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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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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 해경 해체” 지금은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해경, 2월 여러 개선책들을 내놨지만 무용지물된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보완·개정 없고 지휘부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보완책이 미흡
등록 2015-04-17 02:14 수정 2020-05-02 19:27
“세월호와 진도 VTS 간 교신(9시7분~9시27분)한 사실은 언제 아셨나요?”
“사실상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습니다.”(김문홍 목포해경서장)

2014년 5월 감사원 문답서

2014년 4월16일 오전 8시52분~10시31분. 세월호가 완전히 전복되기까지 1시간39분 동안 해경의 주요 지휘관들은 사실상 ‘뇌사 상태’였다. 구조 헬기와 고속정이 사고 현장에 도착했는데도 당시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목포해양경찰서장, 123정장 등 간부들은 배 안의 승객이 어떤 상황인지 확인하고 보고하고 지시하는 등 기본적 매뉴얼조차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이뤄진 감사원 문답서에는 이들의 무책임·무능력·무감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실 경황이 없어서….”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다시 보고할 줄 알고 있었다.” “현장 지휘관이 구조를 한 걸로 알고.” “믿고 알아서 조치했으리라….” “훈련 경험도 없다보니….”

헬기 있는데도 통신에만 의존한 목포서장

2013년 7월 해경이 만든 도 휴지 조각에 불과했다. 73쪽짜리 매뉴얼에는 대형 선박의 침몰사고 발생시 구조대원들의 현장 대응 우선순위, 선원·승객의 수색 방법, 선실 진입, 헬기나 잠수사 등의 구조 자원 활용안 따위가 아예 없다(, 한국행정연구원, 2014년 5월). 특히 세월호 승객들을 구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던 선실 진입의 경우 온전한 훈련조차 이뤄진 적이 없었다. “대형 여객선 사고에 대비하여 상반기·하반기 1번씩 서해지방해경청 주관으로 구조 훈련을 하기는 하는데, 침몰하는 선박 내부에 진입하여 승객을 구조하는 것이 아니고, 주로 바다에 뛰어든 승객을 구조하거나 구조하지 못한 승객이 표류할 경우를 대비해서 수색 작업을 하는 요령을 훈련했기 때문에….”(김경일 123정장, 감사원 문답서)

구조 현장에 도착한 123정과 세월호 사이에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목포해경이나 서해해경청은 이를 확인하지도, 교신을 지시하지도, 직접 교신하지도 않았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자신이 타고 있던 3009함에 헬기가 있었는데도 곧바로 현장에 가지 않고 배에서 통신에만 의존했다.

지난 4월9일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서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헬기·구조정·경비정을 동원한 불시 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상상조차 위험하지만 대형 선박 인명사고 때 해경이 지난해와 달리 제구실을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지난 4월9일 부산 오륙도 앞바다에서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헬기·구조정·경비정을 동원한 불시 구조훈련을 하고 있다. 상상조차 위험하지만 대형 선박 인명사고 때 해경이 지난해와 달리 제구실을 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 제공

지난해 11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개편된 해경은 사고 1주기를 앞두고 여러 개선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해경은 지난 4월2일 보도자료를 내어 “대형 인명사고에 대한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굴하고 연구용역을 통해 현장 직원과 전문가 의견을 매뉴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함정 자체 교육훈련은 130시간에서 올해 190시간으로 46% 늘렸다. 이 가운데 구조 분야는 17시간에서 100시간으로 6배가량 증가됐다. 간부급으로 승진하면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관행을 바꿔 2~4년 동안 함정 근무를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선실 진입을 제때 못한 과오를 씻기 위해 4월9일 전남 완도에서 여객선 승객을 선내에서 구조하는 대규모 가상훈련도 벌였다. 100t급 소형정 30척에도 영상 송신이 가능한 위성통신망을 설치해 지휘부가 현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국민안전처 해양수색구조과 안철호 경위는 “지난해 8월 이후 선체 내부 진입 시나리오에 맞게 배에 오르는 훈련도 추가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잘하려면 몇 년 걸릴 것”

그러나 지난해 사고에서 무용지물이었던 해경의 은 아직 보완·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상 선박사고 표준매뉴얼은 지난해 2월까지 만들어져야 했지만 실제로는 사고 뒤인 8월에야 제정됐다. 표준매뉴얼에 맞춰 관련 부처에서 작성해야 할 실무매뉴얼조차 없는 상황에서 사고가 일어난 탓에 더 큰 혼란이 빚어진 사실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 초동 대응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중앙해양특수구조단도 창설했다. 부산에 본부를 두고 21인승 대형 헬기를 활용해 골든타임 1시간 안에 현장에 출동하는 게 임무다. 전체 인력은 43명이지만 실제로 수중 수색·구조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요원은 24명이다. 국민안전처 김성훈 구조협력계장은 “최근 해군 해난구조대(SSU)에서 3주간 교육이 이뤄졌다. 올해 안에 서해(43명)와 동해(21명)로도 구조단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용 훈련시설이 없어 해군 부대를 때마다 오가야 하고 잠수요원 또한 적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을 했던 한 민간 잠수사는 “심해잠수는 스쿠버와 달리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잠수요원을 지원하는 선상요원의 잘못으로 물속의 잠수요원이 죽을 수도 있다. 하루에 정조가 4번 있다고 가정하면 지금의 잠수요원 24명은 하루만 지나도 모두 12시간 이상 휴식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인력 보완이 필요하다. 구조단이 실제로 업무 수행을 잘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난 지휘부의 대응 능력은 여전히 보완책이 미흡하다. 해경은 발령 전에 일선 지휘관들의 상황 지휘·대응 능력이 갖춰지도록 실제 상황과 같은 훈련을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17명을 대상으로 상황 지휘·통제 훈련이 이뤄졌지만 기간은 3일에 그쳤다.

중앙해양특수구조단도 창설했다. 부산에 본부를 두고 21인승 대형 헬기를 활용해 골든타임 1시간 안에 현장에 출동하는 게 임무다. 그러나 전용 훈련시설이 없어 해군 부대를 때마다 오가야 하고 잠수요원 또한 적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결국 사람에 대한 능력에 초점 맞춰야”

중요한 것은 일회적인 교육이나 훈련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들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고 당시 현장 최고 책임자들의 어이없는 대응을 돌이켜보면 지휘관의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하게 된다. 김문홍 목포해경서장은 일분일초가 급박한 상황인데도 9시14분에서 9시47분까지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사실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자 하였으나 그만큼 역량이 부족하다. 교육훈련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상황을 저희가 현명하게 처리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일이 있었다”(감사원 문답서)는 게 그의 변명이다. 김수현 서해해경청장 또한 세월호와 교신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목포서에서 당연히 교신할 줄 알고 별도의 지시는 안 했다”(감사원 문답서)고 했다. 오전 9시27분 세월호 내부에 많은 승객이 있다는 것을 알고도 그는 선실 진입을 지시하지 않았다. “현장 지휘관인 123정이 잘할 줄로 믿고 내부 진입 지시는 하지 못했다.”(감사원 문답서)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윤종휘 교수는 “시간이 좀더 걸리더라도 사고 대응 매뉴얼을 정교하게 만들고,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직접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을 만큼 완전히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사고 현장의 전체 틀을 보고 거기에 맞는 전략을 짤 수 있도록 지휘관들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현장 경험은 물론 지속적인 교육과정을 개설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개선·보완하되 결국 사람에 대한 능력에 초점을 맞춰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모두 경황이 없어도 홀로 경황이 있는 사람, 그가 지휘관이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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