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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30년 위장계열사 정황 드러나

차명 주주 통해 건축설계업체 ‘불법’ 운영 정황 담은 전·현직 삼우 고위 간부 발언 녹취록 단독 입수… 삼성, “차명 주주 업체였다면 정상 대금 주고 인수 안 했을 것”
등록 2016-08-23 20:37 수정 2020-05-03 04:28
삼성그룹이 국내 최대 건축설계업체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30여 년간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은 ‘삼우’를 ‘또 하나의 친구’로 생각했던 것일까? 한겨레 이종근 기자

삼성그룹이 국내 최대 건축설계업체인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30여 년간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삼성은 ‘삼우’를 ‘또 하나의 친구’로 생각했던 것일까? 한겨레 이종근 기자

삼성그룹이 국내 건축설계 실적 1위이자 세계 10위권 설계·감리 업체였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차명 주주’를 통해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온 정황을 드러내는 구체적 증거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연간 1천억원이 넘는 ‘일감 몰아주기’로 위장계열사를 연매출 2천억원대로 성장시킨 뒤, 차명 주식을 회수하는 형태로 기업을 헐값 인수하고, 그룹 오너 일가가 그 혜택의 일부를 누렸다는 비판도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위장계열사란 형식적으로 계열사가 아닌 것처럼 꾸몄지만 실제로는 특정 회사의 계열사 구실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모회사의 전·현직 임직원 이름으로 주식을 차명 출자하여 운영하는 게 위장계열사의 대체적인 경영 방식이다.

은 삼성그룹이 2년 전까지 삼우를 위장계열사로 운영해온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녹음파일은 1시간30분 분량, 녹취록은 A4용지 50여 장 분량이다. 2013~2014년에 걸쳐 복수의 삼우 고위 임직원들이 ‘삼우의 원소유주는 삼성이고, 삼우의 현 주주들은 삼성을 대리하는 주식명의자’라고 말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삼우 사장, “삼성이 원래 주인, 지금도 주인”

녹취록을 보면, 2013년 4월9일 당시 삼우 사장 ㄱ은 직원 6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명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삼우가 태동한 것은 삼성에서 설계에 서포트(지원)가 필요했기 때문에 만든 것입니다.” 뒤이어 그는 설명을 덧붙였다. “한국 특유의 실행, 실정법상 그 당시에는 재벌그룹이나 시공사가 설계사무소를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현재에는 이런 실정법상 설계사무소가 재벌그룹이라든지 그런 그룹사의 일원으로 계열사가 되는 것에 전혀 법적인 제한 사항은 없습니다. 현재의 제도적 여건으로 삼우의 주식이 삼성 이름으로 등재가 되어 있지 않고, 저를 포함한 다섯 사람의 이름으로 등재가 돼 있습니다.”

특히 삼성이 삼우를 지배하기 위해 차명 주주를 동원했다는 대목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이다. “삼성에 법적으로 주식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했고, 그 주식에 대해서 이름이 기입돼 있는 명의자가 다섯 사람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삼우의 주주는) 주주가 아니고 주식명의자입니다. 이 모든 것이 삼성 것이었으니까, 삼성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원칙적인 얘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삼성으로의 전환은 저희가 요청한 것이 아닙니다. 원래 주인이었던 삼성이, 그리고 계속 삼성이 삼우 설계의 주인이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날 설명회는 삼우 인수를 추진하던 삼성이 돌연 태도를 바꾸자, 이에 대한 삼우 쪽의 비상대책을 의논하고 설명하는 자리였다.

ㄱ 전 사장은 2014년까지 삼우 주식 100%를 소유했던 주주 5명 가운데 한 명이다. 설명회가 열린 2013년 무렵, 이아무개, 박아무개, 김아무개가 25%씩, 현아무개가 15%, ㄱ 전 사장이 주식의 10%를 각각 소유했다. 당시 삼우 주가는 주당 25만원 정도로 평가됐다. 주식 1만 주를 보유한 ㄱ 전 사장의 입장에선, 시가 25억원가량의 주식을 사실상 포기하고 ‘자신이 삼성의 차명 주주’라고 발언한 것이다. 주식을 포기하는 데 따르는 막대한 개인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이렇게 말한 것으로 보아, 그 진실성을 상당히 신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ㄱ 전 사장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국외 체류 중이어서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 확보한 또 다른 녹취록을 보면, ㄴ 현 삼우CM건축사사무소(2014년 9월 삼우에서 분할된 회사) 대표이사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삼우 상무로 일했던 그는 2014년 9월 대표이사 취임 직전 간부들과 만나서 말했다.

