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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윤창번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청와대 근무 끝나자 다시 ‘김앤장’으로 “청와대 경력을 김앤장 이익 추구에 활용하려는 새로운 ‘정법유착’”
등록 2015-08-05 14:28 수정 2020-05-03 04:28

‘법조계 삼성’. 법률사무소 김앤장을 부르는 오래된 이름이다. 최근에는 SBS 드라마 에 등장한 로펌 ‘한송’의 모델로 유명하다. 김앤장은 ‘독보적 1위’라는 빛과 ‘회전문 인사’ ‘쌍방대리’라는 그림자를 품고 있다.
김앤장은 소속 변호사만 670여 명이다. 2위권 로펌(태평양 330명, 광장 324명, 2014년 기준)의 거의 2배다. 미국 법률 전문지 는 김앤장의 변호사 수가 세계 로펌 가운데 95위라고 발표했다. 국내 로펌 가운데 100위 안에 든 곳은 김앤장이 유일하다. 잘나간다는 판사·검사 출신들을 싹쓸이해서 얻은 결과다. 그 결과 ‘공직→김앤장→공직’으로 이어지는 ‘회전문 인사’를 덤으로 얻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한겨레 박종식 기자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김앤장 출장소?

회전문 인사는 김대중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6월 법무부 차관으로 옷을 벗은 최경원 변호사가 김앤장에 합류했다가 그해 12월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 때는 한덕수 국무총리(이명박 정부 당시 주미대사), 박정규 청와대 민정수석이 김앤장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수없이 많다. 한승수 국무총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정진영 청와대 민정수석, 김회선 국가정보원 2차장 등이 김앤장에 몸담았다가 공직으로 다시 나왔다. 회전문 인사가 잇따르면서 일선 공무원들은 “김앤장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들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관계가 한층 강화됐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 윤병세 외교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 곽병훈 법무비서관, 조응천·권오창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김학준 청와대 민원비서관 등이 김앤장을 거쳤다. 특히 청와대에 김앤장 출신이 많다보니 ‘(청와대가) 김앤장 출장소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김앤장맨’으로서의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은 ‘나의 스승’이라는 언론 기고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 곳이며 가장 많은 스승을 만났던 곳”이라고 자랑했다. 특히 김영무 변호사(김앤장 설립자)를 “이제까지 겪어본 최고의 리더”라고 치켜세웠다.

청와대 파견이 끝나면 ‘친정’ 김앤장으로 속속 돌아간다. ‘김앤장→공직→김앤장’이라는 또 다른 회전문이 추가된 셈이다.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은 하나로텔레콤 회장 출신으로 2008∼2013년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다 2013년 8월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으로 임명돼 지난 1월까지 근무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김앤장에 재취업했다. 허영일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김앤장이 직원들을 청와대에 잠시 파견 보냈다가 재취업시키는 행태는 청와대 경력을 김앤장의 이익 추구에 활용하려는 또 다른 형태의 ‘정법유착’”이라고 비판했다.

쌍방대리 금지조항 비켜간 운영 형태

쌍방대리 문제도 김앤장에 덧씌워진 오래된 과제다. 진로와 골드만삭스, SK와 소버린의 경영권 분쟁 사건에서 양쪽을 모두 대리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원고와 피고를 동시에 대리하거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을 모두 대리하는 방식은 변호사법에 금지돼 있다. 하지만 김앤장은 운영 형태가 독특해 법의 테두리를 비껴갔다.

김앤장은 변호사법이 정한 개인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법무법인(유한), 법무조합이 아닌 특이한 운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김영무 변호사를 비롯한 100여 명이 공동대표인 합동 변호사 사무실이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가 사실상 대표변호사이면서도 쌍방대리 논란을 피하고 세법상 특혜를 누리기 위한 전략이라고 법조계에선 지적한다. 하지만 김앤장 쪽은 “합동법률사무소는 외국계 로펌에선 흔한 형태”라고 일축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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