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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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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을’과 ‘을’의 이야기

최저임금 1만원, 알바노동자와 자영업자·중소기업인 모두의 생존이 달린 금액… 경제민주화 선행되어야 근본적 해결 가능한 갈등
등록 2015-04-02 15:36 수정 2020-05-03 09:54

지글지글 기름 끓는 소리에 장단을 맞춰, 하얀 목장갑을 낀 손놀림도 춤을 춘다. 곱창과 고구마, 떡도 기름 속에서 몸을 배배 꼰다. ‘띠리링~ 띠리링~’. 새로 입력된 주문서를 토해내는 기계음이 2~3분마다 추임새를 넣어준다. 곱창이 노릇노릇 잘 튀겨졌을 때쯤, 잽싸게 건져내 가위로 잘라내면 ‘한 판’ 완성이다. 1만8천원짜리 소곱창 불판 한 판도, 곱창을 파는 직원들의 춤사위 한 판도. 주방에 일렬로 늘어선 가스불 5구를 중심으로 이런 춤사위, 아니 노동의 동작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목장갑 낀 가로수길 식당 사장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곱창 음식점 ‘우장창창’의 서윤수 사장(왼쪽)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박아무개씨(오른쪽). 이 작은 가게 안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여러 논쟁 지점들이 응축돼 있다. 류우종 기자.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곱창 음식점 ‘우장창창’의 서윤수 사장(왼쪽)과 아르바이트 노동자 박아무개씨(오른쪽). 이 작은 가게 안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여러 논쟁 지점들이 응축돼 있다. 류우종 기자.

지난 3월25일 저녁 7시40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곱창 음식점 ‘우장창창’. 다른 볼일 때문에 가게에 늦게 출근한 서윤수(38) 사장은 오자마자 목장갑부터 끼었다. “천엽이랑 곱창 하나 추가요” “여기 소주 한 병이오”. 서 사장은 쟁반 나르랴, 곱창 튀기랴 종종거렸다. 언뜻 하는 일로만 봐서는 다른 직원 4명이나 사장이나 구별이 안 된다. 계산대 앞에는 의자도 놓여 있지 않다. 애초에 우아하게 앉아서 계산만 해주는 사장님이 아니다. 저녁 7~9시엔 1층 야외 천막과 지하 매장까지 테이블 20개가 꽉 찬다. 5명이 주방과 홀 서빙을 모두 책임지기엔 벅차다.

장사도 제법 잘되는데 왜 구태여 사장이 목장갑을 낄까? “인건비 아껴야죠.” 서 사장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다. 실은 한 달 전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냈는데 사람을 못 구했다. 시급 8천원. 올해 최저시급(5580원)보다 2420원을 더 얹어준다는데도 구인난이 심각하다. 젊은 학생들은 일이 힘들고 냄새가 난다며 곱창집 알바를 꺼린다. 서빙 알바를 하던 중국 유학생 3명이 방학이라 중국에 돌아간 뒤로, 사장은 물론이고 가게 직원들의 노동 강도는 한층 강해졌다.

가게 막내인 박아무개(21)씨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다. 아직 얼굴에 여드름이 듬성듬성 돋아 있는 청년은 식당의 잔일을 도맡는다. 휴학생인 그는 이 가게에서 지난해 6월부터 일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오후 3시~밤 11시. 시급 7200원꼴로 쳐서 월급을 받는다.

또 다른 ‘시급’ 직원은 임아무개(40)씨다. 원래 가게 정직원으로 일하던 그는 교통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친 뒤, 지난해 11월부터 용돈벌이 삼아 시급제로 하루 6시간씩 가게 일을 돕는다. 시급은 1만원. 최소 6개월 이상 경력이 쌓여야 하는 곱창 손질 등을 해야 해서 시급을 좀더 많이 받는다. 임씨는 “꿀알바”라며 눙친다. 그는 곱창 음식점 개업을 고민 중이다.