“(삼우의 경영을 내게 맡긴 것은) 삼성이 다 억셉트(받아들이기로)하고 결정이 된 거야. 주식이 누구 겁니까? (삼우가) 삼성 거지. 삼성하고 다 결정이 됐어요.” 이에 대해 ㄴ 대표이사는 과 한 통화에서 “그런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 삼우CM은 지금이나 그때나 삼성과 별개 회사”라고 해명했다.

한 해 1천억원 이상 일감 몰아준 삼성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삼성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건물 설계·감리를 도맡아왔다. 삼우가 삼성과 관련해 설계 또는 감리에 참여한 주요 건물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타운,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
기장.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겨레 박미향 기자, 박승화 기자, 한겨레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삼성그룹과 계열사의 주요 건물 설계·감리를 도맡아왔다. 삼우가 삼성과 관련해 설계 또는 감리에 참여한 주요 건물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 도곡동 타워팰리스, 서초동 삼성타운, 경기도 수원 월드컵경 기장.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겨레 박미향 기자, 박승화 기자, 한겨레

삼우는 1976년 10월 삼성그룹 계열사 ‘중앙개발’(현 삼성에버랜드)의 직원이던 김창수(전 삼우 공동회장) 등 3명이 ‘삼우건축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1985년 6월부터 지금의 주식회사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됐다. 삼우는 건축 설계 업무와 함께 건설 기획·발주·시공·유지를 통합 관리하는 CM(Construction Management) 분야 두 축으로 성장했다. 2013년 기준으로 보아 직원 1234명에 연간 매출 2776억원 규모다. 미국·중국·아랍에미리트 등에 국외사무소도 거느렸다. 영국 건축 전문지 이 2015년 선정한 건축 전문회사 세계 15위(아시아 3위)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선 독보적인 대형 건축사무소다.

삼우는 삼성그룹을 상징하거나 계열사가 짓는 주요 건물 대부분의 설계·감리를 도맡다시피 해왔다.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을 비롯해 서초동 삼성타운,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도곡동 타워팰리스, 중국 서안·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삼성전자 반도체단지가 모두 삼우 작품이다. 업계에선 ‘삼성 계열사 건물의 9할 이상을 삼우가 설계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1980년대 삼성이 위장계열사로 삼우를 설립한 뒤, 끊임없이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 입수한 녹취록에는 이와 관련한 내용도 있다. 경영관리를 담당하던 어느 책임자급 인사는 직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희가 삼성그룹을 ‘거래선 원’이라고 주로 표현을 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저희가 2546억원 매출을 했는데요. 그중에 매출 총액 56%(설계 21%, CM 35%)가 거래선 원, 삼성 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봤을 때 거래선 원에서 저희가 이익을 낸 거는 93억원 정도였고요.”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이고, 이들에게 1천억원이 넘는 공사를 삼성이 몰아줬다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조)이 규정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 방지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원칙’을 위반한 행위를 저지른 셈이 된다.

법 규제 풀리자 자회사 편입 위해 압박 정황

공정위는 ‘삼성의 위장계열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997년 삼우를 중점관리 대상으로 점찍어 여러 차례 조사와 재조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혐의를 잡지 못했다. 1999년 삼성물산이 수원월드컵경기장 공사의 감리회사로 삼우를 낙찰한 뒤에도, 공정위는 “위장계열사라는 혐의를 인정할 객관적 사실을 찾아내지 못했다”는 설명만 내놨다.

이 과정에서 삼우가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 녹취록을 보면, ㄱ 전 사장이 이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있다.


<i>“삼성물산 고위층이 ‘법적으로 더는 문제가 없으니 삼우 주식을 되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삼우 전 고위 간부
</i>

“우리는 삼성이지만 우리가 현재 취한 법적인 태도는 ‘삼성이 아니다’였습니다. 저희하고 경쟁이 되는 곳에서 청원이 들어가서 여러 번 공정위서 조사를 나온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너무 완벽하게 삼성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해왔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조사를 강하게 했지만 무혐의로 처리가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삼성도 같이 조사를 받고 그랬겠죠. 이런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 삼우가 편입되는 형태를 다시 취하는 것으로 할 때… 삼성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불편할 겁니다.”

