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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8억’ 거래 김앤장이 중개했다

8억원 받고 론스타코리아 대표 유회원에 대한 탄원서 써준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 배임수재 혐의 8월14일 1심 선고… <한겨레21> 단독 입수한 수사·재판 기록 보면 조응천 전 김앤장 변호사(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가 협상 매개하고 김앤장 변호사,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 등이 협상 적극 주도했지만 ‘김앤장맨’들은 참고인 조사만
등록 2015-08-05 04:54 수정 2020-05-02 19:28
“내 이야기는 실패담이 됐다.”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지난 7월21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510호 법정에서 최후진술을 했다. 푸른 수의를 입은 그는 지난 2월 구속 기소됐다. 2011년 재판 중인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에게 8억원을 받고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써준 게 들통났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국제 투기자본을 반대하는 활동을 하던 시민단체·노동조합 활동가가 투기자본의 돈을 받고 추락한 것이다. 검찰은 그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한 행위를 처벌하는 법이다. 쉽게 말해 장씨가 투기자본에 반대하는 자신의 단체 활동을 이용해 부정하게 돈을 받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유 전 대표 역시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함께 기소됐다. 검찰은 장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8억원, 유 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최종 선고는 8월14일에 내려진다.
궁금했다. 얼굴 한번 마주한 적 없는 시민활동가와 투기자본가가 어떻게 8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받았을까. 이 수사·재판 기록을 단독 입수해보니, 그 뒤에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변호사들과 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가 숨어 있었다. 검찰은 시민단체 활동가와 투기자본가의 불법 돈거래만을 부각했을 뿐 그 ‘검은 거래’를 도운 법률가들의 막후 활동은 덮어버렸다. 배임증재·수재를 교사하거나 방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법률가들은 아무도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
취재 이완·정은주 기자, 편집 박수진 기자, 디자인 장광석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1년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오른쪽)의 주가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다. 김앤장은 8억원을 주면 유회원 전 대표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써주겠다는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왼쪽)의 제안을 듣고 적극적으로 거래를 중개했다. 장씨와 유씨는 4년 뒤 검찰에 기소됐다.투기자본감시센터 누리집,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2011년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오른쪽)의 주가조작 사건 변호를 맡았다. 김앤장은 8억원을 주면 유회원 전 대표의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써주겠다는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왼쪽)의 제안을 듣고 적극적으로 거래를 중개했다. 장씨와 유씨는 4년 뒤 검찰에 기소됐다.투기자본감시센터 누리집, 김진수 기자, 박승화 기자

2006년께 해고노동자 장화식씨는 처음으로 김&장(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만났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장씨는 2004년 론스타가 인수한 외환은행과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해고됐다. 15년 동안 일한 직장에서 쫓겨난 장씨는 론스타가 헐값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씨는 또 “의혹의 몸통은 (인수를 허락한) 경제관료 쪽보다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다. 론스타의 불법성을 밝힐 의지가 있다면 김앤장과 론스타 본사의 이메일 교신 내역 등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매섭게 김앤장을 비판했다. 당시 김앤장은 론스타의 법률 자문을 맡은 로펌이었다.

장씨는 2006년 5월부터 매주 목요일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기 시작했다. 2008년엔 임종인 전 국회의원과 함께 김앤장을 본격적으로 파헤친 을 출간했다. 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김앤장의 조직과 역사·사건을 파헤쳐, 대형 로펌이 가진 문제를 한국 사회에 고발했다. 장씨는 김앤장에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었다.

김앤장·론스타 매섭게 비판해온 시민운동가 장화식

김앤장을 파헤치던 장씨는 목요집회를 시작하고 얼마 뒤 김앤장에서 일하던 조응천 변호사의 전화를 받았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에게서 “한번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김앤장 소속인 조 변호사는 장씨와 소주를 마시다 용건을 꺼냈다. 김앤장 앞에서 시위하지 말고 외환은행이나 론스타 앞에 가서 시위를 하라는 것이었다. 장씨는 거절했다.( 가운데)

그러나 조 변호사의 기억은 조금 다르다. 그는 장씨가 먼저 연락해 만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우리 입장에서 장화식이 불편한 존재였던 것은 맞다. 장화식은 처음부터 계속 자신의 복직을 요구했는데 우리도 장화식 복직을 시켜줄 능력이 없었다. 관리를 하려고 해도 관리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나도 검찰에 근무할 때 공안 업무를 주로 담당했기 때문에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잘 알고 있어서 그 친구를 진심으로 대한 것은 아니었다.”(2015년 2월14일 조응천 검찰 진술조서)

만남의 시작에 대한 기억은 서로 다르지만, 이후 장씨와 조 변호사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만남을 가졌다. 그러다 2011년 여름 장씨가 조 변호사에게 만나자고 했다. 2011년 3월 대법원이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인 유회원씨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한 뒤였다.