젊은 사장과 젊은 직원들은 가족처럼 편하게 일한다. 하지만 한 공간에 있어도, 사장과 아르바이트 직원의 ‘숫자’는 다르다. 각자 머릿속에 중요하게 입력되는 숫자 자체가 달랐다. 막내 박씨는 연도별 시급과 최저임금을 구구단 외듯 줄줄이 읊었다. 곱창집에 오기 전, 치킨집에서 했던 알바는 시급 5500원짜리였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5210원이니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는데, 그나마 치킨집 사장님은 오후 4시 출근 시간에서 1분 늦을 때마다 50원씩 ‘지각비’를 제했다. 하지만 새벽 2시에 끝나는 퇴근 시간이 30분씩 늦어지는 것에 대해선 근무연장수당을 쳐주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절 주말에 했던 웨딩홀 아르바이트는 시급 6천원짜리. 당시 최저임금이 4천원이었으니 시급은 괜찮았지만 일이 고됐다. 하루 2천 명씩 몰려드는 손님 시중을 드느라 뷔페 음식을 몰래 가져다가 서서 입에 밀어넣었다. 치킨집에서는 ‘햇반’에 ‘3분 카레’를 종종 저녁밥 대신 줬다. 그에게 최저임금, 시급은 생계 또는 생존을 뜻한다.

막내 박씨는 연도별 ‘시급’과 최저임금을 구구단 외듯이 줄줄이 읊었다. 곱창집에 오기 전 치킨집에서 했던 알바는 시급 5500원짜리였다.
저마다 다르게 읽히는 ‘1만원’

서윤수 사장도 ‘숫자’를 말할 때 막힘이 없었다. 그에게도 숫자는 생존과 동의어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가게 임대료는 보증금 4천만원에 월세 320만원이다. 2010년 건물 1층에 들어올 때는 권리금 2억7500만원, 시설비 1억여원을 투자했다. 2013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날 뻔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지하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영업자는 상가임대차보호법상 5년밖에 보호를 못 받아요. 장사 잘되면 뭐합니까. 권리금 한 푼 못 받고 쫓겨나는데.” 나름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지만, 그에겐 아직도 3억원의 빚이 남아 있다. 지난해부터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매출은 30%가량 떨어졌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은 줄어들지 않지, 음식값은 올리지 못하지, 임대료는 연 9%꼴로 올라가지. 결국 대출이자 갚고 내 인건비를 챙겨가는 정도죠. 빚 원금을 갚는 건 도저히 답이 안 나와요.”

요즘 논란이 되는 ‘최저임금 인상’은 이 작은 음식점 안에서도 딜레마다. 서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는 찬성한다. 하지만 고민이 많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우리처럼 알바 구하기 힘든 가게들은 시급을 더 올려줘야 합니다. 그러면 직원들도 당연히 급여를 올려달라 할 테고. 그런데 매출은 그대로이고, 가뜩이나 손님이 줄었는데 음식값은 당장 올릴 수 없어요. 만약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려준다? 그럼 시급 1만4천원은 줘야 사람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처럼 조그마한 자영업자들은 인건비 비중이 20%인데, 그 비중이 더 높아진다고요?”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 번째)은 지난 3월26일 “최저임금의 취지를 알려줘 고맙다”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광고모델 혜리(오른쪽 두 번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진수 기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왼쪽 두 번째)은 지난 3월26일 “최저임금의 취지를 알려줘 고맙다”며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광고모델 혜리(오른쪽 두 번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김진수 기자.

서 사장의 고민은 한국 경제 전체의 숙제이기도 하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쟁의 구도는 묘하다. 해마다 3월이 되면 최저임금 이슈가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해 최저임금 수준을 심의해달라고 요청하는 기한이 3월31일까지다. 그러면 노동계, 경영계, 공익 대표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가 소집돼 6월29일까지 ‘최저임금안’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사 이의신청과 재심의 과정 등을 거쳐 8월5일에는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상반기 내내, 노사가 최저임금 인상폭을 두고서 줄다리기를 벌인다. 경영계는 동결 또는 1~2% 인상안을, 노동계는 두 자릿수 인상안을 들고나와 서로 싸우다가 어느 한쪽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3월이 되면 산수유 꽃망울이 터지듯이, 매년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먼저 불을 지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올해 최저임금을 7% 이상 인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자, 여야 모두 두 손 들어 반겼다. 여기에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의 텔레비전 광고가 불쏘시개가 됐다. “500만 알바 여러분,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이런, 시급! 쬐끔 올랐어요. 370원 올랐대. 이마저도 안 주면 히잉~.” ‘걸스데이’ 혜리가 마치 최저임금 홍보대사인 양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의 취지를 알려줘 고맙다”며 지난 3월26일 혜리와 ‘알바몬’에 감사패까지 수여했다. 지금까지 노동계 홀로 목 놓아 외치던 ‘최저임금 인상’에 정부까지 힘을 보태는 것처럼 비친다.