삼성은 2012년부터 삼우를 계열사로 되찾아오는 작업을 추진했다. 건설사의 설계업체 보유를 금지했던 건축사법이 규제를 푼 지 3년 만이다. 이와 관련해 과 만난 삼우의 전직 고위 간부는 “삼성물산 고위층이 ‘법적으로 더는 문제가 없으니 삼우 주식을 되찾아오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초 삼성의 계획은 설계 부문을 떼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종합)라는 이름으로 삼성물산이 인수하고, 2014년 이후에도 현행법상 건설사가 소유할 수 없는 감리(CM) 부문은 ‘삼우씨엠건축사사무소’(삼우CM)로 이름을 바꾼 뒤 100% 사원주주 형태의 별도 회사로 존속시키기로 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헐값 인수, 원소유주였기에 가능한 일”
대기업이 위장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뒤 이를 통해 급성장한 기업을 합법적으로 편입하게 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 간다. 삼우를 인수한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대기업이 위장계열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뒤 이를 통해 급성장한 기업을 합법적으로 편입하게 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총수 일가에 간다. 삼우를 인수한 삼성물산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3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하지만 차명 주주 5명 가운데 김아무개, 박아무개, 현아무개 등 3명이 삼우CM의 처리를 놓고 돌연 삼성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 3명은 “삼우CM의 기존 주식 10만 주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겠지만, 추가로 신주 2만 주를 발행해 이를 허아무개, 이아무개 등 특정인에게 주겠다”며 입장을 바꿨다. 삼성그룹에 맞서 ‘경영권 관리’에 나선 것이다.

삼성도 물러서지 않고 ‘자회사 원상회복’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녹취록을 보면, ㄱ 사장은 “삼성에서 직접적으로 세 분을 만나 설득을 했었습니다. 그에 대한 세 분의 반응은 ‘설득이 미비하다’ ‘돌려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차명 주식’을 되찾기 위해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삼우를 압박했다는 주장도 녹취록에 담겨 있다. 사원 설명회 자리에서 어느 경영관리 책임자가 말했다.

“최근에 (삼성) 그룹에서 거래를 중단하려는 움직임들이,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지가 있었고요. (삼성) 물산건설과 협업 진행 중이던 디자인빌드 프로젝트가 한 10여 개 있는데요. 그걸 (삼우) 본사와 협업을 중단하고 다른 회사와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삼성의료원의 통원진료센터나 본관 지하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삼우하고 계약을 반대했다’라고 전해들었습니다. 일련의 움직임과 같이 저희 메인 건축주라고 할 수 있는 삼성그룹 쪽에서 저희 쪽하고 일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피력했고….”

이 책임자는 뒤이어 말했다. “삼성그룹으로 원래 주인을 찾아가는 것이 실패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일감 끊기’를 도모하고 있다고 삼우의 경영 실무자가 주장하던 시점이 공교롭다. 개정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 시행이 그해 11월로 다가와 있었다. 개정 금융실명제법은 차명 거래에 명의를 빌려준 사람뿐 아니라 실소유주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위장계열사의 운영을 위해 맡긴 차명 주식을 되찾기 어렵게 되고, 뒤늦게 실소유주임을 주장한다 해도 오히려 모기업의 오너 또는 핵심 간부들이 처벌받게 된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이 개정 금융실법제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삼우를 자회사로 ‘원상회복’시키기 위해 강제적이고, ‘일감 끊기’ 같은 강력한 수단을 동원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삼우를 헐값에 인수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삼성물산은 2014년 9월 삼우의 설계 쪽 인력으로 구성된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를 88억원(영업권 19억원 포함)에 사들였다. 지난 8월18일 과 만난 삼우의 전직 고위 간부는 “감리 쪽을 빼더라도, 한 해 1천억~2천억원가량 매출을 올리던 회사였던 만큼 지나치게 싼 가격이라는 말이 많았다. ‘원소유주’에게 주식을 되돌린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에서 주요 그룹이 설계 전담 ‘위장계열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대목이다. 삼성뿐 아니라 건축회사를 소유한 상당수 대기업들이 이런 의혹을 받는다. 녹취록을 보면, ㄱ 전 사장은 다른 대기업의 사례를 들어 삼우와 삼성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미 ㅎ그룹이 ㅎ종합설계라든지, ㅈ그룹이 ㅊ기업, ㅍ사가 ㅍ기업, 뭐 나중에 이름이 바뀐 것 같은데, 이러한 설계사무소들이 재벌그룹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위장계열사 의심 기업도 논란 일 듯

