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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에 관한 3대 혹세무민

사드를 ‘방어용’ ‘북핵’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요격’으로 포장하는 국방부…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에 약하고, 중국 견제용 의미만 강해
등록 2016-07-19 06:10 수정 2020-05-02 19:28
북한이 2015년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 캡처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2015년 5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공개한 영상 캡처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은 한국과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거론했다. 사드 배치 때문에 한반도는 주변 국가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각축장이 됐다. 근현대사 경험 때문에 우리처럼 ‘각축장’이란 단어가 주는 부정적 뉘앙스를 절감하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전격 결정하자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거세다. 중·러의 강경파들 사이에서 경제 보복과 군사적 조처가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지경이다. 열강의 틈새에서 갈 길을 잃었던 근현대사의 아픈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상황이다.

방패는 결코 방어용이 아니다

2014년 이후 미국에서 사드 배치가 거론될 때마다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미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도 없었고, 서로 협의도 없었으므로, 결정도 없다는 논리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2015년 말부터 분위기가 바뀌는 조짐이 보이더니 지난 7월8일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국가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데 공론화 과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사드 배치의 필요성에 대한 정부의 논리도 그때그때 달라졌다. 처음에는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주한미군의 자산을 지키려고 사드를 배치한다는 논리가 주를 이뤘다. 미국이 자기 돈으로 배치하는데 왜 반대하냐는 것이다. 그러다가 사드를 배치하면 수도권을 비롯해 한국 방어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가 곁들어졌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경북 성주를 결정한 뒤 사드가 수도권을 방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생겼다. 그러자 수도권은 사드가 아닌 패트리엇미사일로 지킨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다.

정부 논리가 이렇게 달라지는 건 본질적인 것을 은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발표한 한·미 양국의 논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설명은 세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사드는 방어용이다. 둘째,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이 목적이지 중국 견제용이 아니다. 셋째, 사드는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요격할 수 있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국민을 속이는 혹세무민이다.

사드는 방패 기능을 하기 때문에 방어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격과 수비의 역학관계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국제정치에서 창과 방패의 기능은 단순하지 않다. 방패를 준비하는 것을 결코 방어용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보통 선제공격을 제1격, 상대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보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능력을 제2격 능력이라고 한다. 만약 A가 튼튼한 방패를 갖추면 B는 자신의 제2격 능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판단한다. A가 선제공격을 한 뒤 B가 가까스로 전열을 추슬러 보복공격(제2격)을 해도 A의 방패가 막아낼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A가 갖춘 방패는 A와 B 사이의 균형을 깨트린다.

B는 이에 대항하기 위해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더 튼튼한 창을 준비한다. 그 결과 A와 B 사이의 군비 경쟁이 이어진다. A의 방패는 B가 더 날카로운 창을 만들도록 자극하는 공격용이 된다. 사드가 상대가 쏜 탄도미사일을 파괴하는 요격미사일이기 때문에 방패라고 하지만, 사드는 결코 방어 기능만을 담당하는 게 아니다.

사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대응용이므로 중국 견제가 아니라고 하는 것도 ‘눈 가리고 아웅하기’다. 사드로 1천여 기에 이르는 북한의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을 막는 것은 어렵다. 북한의 미사일들이 5분 안팎에 남한 전역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요격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일부를 요격하더라도 수많은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가 동시에 소나기처럼 날아들 경우에는 무기력할 뿐이다.

중국의 군사적 대응 자극
국방부는 사드 요격미사일이 SLBM 저격도 가능하다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14일 국방부로 항의 방문한 경북 성주군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국방부는 사드 요격미사일이 SLBM 저격도 가능하다지만 반론이 만만치 않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지난 7월14일 국방부로 항의 방문한 경북 성주군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오히려 사드의 목적은 대중국 견제용으로 봐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드로는 중국 본토에서 미국을 향해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요격할 수 없어서 대중국용이 아니라고 말한다. 중국 내륙에서 미국 본토를 향해 날아가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한반도가 아니라 북극 상공으로 비행하고, 한국 상공에선 이미 사드의 요격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는 고도 이상으로 상승해 비행하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이 목적이 아니다. 사드 체계는 요격미사일과 함께 ‘AN/TPY-2’라는 레이더가 배치된다. 이 레이더는 중국 내륙지방에 배치된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다. 사드 레이더로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고, 이를 미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요격할 충분한 시간과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한다. 중국의 미사일 발사를 일찍 탐지하면 알래스카, 괌, 주일미군기지에서 요격을 시도할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체계가 대중국 견제용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레이더 때문이다.