정부의 선의 아닌 ‘계산’

정부가 갑자기 ‘알바 수호신’이라도 되려는 걸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5580원)을 월급으로 환산하면 116만622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 보건복지부의 최저생계비 월 135만9688원(3인 가족 기준)은 물론,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단신 노동자 한 달 생계비 150만6천원(2013년 기준)에도 못 미친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임금은 곧바로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임금 인상으로 끊겠다는 속내다. 더구나 정부가 ‘임금 인상’을 강조하는 것은 일단 선언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기가 나아질 거라는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저울추가 ‘최저임금 인상’ 쪽으로 기우는 듯하자, 다급해진 쪽은 경영계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무리하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내려다가, 막판에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익숙한 근거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영세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을 망하게 한다는 논리다. 4월이 되면 벚꽃이 피기 시작하듯이, 매번 나오는 이야기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가 저임금 노동자라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대상이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다.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최저임금 1만원’이 현실이 되는 것에 대해, 반대편 끝에 서 있는 당사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심각해요. 편의점 절반은 문 닫아야 할걸요.” 경기도 부천에서 1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준인(51) 사장의 하소연이다. 알바생들만 어려운 게 아니다. 편의점주들도 힘들다. “알바생들이 하루 8시간 근무해서 월 90만~100만원을 받아간다면, 편의점 사장들 가운데 20%는 최저임금보다 적게, 또 다른 20%는 겨우 알바생만큼만 챙겨가요. 인건비 줄이려고 점주가 하루 16시간씩 근무하며 강행군하지만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요.”

실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해 ‘저임금’ 사업장 2987곳의 표본을 골라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5.8%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답한 사업주들은 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의 수준을 받는 노동자를 평균 4.06명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들을 고용한 까닭을 다음과 같이 응답(복수응답)했다. △해당 업무가 단순하기 때문(55.06%) △인건비를 절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43.4%) △최저임금을 주어도 인력을 구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9.08%).

정부가 갑자기 ‘알바 수호신’이라도 되려는 걸까?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의도는 명확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준영(39) 사장은 알바생 4명을 고용하고 있다. 아침 9시~저녁 6시는 이씨가 가게를 지키고, 저녁(5시간)과 야간 알바생을 평일과 주말에 각각 두고 있다. 2006년 서울에서 처음 PC방을 시작할 때 최저시급은 3100원이었다. 임대료 부담은 2010년 PC방을 인천으로 옮기는 것으로 해소했지만, 인건비는 더 줄이려야 줄이기도 힘들다. “월 500만원 정도 인건비가 나가는데 전체 매출의 30%가 넘는 수준입니다. 월 140만~150만원씩 주는 야간 알바는 나보다 더 많이 가져간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예 알바생 없이 장사하는 PC방 주인도 많죠. 갈수록 인건비가 부담이 돼요.”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민주노총, 통계청,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적정수준과 고용효과’(김유선)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민주노총, 통계청,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적정수준과 고용효과’(김유선)

정부부터 후려치기 그만둬야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100명 가운데 32명은 자영업자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드니 각자 살길을 찾아 자영업으로 몰려나왔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너무 많으니 장사가 안 된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침투하면서 자영업자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결국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인건비만 따먹는 구조가 쳇바퀴 돌아가듯이 계속되고 있다.

중소기업 쪽 사정도 마찬가지다. 경상도에서 식품 제조가공 업체를 운영하는 ㄱ 사장은 “인건비가 늘어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재 인건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가량 되는데, 최저임금 1만원이 돼서 인건비가 30% 오르면 그만큼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등에 식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는 그의 회사에선 직원 80여 명이 일한다. 이들은 최저시급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따져 월급을 받는다.