삼성은 2005년 이건희 회장의 셋째누나와 그의 아들이 지배주주로 있는 영보엔지니어링을 위장계열사로 자진 신고한 뒤, 2011년 기준 영보의 일감 99%를 삼성전자에서 몰아줘 문제가 됐다. 1999년엔 가 삼성으로부터 계열분리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지만,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이건희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주식 명의 신탁 계약서’를 (내가) 비밀리에 써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과거 감리업체인 한미건설기술건축사무소, 서영기술단 등도 국회 국정감사에서 삼성의 위장계열사로 의심돼 이름이 올랐던 기업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쪽은 “삼우는 삼성물산이 설계 역량 강화를 위해 2014년 공정한 실사와 협상을 거쳐 인수한 회사다. 차명 주주를 동원했다면 정상적인 대금을 주고 살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이 원소유주’라는 삼우 쪽 녹취록 내용에 대해선 “당시 삼우 쪽에서 한 주장일 뿐이고, 그때 삼우의 내부 사정까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삼우,  삼성  자회사  편입  이후


내홍  겪는  삼우CM


2012년부터 삼성이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삼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진통이 발생했다. 당시 삼우 주주 5명 가운데 김아무개, 박아무개, 현아무개는 삼성의 인수 계획에 반대했다. 이후 삼성으로부터 일감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삼우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부사장급 위원장과 전무·상무·이사·실장을 비롯해 전·현직 대표사원회장 등 회사 주요 보직 9명을 위원으로 임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은 2013년 3월 비대위가 작성한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내용을 보면, “2013년 2월 말 거래 중단을 시작으로 (삼성그룹과) 신규 계약이 안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경으로는 삼성에서 작년 지분 정리를 하고 당사를 편입하려고 했으나 현재 회사 주주이신 5분 3분의 반대로 삼성의 의도대로 되질 못해서 그럴 것이라는 짐작만 있을 뿐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해 비대위가 구성된 지 한 달 만에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ㄱ 당시 사장은 “지금 삼성이 만약에 삼우와 결별을 해서 삼성이 건축주로 되어 있는 일들이 다 떨어진다라고 하면은 우리는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작년도 (매출에서) 삼성 비중이 56%입니다. 그냥 50%로 계산을 해서 우리 1300명 가운데 650명이 삼성 일을 한다고 계산을 하면 됩니다. 그럼 650명에 해당하는 일이 없어지면, 650명을 내보내야 합니다”라며 상황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우의 설계 부문은 2014년 9월 삼성의 자회사로 인수됐다. 상황이 봉합되는 듯했지만, 삼성에 인수되지 못한 채 ‘사원주주회사’로 남게 된 삼우CM에서 다시 내홍이 벌어졌다. 5명의 주주 가운데 김아무개, 박아무개, 현아무개 등 3명의 주주가 신주 2만 주(기존 전체 10만 주)를 발행해 자신들이 지명한 허아무개, 이아무개 등 특정인 2명에게 넘겨주고 이들을 대표이사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후 삼우의 김아무개 전 상무는 “일부 차명 주주들이 삼우가 삼성의 위장계열사였다는 약점을 잡아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며 소송전에 나섰다. 김 전 상무는 지난해 신주를 받은 허아무개, 이아무개씨를 상대로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의 개선 등 제대로 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신주를 배정해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신주 발행 무효 소송을 냈다. 김 전 상무는 “회사 주식이 주당 25만원 정도였는데, 신주는 액면가인 5천원으로 불공정하게 발행됐다”는 이유도 댔다. 그는 “실질적 권리를 갖지 못한 ‘차명 주주’들이 이런 결정을 내려, 자신의 주식 가치가 희석됐다”며 손해배상 소송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삼우CM 쪽은 “전체 주주가 주주총회를 통해 합의 및 의결로 신주 발행을 했고, 회사 지배권 약화를 막기 위한 정당한 조처”라는 주장으로 맞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법정 공방 과정에서 ‘실질적 권리를 갖지 못한 차명 주주’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취재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편집 김선식 기자
디자인 장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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