수사기록을 보면, 장씨는 조 변호사와 8월18일 저녁에 만났다. 이날 오후 유 전 대표의 재판을 보고 온 장씨는 조 변호사에게 이렇게 제안한다. “유 전 대표가 피해보상금 10억원을 주면 그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겠다.”

검찰에 압수된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의 수첩. 8월18일 페이지에 ‘14:00 유회원 재판’ ‘7시15분 조응천→제안’이라 기록돼 있다.

검찰에 압수된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의 수첩. 8월18일 페이지에 ‘14:00 유회원 재판’ ‘7시15분 조응천→제안’이라 기록돼 있다.

당시 장씨는 유 전 대표의 엄벌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앞서 6월16일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장씨가 활동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유씨 구속과 법정 최고형’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인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7월21일엔 장씨는 유 전 대표의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과 함께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외치며 법원 청원경찰과 몸싸움을 하다 퇴정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장은 유 전 대표를 법정 구속했다.

“(유 전 대표의 법정 구속을) 우리는 예상하지 못해 당황했다. 1차와 2차 재판기일 때 소란 속에 재판이 진행됐는데 재판부가 피해자(장화식)를 보고 (유 전 대표를) 구속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려한 것으로 생각했다.”(2015년 6월10일 ㅇ 김앤장 변호사 법정 진술)

의뢰인 법정 구속에 당황한 김앤장궁지에 몰린 김앤장과 이동명 변호사는 조응천 변호사가 알린 장화식의 ‘피해보상금 제안’을 전달하기로 결정한다. 김앤장 변호사는 8월25일 구치소에 있던 유 전 대표를 찾아가 장씨의 제안을 전달했다.
이동명 변호사(왼쪽), 조응천 변호사. 한겨레 김성광 기자

이동명 변호사(왼쪽), 조응천 변호사. 한겨레 김성광 기자

유 전 대표가 법정 구속되자 그의 변호팀은 당황했다. 변호팀은 호화 멤버였다. 론스타의 변호를 맡은 김앤장은 2011년 5월 의정부지방법원장을 마치고 개업한 이동명 변호사까지 변호팀에 추천한 상태였다. 법복을 막 벗은 ‘전관’에게 사건을 맡긴 것이다. 수사기록을 보면, 이동명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3억원을 받았고, 유 전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성공보수 10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김앤장은 판사·검사 출신의 전관을 ‘활용’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끄는 로펌으로 법조계에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유 전 대표가 재판 중에 갑자기 법정 구속을 당했으니 변호팀이 받은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궁지에 몰린 김앤장과 이동명 변호사는 조응천 변호사가 알려준 장씨의 ‘피해보상금 제안’을 전달하기로 결정한다. 김앤장 변호사는 8월25일 구치소에 있던 유 전 대표를 찾아가 장씨의 제안을 얘기했다. 유 전 대표는 처음에 부정적이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당시 파기환송심에서 나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비난하는 활동을 하는 쪽이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게 믿기지도 않았다. 과연 이게 현실성이 있는가 생각했다.”(2015년 7월2일 유회원 법정 진술)

장씨를 믿지 못했던 유 전 대표는 그러나, 김앤장과 이동명 변호사의 이야기에 마음을 바꾼다. “김앤장 변호사들은 ‘개인적인 합의서라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하였고, 이동명 변호사는 ‘사적인 합의서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내가 주저하자 백창훈 (김앤장) 변호사가 와서는 ‘형님 돈 8억원하고, 형님 인생하고 바꾸실 겁니까? 돈이야 벌면 되잖아요’라고 말했다.”(유회원 검찰 진술조서) 유 전 대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투자에 참여해, 나중에 300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지고 보면 유 전 대표와 장씨는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아니었다. 장씨를 유 전 대표가 해고한 것도 아닌데 피해보상금을 수억원씩이나 주고받으며 합의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 도덕적 비난을 넘어 불법적 행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협상을 도왔던 김앤장의 ㅇ 변호사는 법적 문제에 대해서는 유 전 대표에게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유 전 대표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느냐고 물었던 적이) 나한테는 없었다고 확실히 기억한다.”(2015년 6월10일 ㅇ 김앤장 변호사 법정 진술)

