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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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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40분 해경은 적어도 4차례 현장 보고를 무시했다

<한겨레21> 1058호 123정과 상황실 휴대전화 통화 내역 단독 확인 보도
등록 2015-04-21 16:29 수정 2020-05-03 04:28

2014년 4월16일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은 ‘사라진 최초의 현장 보고’를 단독 보도했다(제1057호 표지이야기 참조).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 처음 도착한 헬기 511호가 “승객이 배 안에 있다”고 보고한 교신 내용(오전 9시27분)이 검찰과 감사원 수사·조사 자료에서 삭제돼 있거나 교신자가 뒤바뀌었다는 기사였다.

이번에는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경비함 123정의 9시37분 첫 현장 보고의 내용을 확인했다. 지금까지 123정의 교신은 9시43분 주파수공용무선통신(TRS) 교신(“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 못 나오고 있다”)만 공개돼 있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내용은 123정의 두 번째 보고였다. 첫 현장 보고는 김경일 123정장과 해경 본청 상황실의 휴대전화 통화다. 은 이 첫 교신을 미공개 동영상과 결합해 처음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1058호 표지이야기 ‘운명의 9시04~44분 해경은 최소 4차례 현장 보고 무시했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123정(100t급)은 4월16일 오전 8시58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독거도 남동쪽 2.4km 지점을 순찰하다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사고 현장인 병풍도 북방 2.9km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함정이었기 때문이다. 123정은 최고속도(25노트·시속 45km)로 달려가 9시35분께 사고 현장에 도착한다. 123정장의 첫 현장 보고는 본청 상황실과의 휴대전화 통화(2분22초)로 이뤄진다. 이 입수한 교신 자료에는 본청 경비과장이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인다”는 김 정장의 보고에 당황해 되묻는 내용도 나와 있다.

 


123정장 현재 (세월호에) 도착했는데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이고 구명벌(구명뗏목) 투하도 없고, 선박 안에 있나봅니다.
경비과장 아니, 갑판에 사람들이 한 명도 안 보여요?
123정장 갑판은 안 보이고요. 간간이 보이는데 (고무)단정으로 구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비과장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내렸어요, 안 뛰어내렸어요?
123정장 바다에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경비과장 그럼 사람이 배에도 안 보이고 바다에도 하나도 없단 말이예요?
123정장 네, 네. 배는 좌현 50도 기울어졌고요.
(해경 본청 상황실 녹취록)




김경일 정장의 긴박하고도 구체적인 현장 상황 보고에도 불구하고, 본청 상황실은 선내 진입이나 승객 탈출 등 인명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다만 “모든 상황을 TRS로 실시간 보고하라”고만 당부하고 만다.
이 현장 상황 보고는 김경일 정장이 사고 현장에 도착한 뒤 첫 현장 보고였고, 세월호 침몰이 발생한 이후 해경 상황실에 접수된 네 번째 긴급 상황 보고였다. 그러나 본청은 김 정장의 첫 현장 보고를 다른 상황실이나 구조 세력에 전달하지 않고 그냥 묵혀버렸다.
해경 수뇌부는 123정장의 첫 현장 보고를 포함해 오전 9시4분부터 9시44분까지 최소한 4차례 반복해 △세월호가 좌현으로 40~50도 기울었다 △승객이 배 안에 있다 △침몰할 것 같다는 현장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도 그 위급한 상황 보고를 공유하지 않고 구조 지휘를 서로 떠넘기며 ‘골든타임 40분’을 날려버렸다. ‘해상수색구조 매뉴얼’을 보면, “선박이 경사 되고 공기가 누설되는 상태에서 선체의 부력은 약 30분 정도인 것으로 측정”된다고 돼 있다. 배가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을 그냥 흘려보낸 셈이다.
 
세월호 침몰하기 전, 사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 세력은 경비정 123정 이외에 헬기 3대(511호·512호·513호)가 있었다. 하지만 서해청해양경철청과 목포서 상황실은 헬기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방치했다. 헬기로부터 세월호 상황을 보고받지도 않았고 헬기를 활용한 구조 전략을 세우지도 않았다. 헬기는 상공에서 내려다보면서 사고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고, 구조자를 어느 곳에든 진입시킬 수 있는데도 말이다. 서해청 상황실은 감사원 감사에서 “123정장이 현장지휘관이라 그 보고를 받을 생각만 했다”고 해명했다. 목포 상황실은 “헬기는 서해청 소속이라 목포서에서는 습성상 헬기에 대한 지시가 잘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5월27일).
만약 서해청·목포 상황실에서 현장에 출동한 헬기에 ‘선내 진입’과 ‘퇴선 방송’을 지시했다면 어땠을까. 검사와 헬기 조종사·구조자 간의 문답을 보자.



검사 9시35분경 세월호 사진을 보면 약 52도 정도 기울어져 있다. 이런 기울기에도 (헬기로) 선내 진입이 가능했을까.
조종사 정확히 들어갈 곳을 지정해주었다면 가능하다.
검사 당시 3층 로비와 4층 객실에 다수의 승객이 모여 있었다. 3층 로비 안내실에는 방송장비가 있고 승무원도 대기한 상황이었다.
조종사 3층이든 4층이든 헬기로 접근해 구조자를 내려줄 수 있었다. (상황실에서) 지시만 받았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검사 5층 조타실에는 방송장비 및 인터폰이 있고 5층 선원 객실에는 모두 인터폰이 설치돼 있었다. 9시47분까지 조타실에 선장 등 선원이 있었기에 방송할 수 있었다.
조종사 5층 오른쪽 부분은 어디든 바로 진입할 수 있었다.
(7월22일 검찰 진술)



  
검사는 “조종사가 5층 및 3·4층에 내려줬다면 선내 진입해 퇴선 방송을 할 수 있었냐”고 구조자에게 물었다. 구조자는 “당시 기울기가 심했지만 옆으로, 위아래로 이동이 가능했다”고 답했다. “많이 아쉽다. 퇴선 방송, 선내 진입을 (상황실에서) 지시했다면 당연히 따랐을 것이다. 함정은 어려워도 헬기는 진입할 수 있으니까.”(헬기 조종사)  
 
정은주·김선식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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