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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기업평가 사이트에서 ‘희망퇴직’ 검색어 조사… KT·현대중공업·팬택·현대제철·SK커뮤니케이션즈 순으로 언급 많아
등록 2016-02-16 17:39 수정 2020-05-03 04:28

회사가 직원을 내보내는 수단으로 쓰이는 ‘희망퇴직’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정보를 얻는 대표적인 수단인 포털 네이버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희망퇴직’에 대해 찾아보았는지 확인해봤다. 기간별 검색 추이를 알려주는 ‘트렌드 검색’을 이용했다. 검색 결과, 이용자가 컴퓨터에서 ‘희망퇴직’을 가장 많이 찾은 때는 지난해 12월14일이었다. 대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가 20대 직원에게까지 희망퇴직을 받으면서 사회적으로 고용 불안정이 크게 이슈화된 때였다.
이 트렌드 검색을 보면 띄엄띄엄 높아지던 ‘희망퇴직’ 검색이 2014년부터는 자주, 급속히 빈도수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상시적으로 많은 이들이 희망퇴직을 검색한 것이다. 트렌드 검색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의 검색 추이를 보여준다. 최근 한국 사회 내 희망퇴직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팍팍한 증거다.
은 소셜미디어 기업평가 사이트인 ‘잡플래닛’에 의뢰해 기업평가 정보(리뷰) 가운데 명예퇴직·희망퇴직이 많이 언급된 기업들을 찾아봤다. 잡플래닛 리뷰는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자신이 다녔거나 다닌 기업에 대해 평가를 할 수 있어 기업 외부적으로 공개되지 않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잡플랫닛에는 76만 건의 기업평가 정보가 쌓여 있고 월평균 방문자 수는 300만 명에 이른다.

자료: 소셜미디어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3만6천 개 회사를 대상으로 2014년 4월2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올린 리뷰 분석)

자료: 소셜미디어 기업평가 사이트 ‘잡플래닛’(3만6천 개 회사를 대상으로 2014년 4월21일부터 2015년 12월 31일까지 올린 리뷰 분석)

명예퇴직·희망퇴직이 많이 언급된 기업들을 정리한 결과, 그동안 구조조정을 한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1위는 KT, 2위는 현대중공업, 3위는 팬택, 4위는 현대제철, 5위는 SK커뮤니케이션즈였다. 잡플래닛 관계자는 “리스트 상위권 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으로 인한 고용불안을 언급한 리뷰가 다수였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다른 기업에 견줘 절대 리뷰 수가 많은 탓에 희망퇴직이 언급된 리뷰가 많을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 다음으로 LG전자, 네오위즈게임즈, 두산인프라코어, 웅진씽크빅, 한화투자증권이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와 삼성중공업 등 삼성그룹 계열사도 상위 30위 안에 5곳이나 포함됐다. 주요 대기업들의 리뷰에서 빠짐없이 희망퇴직이 등장한 것을 보면 상당히 많은 기업에서 인적 구조조정을 진행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취업준비생 또는 재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공기업 또는 공무원 시험으로 쏠리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황명호(32·가명)씨는 지난해 말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희망퇴직을 했다. “솔직히 나는 회사가 나가라고 한 경우는 아니었다. 하지만 밖으로 내몰리는 직원들을 보고 회사가 사람을 부품처럼 대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40~50대가 되면 나도 퇴사 권유를 똑같이 받지 않을까 생각해 더 늦기 전에 나오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황씨는 다음 일자리로 공무원 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내가 선택한 회사에 들어가서 애사심을 가지고 일하며 ‘이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런 마음이 사라졌다. 평생을 쏟아부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잘려나가는 것을 봤다. 일에 임하는 나도 중요하지만 구성원을 대하는 회사의 태도도 중요하지 않을까.”

지난해 그는 큰 상처를 입었다. 대기업에 입사해 이른바 ‘산업 역군’이 되었지만, 그는 이제 기업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황씨 또래는 황씨를 보았고, 황씨의 후배들도 황씨를 보았다. 이들이 대기업에서 열정을 불태울 생각은 아마 예전보다 덜할 것이다. 기업이 경제성장의 동력이라면, 기업의 동력인 사람의 열정이 식고 있는 셈이다. 안정된 고용을 통해 야근과 열정, 기업의 성장을 샀던 한국 경제는 변했는데, 이를 대신할 새 성장동력은 아직 못 찾았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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