‘탄원서 협상’ 적극 중재·진전시킨 김앤장

그렇다면 다른 김앤장 변호사들은? 검찰은 다른 김앤장 변호사들을 불러 조사하지 않았다. 다만 당시 김앤장과 론스타가 주고받은 전자우편을 보면, 론스타 쪽도 이 거래의 부당성 또는 불법성을 우려하거나, 이를 역이용해 장씨의 제안을 법정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론스타를 변호하던 김앤장의 핵심 인사들도 이런 대목을 몰랐을 리 없는 셈이다.

제프리 존스(김앤장 고문변호사): 유회원 관련 금액이 너무 크고 장을 믿을 수 없기는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무언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2011년 9월5일)
마이크 톰슨(론스타 변호사): 만일 장화식이 법정에 나와 (론스타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하게 되면, 당신들(김앤장 변호사들)이 LSF-KEB(론스타)의 변호인으로서 그의 (피해보상금) 제안을 (법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공개할 것을 확인해달라.(2011년 9월8일)

론스타 쪽은 장씨의 제안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 김앤장 쪽에 이를 재판장 앞에서 공개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론스타 쪽의 지시는 법정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김앤장 변호사들은 협상을 더 진전시켰다. 2011년 8월 하순부터 9월 초순까지 김앤장 변호사들은 유 전 대표를 찾아가 장씨의 제안을 전달하고 협상을 이끌었다. 당시 구치소를 방문했던 이들은 김앤장의 백창훈 변호사(현 한양대 로스쿨 교수), 이동명 변호사 등이다.

유 전 대표 쪽은 수정안을 내놓았다. ‘2억원은 탄원서를 제출했을 때, 6억원은 판결 때까지 적대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나머지 2억원은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질 때 지급한다.’ 장씨는 거부했다. 장씨는 외환카드에서 해고된 뒤 2011년까지 받지 못한 8년치 임금과 위로금을 받으려 했다. 김앤장 변호사들이 중간에 나선 협상 끝에 장씨는 8억원을 받고 탄원서를 써준 뒤 유 전 대표가 집행유예로 나오면 추가로 4억원을 더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유 전 대표는 “진짜, 진짜 하기 싫어” 합의를 끝까지 망설였다. “어저께 저녁때(결정했어). 그게 뭐 완전히, 변호사들이 이 위까지 다 해가지고 그거를 그거, 내가 그래서 밤새도록 고민을 해가지고 진짜, 진짜 내가 하기 싫은데 근데 그거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니까.”(2011년 9월23일 유회원 아내의 접견 속기록)

‘김앤장 비난 행위 중단’ 조항도 집어넣어

이동명 변호사는 탄원서와 함께 이례적으로 합의금 지급 각서를 장씨에게 써주기도 했다. “만일 유회원이 위 합의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 조항에 따른 추가 합의금 4억원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본 각서인이 유회원을 위하여 장화식에게 위 금액을 지급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2011년 9월 각서인 변호사 이동명.”(검찰 수사기록)

판사로 27년을 살아온 이동명 변호사는 왜 이 거래에 지급보증 각서까지 썼을까. “유회원이 돈이 많으니 당연히 유회원이 지급할 것으로 생각했고, 또한 위 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떳떳한 돈이 아니니 장화식이 소송을 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당시 변호사 경험이 없었던 것이 한 이유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2015년 2월6일 이동명 검찰 진술조서) 그는 유 전 대표에게 집행유예형이 선고되면 성공보수로 10억원을 받기로 돼 있었다.

양쪽은 합의서를 수차례 수정하며 정교하게 작성했다. 이 과정 역시 김앤장 변호사들이 주도했다. “김앤장이 처음 합의서 초안을 보내왔고, 나도 같이 협의를 해서 문구 수정을 했다. 김앤장이 주도적으로 합의서를 만들었고, 김앤장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2015년 2월6일 이동명 검찰 진술조서)

합의서를 작성하며 김앤장과 이동명 변호사는 마지막에 수정 조항을 집어넣는다.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한 합의서 4항은 장씨가 유 전 대표뿐만 아니라 김앤장을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갑(장화식)은 합의금 수령 즉시, 을(유회원)을 포함한 위 형사사건 피고인들의 처벌을 촉구하거나 비난하는 취지의 문건 작성·제출·유포, 집회·시위, 언론 접촉, 기타 대내외적인 의견·의사 표명을 비롯하여, 위 형사사건 또는 위 형사사건에서 문제된 사안과 관련하여 을을 포함한 위 형사사건 피고인들, 론스타 펀드 및 이들의 임직원·특수관계인·대리인 기타 관계인들을 공격·비난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고, 향후 그와 같은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일절 관여·조력하지 않는다.”