사드 레이더로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조기에 탐지하고, 이를 미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요격할 충분한 시간과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한다.

사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함으로써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사일방어(MD) 체제를 보강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은 대중국 미사일 정보를 획득하는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창과 방패의 논리를 미·일 동맹과 중국 사이에 적용할 수 있다. 미·일 동맹은 사드라는 방패를 갖춰 중국의 제2격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균형이 깨지게 된다. 이것이 중국이 반발하는 핵심적 이유다. 중국은 다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MD 체제를 무력화하는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려고 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사드가 한국 방위 범위를 넘어 중국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점잖게 말해왔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군사적 대비 태세를 언급하고 있다. 중국의 예비역 장성들은 2014년부터 각종 비공개 회의에서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는 것은 중국에 위협이 되기에 사드가 배치된 주한미군기지는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적 발언을 해왔다.

중국이 사드 배치 지역에 대한 군사적 대비를 하는 것은 실제 타격하겠다는 것보다 사드라는 방패를 뚫기 위한 창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동남부 지역에서 미사일 배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막는다고?

일본에 이미 사드의 탐지 장비 AN/TPY-2 레이더 2기가 배치돼 있다. 하지만 지구는 둥글고 한반도에는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치닫고 있다. 지구 곡면과 백두대간 때문에 일본에 배치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을 탐지하려면 발사 뒤 몇 분이 지난 상승 단계에서 가능하다. 조기 탐지가 그만큼 어렵다.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 이유다.

사드가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요격할 수 있다는 한민구 국방장관의 발언은 ‘사드 맹신’이라고 할 정도다. 북한은 아직 SLBM을 완성한 단계는 아니다. SLBM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하는 사출 실험에 성공했다. 사출 실험이란 바닷물 속에서 물 밖으로 미사일을 내보내 점화하는 기술이다. 앞으로 비행까지 성공한다면 SLBM은 은밀성 때문에 매우 위협적인 무기가 된다. 북한이 SLBM 개발에 집착하는 것은 사드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 북한이 SLBM을 완성해 성주에 배치된 사드의 후방인 제주 남방에서 발사할 경우 사드는 속수무책이 된다. 사드 레이더는 북한 쪽 전방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SLBM 개발을 시도하는 것은 은밀성과 기습성 때문에 미국의 MD 체제와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어서다. 러시아도 2015년 모스크바 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행사에 ‘RS-24 야르(Yars)’라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등장시켰다. 이 다탄두 미사일은 비행하다가 탄두가 10개 이상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미국의 MD를 약화하는 무기 체계다. 북한은 MD 무력화 카드를 통해 러시아·중국과 공조를 취하려는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사드는 방어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북한 미사일 공격에 그다지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되지 못하며, 수도권 방어도 되지 않는다. 한·중 관계를 악화해서 한국을 미국과 중국의 미사일 각축장으로 만들고, 북한과 중국·러시아의 관계를 유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그런 국제 공조도 약화될 우려가 높다.

오히려 북핵 폐기에서 멀어져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사드 배치 이유로 내세우지만 실효성 없는 구실에 불과하다. 도리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는 길에서 멀어지는 선택이 될 뿐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응 원칙은 분명하다. 한반도와 주변의 안정과 평화가 확고한 목표가 돼야 한다. 국제적 북한 제재를 통해 비핵화 대화를 이끌어내는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평화 체제 전략을 만드는 것이다. 쏠림외교가 아닌 한국의 균형외교가 절실하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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