그는 “직원들 급여가 올라가면 좋은 일이긴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서 조항이 붙었다. “대기업이 유통이나 판매망을 장악한 상태에서 인건비만 오르면 중소 식품업체는 점점 더 어려워져요. 우리 회사만 해도 2013년부터 매출이 20%가량 줄었습니다. 인건비만 올린다고 무조건 소비가 활성화되진 않아요. 정부가 먼저 앞장서야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관공서에서 식자재 납품 단가를 많이 낮췄는데, 최저가 낙찰제부터 없애야 중소기업이 삽니다. 그래야 임금 인상도 가능하고.”

41년째 인쇄업에 종사하는 고아무개(65) 사장도 “대기업은 몰라도 우리 같은 중소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안 된다”고 잘라 말하면서도, 대기업과 정부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나라에서 최저임금만 정할 게 아니라, 중소기업이 살게끔 도와줄 정책을 찾아야 하잖아요. 정부 부처에서 홍보물을 발주하는 것부터 최저가 낙찰제를 없애야 합니다. 대기업도 납품 단가를 계속 안 올려주니 피해가 고스란히 중소업체에 내려오거든요. 계속 제작비는 떨어지는데 어떻게 임금을 올리겠어요. 적정가격을 보장해줘서 이윤이 나면 최저임금도 당연히 올리죠.”

알바몬 광고가 처음 나온 지난 2월 초, PC방 업주 등은 알바몬 탈퇴 운동을 벌이고 ‘사장몬’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영세자영업자들을 악덕 고용주로 묘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 뒤 일부 언론에서는 최저임금 논란을 ‘알바 vs 자영업자·중소기업’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이준영 사장은 “PC방 사장들이랑 알바들이랑 싸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이 충분히 올라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인정해요. 월급을 많이 받아야 소비가 촉진되는 면이 있지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준인 사장도 “편의점주들을 생계비인 최저임금도 제대로 안 주는 주범으로 몰아가는 현실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이냐 아니냐’를 한 단계 넘어서는 논의를 원한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알바들은 확실히 회사에 다니는 사람보다 책임감이 떨어져요. 일주일을 다니다가 갑자기 연락이 끊겨요. 힘들게 일하는 제조업체 노동자들도 시급 5580원을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데, 그런 사람들이랑 PC방 카운터에 앉아서 손님에게 돈 받는 알바생들의 시급이 똑같은 게 맞을까요?”(이준영 사장) 업무 종류나 숙련도에 따른 임금 차등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제조업체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최저임금제도가 지금 옥죄고 있는 건 오히려 소상공인들이에요.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구조에는 소상공인들이 배제돼 있어요. 편의점에는 투잡이나 용돈벌이로 취업하는 알바생이 80~90%죠. 종업원 5인 이상 사업장에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영세한 5인 이하 편의점 등에는 최저임금제도를 적용하는 식으로 업종별, 업체 규모별로 최저임금 문제를 따로 떼어 생각하는 건 어때요?”(이준인 사장) 이런 제안은 탁상공론에서 나오지 않는 법이다.

논의에는 쏙 빼놓고는…

‘띠리링~.’ 곱창을 튀기다 말고 서윤수 사장은 손님이 내민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했다. “안녕히 가세요.” 서 사장은 말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영세자영업자 다 죽는다? 글쎄요, 신용카드 수수료만 해도 우린 2.3%인가, 2.5%인가 돼요. 대형마트나 주유소는 1% 정도거든요. 농·축산물 매입액을 100% 인정 안 해주고 부가가치세를 더 매기는 것도 문제죠. 진짜 영세자영업자들이 문제라면 카드 수수료나 세금 문제부터 해결해줘야죠. 그러면 최저시급은 물론이고 직원들 월급 얼마든지 올려줄 수 있어요.”

결국 알바도 ‘을’,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도 ‘또 다른 을’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을’의 문제는 골목상권 보호, 원·하청 간 공정거래 보장 등 경제민주화를 통해 풀어야 할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을과 을’의 갈등으로만 그쳐서는 안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정부의 또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장에 해법이 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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