합의서 조항을 두고 김앤장·이동명 변호사와 장화식 쪽 변호사가 11차례 의견을 나눴지만 유 전 대표는 합의서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구속된 유 전 대표 대신 합의서를 한 차례 본 유 전 대표의 아들도 이 조항의 “구체적인 문구 작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합의서 초안을 작성한 ㅇ 김앤장 변호사가 2015년 6월10일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했을 때 검사가 묻는다.

검사: “장화식은 유회원, 론스타, 김앤장에 대해 공격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죠?”
김앤장 변호사: “예.”
검사: “(이 조항은) 돈 받고 배신 행위를 하지 않기 위해 만든 것인가요?”
김앤장 변호사: “제가 만들 때 정치하게 분석한 게 아니라, 탄원은 탄원이고 (다시) 처벌을 요구하면 말짱 도루묵이니 (만들었습니다).”
검사 : “합의서는 누가 작성했나요?”
김앤장 변호사: “제가 했습니다. 최종본도 제가 했습니다. 윤 사장님이 구속된 상태라서 원장님(이동명 변호사)과 이야기했고, (윤 전 대표의) 아드님과도 이야기하며 진행했습니다.”

장씨가 유 전 대표의 ‘특수관계인·대리인 기타 관계인’을 공격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는 곳은 김앤장이다. 김앤장이 바로 그 대리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앤장에 대해 날선 비판을 해온 장씨가 무뎌질 수밖에 없는 약점이 잡힌 셈이다. 유 전 대표를 잘 아는 한 법조계 인사는 “유 전 대표가 돈을 내 김앤장을 공격하던 장씨를 해결할 수 있다면 김앤장에는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다. 클라이언트(고객)의 위급한 상황을 이용해 김앤장 변호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금전 제공 관여한 김앤장도 공범이다”“이 사건 금전 제공과 관련한 (김앤장) 변호사들은 배임수재죄의 공범인데 아무런 (검찰의)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김앤장에서는 중요 결정을 하지 않고 서류 작성 업무만 했다는 ㅇ 변호사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최종 합의문·탄원서·지급각서를 작성한 뒤 유 전 대표의 아들은 은행에서 계좌로 장씨에게 8억원을 송금했다. 이동명 변호사는 이날 법원에 장씨가 쓴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합의문과 탄원서 등을 비밀로 하기로 하고 한 부씩 나눠 가졌다. 유 전 대표는 2011년 10월6일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벌금 42억9500억원에 대해선 선고가 유예됐다.

8억원을 받은 뒤 장씨는 이전만큼 김앤장과 론스타에 대한 비판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씨가 주도했던 김앤장에 항의하는 목요집회는 점차 흐지부지됐다. 장씨는 처음부터 목요집회를 주도한 이였다. 물론 목요집회가 100회가 넘어가고,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진 김앤장 문제가 대중의 관심에서 떠나며 모이던 사람들이 줄어든 탓도 있다. 론스타 문제 역시 “장화식이 유회원을 상대로 엄청 각을 세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유화적인 태도로 돌변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외환카드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말했다.

장씨는 지난 7월21일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억울하다며 긴 글을 읽어내려갔다. “검찰은 합의서에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죄가 된다고 기소했다. 나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활동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만일 적대적이고 공격적인 게 나와 내가 활동한 단체의 이유가 된다면 거의 모든 자본에 대해 적대시하고 공격하라는 요구와 같다. 이것이 사무금융연맹이나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임무와 목적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장씨의 변호를 맡은 최은배 변호사는 “장씨가 받은 돈의 성격은 부당해고에 따른 보상금이다.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유회원 쪽 변호인의 요구 때문이다. 오로지 피고인에게 비난을 가할 수 있는 것은 돈을 받았다는 것뿐이다. 반면 이 사건 금전 제공과 관련한 변호사들에게는 배임수재죄의 공범인데 아무런 (검찰의)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김앤장에서는 중요 결정을 하지 않고 서류 작성 업무만 했다는 ㅇ 김앤장 변호사만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대순 변호사(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는 “장화식씨와 유회원씨의 거래에 대해 분명 김앤장에서는 법률 검토를 했을 텐데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유씨가 징역 3년을 받았는데, 누가 유회원씨를 설득해 장화식씨에게 돈을 주게 했는지 검찰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누가 유회원을 설득했는지 검찰이 밝혀야”

