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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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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 거품 확실히 뺐다”

등록 2001-11-21 15:00 수정 2020-05-02 19:22

파격적 보험료로 입지 다지는 교보자동차보험 전영회 사장의 온라인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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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무사고 운전자인 30대 초반의 남자가 배기량 1800cc의 자동차(구입 뒤 2년) 종합보험에 가입할 경우 납부하는 보험료는 연간 57만∼64만원이다. 지난 8월 보험료 자유화 이후 회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보험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그러나 이 돈이 모두 보험회사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보험료의 12∼13%는 가입을 권유한 보험설계사의 몫(수당)이다. 또 3∼4%는 보험설계사를 교육·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여기에 영업소 건물 임대료와 설계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본사 인력도 필요하다. 이들을 다 합치면 보험료 가운데 설계사 관련 비용은 15∼17%에 이른다.

이런 비용을 아예 무시하고 파격적으로 낮은 보험료로 고객을 공략하는 회사가 있다. 지난 10월8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온라인 전용 교보자동차보험(www.kyobodirect.com)이다. 설계사도 영업소도 없다. 고객과의 접촉수단은 오직 전화와 인터넷뿐이다. 텔레마케터들도 전화를 하지 않는다. 주로 광고를 통해 영업을 하고 텔레마케터들은 그냥 오는 전화만 받는다. “그렇게 해서 장사가 될까?” 처음 듣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회사의 영업실적은 기대 이상이다. 싼 보험료 때문이다. 앞서 예시한 고객의 경우 교보자동차보험은 48만원대의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기존 손해보험사(이하 손보사)들은 이에 대해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그만큼 모험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영업 개시 한달 만에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교보자동차보험의 전영회(59) 사장은 그러나 주위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는 “3년 안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설계사·영업소 없이 하루 300건 계약

영업을 시작한 지 한달이 넘었다. 실적은 어떤가.

=지난 10월까지 하루 300건에 가까운 계약이 체결됐다. 애초 예상치 200건보다 고객의 호응이 훨씬 좋았다. 11월 들어서는 하루 320∼350건의 계약이 체결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을 통한 계약이 애초 예상했던 5%을 훨씬 뛰어넘어 17%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면 영업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 확보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어떻게 보험료를 15%나 싸게 받을 수 있나.

=기존 보험사들의 유통마진을 완전히 제거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보험설계사들의 수수료(수당)가 수입보험료의 12∼13%에 이른다. 또 이들을 교육·유지·관리하는 데 3∼4%의 추가비용이 든다. 결국 설계사를 통한 영업을 하면 15∼17%의 유통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다. 고객이 왜 그렇게 불필요한 돈을 부담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 돈을 고객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보험업계의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그만큼 불필요한 유통마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료가 싼 대신 서비스가 부실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보험료를 싸게 받는 것은 유통마진을 제거하겠다는 뜻이지 고객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객 서비스는 기존 손보사들보다 더 강화하고 있다. SK스피드메이트와 제휴해 24시간 사고출동서비스 체제를 구축한 것이 그 사례다. 기존 손보사들은 24시간 출동서비스는 있지만 사고처리까지 해주는 사고출동서비스는 없다.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 아이디어는 어디서 나왔나.

=지난해 7월 LG화재 감사를 하다가 이 회사의 전신인 디렉츠의 사장을 맡게 됐다. 그 이후 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 상품 가운데 설계사가 따로 필요없는 표준화된 상품이다. 중간 유통과정을 따로 거칠 필요가 없다. 여기에서 착안했다. 그러나 당시는 이스라엘 보험사인 IDI가 참여하고 있을 때다. IDI의 사업 스타일은 한국 실정과 맞지 않아 사업추진이 원활하지 못했다. 지난 6월 교보생명이 이들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온라인 보험영업을 추진하게 됐다. 물론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보험료 자유화가 큰 도움을 줬다. 기존 디렉츠의 아이디어와 교보의 브랜드 및 자금이 결합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 셈이다.

유통비용은 불필요… 온라인 보험시장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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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이 비슷한 영업방식으로 좇아오지 않겠는가.

=기존 보험회사들이 우리와 같은 영업방식을 취하기는 어렵다. 설계사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 방식을 도입하면 가격이 2중화된다. 따라서 영업에 혼란을 빚게 된다. 설계사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기존 손보사들은 또 보상조직이 대인과 대물 둘로 나뉘어 있다. 같은 사고도 두 가지 업무를 따로 처리한다. 우리는 한 사람이 대인, 대물 양쪽 업무를 한꺼번에 처리한다. 그만큼 고객이 편리하며, 신속하게 보상을 처리할 수 있다. 기존 회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출발하기 전까지는 우리와 같은 온라인 전용 자동차보험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만 외국계 보험사들은 우리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나올 수 있다. 어차피 새로 시작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3개의 경쟁사가 생긴다 해도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온라인 보험시장을 새롭게 형성하고 넓혀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회사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

=정규직이 80여명에 불과하고 텔레마케터가 100여명 된다. 아주 작은 규모다.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운영할 방침이기 때문에 직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일반관리직은 늘리지 않을 방침이다. 다만 보상업무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재 25명 안팎인 직원을 내년 말까지 100여명 확충할 계획이다. 텔레마케터들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텔레마케터의 역할이 기존 회사들과 다르다는 점이다. 다른 회사들처럼 무작위 고객에게 마구 전화하지 않는다. 주로 오는 전화만 받고 충분한 상담을 해준다. 가격과 서비스를 차별화해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텔레마케터를 20대 중반의 대졸 사원들로 뽑았다. 고객의 요구에 충분히 응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의 수준을 높였다. 기존 텔레마케터들은 하루종일 전화해서 1∼2건의 실적밖에 못 올린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르다. 전화상담자의 17%가 보험에 가입한다. 그만큼 생산성인 높다고 볼 수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 않나.

=매출이 급증하면 물론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애초 200억원이었던 자본금을 지난달인 10월에 300억원으로 늘렸다. 실적이 예상 밖의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대주주인 교보생명은 언제든지 증자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지난달 증자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 계획은 없다.

진정한 경쟁상대는 업계 아닌 고객

경영철학이 있다면.

=‘도전없이는 성공도 없다’는 것이다. 도전과 모험을 하지 않으면 남을 뒤좇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선도할 수는 없다. 교보자동차보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직원들도 대부분 다른 보험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들이지만 과감하게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었다. 나이도 대부분 30대 중반이다. 우리 회사의 근간은 창립 때부터 도전정신이라고 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기업문화다.

기존 손보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우리는 손보업계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자부한다. 손보협회에도 가입해 경쟁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벌여가겠다. 우리의 진정한 경쟁상대는 고객이다. 고객의 요구는 늘 우리를 앞서간다.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또 이를 이끌어가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뜻이다. 고객의 요구와 경쟁을 하다보면 다른 회사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가게 되리라고 본다.

정남기 기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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