 분리했다. 가족권(제20조)과 관련해선, 성별 역할을 분리하는 ‘모성 보호’ 문구를 삭제하고, 국가가 가족의 임신·출산·자녀양육의 권리를 적극 실현하도록 강조했다.</font>제24조 학문·예술의 자유
제25조 재산권 보호와 제한
제26조 선거권
제27조 공무담임권
제28조 청원권
제29조 재판권
제30조 국가보상 청구권
제31조 국가배상 청구권
제32조 구조권
제33조 기본권 제한 등
제34조 납세의 의무
제35조 누구도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받지 아니하며, 국가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병역 외의 대체복무를 부과한다. 대체복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font size="4">제2장 국가의 기본원리 </font>제36조 국민의 요건과 재외국민 보호
제37조 모든 국민은 헌법질서를 파괴하려는 자에 대하여 저항할 권리를 가진다.
제38조 대한민국 영토
제39조 평화통일 지향
제40조 국군의 사명과 정치적 중립성
제41조 조약과 국제법규 효력
제42조
② 공무원은 헌법을 충실히 준수하여야 한다.
③ 공무원의 신분은 보장되며, 누구도 공무원의 직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제43조 정당의 설립과 해산
제44조
① 모든 국민은 국민투표권을 가진다.
② 모든 국민은 법률의 제·개정과 헌법 개정의 발안권을 가진다.
③ 모든 국민은 대통령이 재직 중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소환권을 가진다.
<font color="#006699">양심적 병역거부권(제35조)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의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교사나 공무원이 직위를 이용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당 가입, 선거운동 등 정치적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제42조).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장치로 국민 제안에 대한 국민투표제,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다(제44조).</font>지난 7월6일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한참 동안 ‘서른 살의 헌법’을 들여다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전공·사진)가 빙그레 웃으며 내린 결론이다. 서른 살의 ‘기본권 확대’ 요구가 정당하고 참신하지만, 이를 국가권력을 쥔 정치인들이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헌법 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 발의→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국민의 과반수 투표와 과반수 찬성’ 순서로 이뤄지므로,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필수적이다.
임 교수는 국가의 기본원리, 즉 통치 구조보다 기본권을 더 먼저 더 많이 규정한 새 헌법을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젊은 국민들이 권리를 보장받고 싶어 하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국민 보호’에서 찾는 게 느껴진다. 원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통치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독일 헌법 역시 제1조에 인간의 존엄성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권의 주어를 ‘국민’이 아닌 ‘사람’으로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제헌헌법이 만들어진 1948년에는 대한민국이 좁은 국민국가로 국가는 강조되고 국민은 보호의 객체였지만 지금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선거권·피선거권 등을 제외한)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래 법률적 용어는 (한자인) ‘인간’이지만, 모든 국민이 알 수 있는 쉬운 한글인 ‘사람’으로 바꾼 것도 좋은 시도”라고 평했다.
기본권을 최대한 자세하게, 명확하게 적시한 점도 긍정적으로 봤다. 새 헌법은 차별 금지 사유(평등권)를 3개에서 19개로 늘리고, 생명권·환경권·건강권·평화권·문화권·여가와 휴식 향유권·안전권 등 헌법 해석상 인정되는 기본권을 조문으로 명문화했다. 임 교수는 “기본권 규정은 구체화할수록 국민에게 유리하고 (명문화되면) 더 강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항권은, 세계 모든 헌법학자가 조문에 없어도 인정되는 ‘자연권’으로 인정하는 만큼 반드시 별도로 조문에 명시해야 하는 기본권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겨울) 촛불도 저항권 행사였다”는 게 임 교수의 해석이다.
‘가족’ 관련 새로운 조문에 대해 임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헌법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매우 참신하고 좋은 조항”이라고 극찬했다. 새 헌법은 성별 역할을 분리한 ‘모성 보호’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국가에 임신·출산·자녀양육 권리를 보장할 의무를 부여했다. 정보기본권 신설과 노동권 강조(근로→노동)도 시대를 반영한 적절한 조처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맞게 아동과 노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독립적 조문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고 임 교수는 조언했다.
임 교수가 새 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은 사형제 폐지와 국민소환제 도입 등이 명문화됐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두 조문에) 찬성”이라면서도 “사형제는 논란이 첨예하고, 국민소환제는 (국회의원이) 소환 대상자이기 때문에 (이런 조항들로) 개헌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핵심 쟁점인 개헌 시기와 관련해 임 교수는 “개헌의 적기는 국민이 원할 때”라고 말했다. “헌법 제·개정이 너무 오래돼서 헌법을 아무리 탄력적으로 해석해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때, 국민 주도로 ‘국민의 법’인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지난 1월 국회에서 시작된 권력 구조 중심의 개헌 논의가 현재 추동력을 완전히 잃은 것도 ‘국민 없는 개헌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국민이 만든 개정안 초안을 대통령이 발의하는 방식이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금까지 공약과 발언을 보면,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개헌안을 만들어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적폐 청산 작업을 해가며 개헌을 위해 충분한 여론 수렴을 할 것으로 본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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