지난 7월21일 서울중앙지법 510호 법정. “문제 없다”는 김앤장과 이동명 변호사의 조언을 듣고 합의서도 못 본 채 장씨에게 8억원을 건넨 유 전 대표도 이날 최후진술을 했다. “내가 합의서의 위법을 인지했다면 당시에 결코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재판이 끝난 뒤 기자는 유 전 대표를 찾아 물었다. “왜 (합의) 당시 (조언했던) 변호사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느냐.” 굳은 표정의 유 전 대표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당시 변호사들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이동명 변호사는 전화 통화를 아예 거부했다. 조응천 변호사는 “서초동(검찰과 법원이 있는 곳)과 관련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그는 김앤장을 나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거쳤다. 김앤장 쪽은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법정 밖에서 의견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그런 의미에서 김앤장의 신화는 깨져야 한다. 김앤장은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수많은 일을 해왔다. 여기에 아무런 견제와 감시가 없을 때 그들은 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투명성의 햇빛을 비추게 되면 그 신화는 사라진다.” (, 장화식·임종인)

투명성의 햇빛을 비추려 했던 장화식씨도 김앤장의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영역을 찾았고, 그곳에서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김앤장은 오늘도 비가시적인 영역에서 수많은 ‘신화’를 만들고 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먹튀’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서 유죄판결 뒤 국제 무대에서 한국 제소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설립된 사모투자펀드다. 사모투자펀드란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실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 등으로 그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수익을 얻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펀드다. 투자 대상은 전세계 부동산, 주식, 채권, 기타 금융자산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부터 론스타의 집중 투자처가 됐다. 론스타는 동양증권 서울 여의도 사옥, SK 여의도 사옥, 현대산업개발의 역삼동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을 사들였다. 그리고 2003년 10월 한국에 론스타코리아를 세워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매입한 것이다. 단기 시세차익을 올리는 게 목적이었던 론스타는 인수 2년 만인 2005년 외환은행을 매물로 내놓았다. 시세차익이 4조원을 웃돌 것이라고들 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사회단체는 외국자본의 ‘먹튀’라고 공격했다. 정치권도 합세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매각 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검찰이 2006년 3월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을 수사했다. 2003년 외환카드 합병 ‘허위 감자설’을 퍼뜨려 주가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론스타(LSF-KEB)를 기소했다.
그 와중에도 론스타는 KB금융지주(2006년), 싱가포르의 DBS은행(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2007년)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려고 잇따라 주주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 당국은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승인을 미뤘다. 게다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부터 국내법상 은행을 보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수 뒤에도 일본에 산업자본인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음이 밝혀져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음이 재차 드러났다.
2011년 10월 결국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유회원 전 대표에겐 징역 3년이, 론스타가 외환은행 소유를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LSF-KEB에는 벌금 250억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금융 당국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2012년 1월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했다. 매각액은 3조9156억원. 론스타가 투자한 원금(2조1549억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 9년간 배당 등을 통해 회수한 2조9027억원까지 합치면 투자수익률은 200%를 훨씬 넘는다. 먹튀 논란이 거셌지만 정부는 양도소득세 3915억원만 거둬들이고 론스타를 풀어줬다.
그런데 론스타가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중재(ISD)라는 무기를 들고 돌아왔다. ISD란 상대국 정부가 투자협정상 의무를 위반해 외국 투자자가 손실을 입었을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청구하는 제도다. 론스타는 2012년 5월 한국 정부에 보낸 중재의향서에서 한국이 2007년 이후 HSBC와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절차를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과세를 해 5조2천억원(약 46억79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고 밝혔다. 지난 5월15~22일과 6월29일~7월7일 미국 워싱턴DC 세계은행 산하 국제중재기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ISD 1차, 2차 심리가 열렸다. 그러나 정부는 기밀 유지 관련 절차명령이 있었다며 정보를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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