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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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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익 환수 “이재용 3남매 포함시킬 수 있다”

박영선 의원 '이학수 특별법' 2월 초 법안 제출할 예정…"삼성SDS 시세차익은 범죄로 얻은 이득"
등록 2015-01-29 09:59 수정 2022-11-08 09:55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삼성을 긴장시키는 법안이 2월 초 나온다.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특정범죄수익 등의 환수법)이다. 이 법안은 삼성의 ‘아킬레스건’인 불법 승계 문제를 건드리는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3남매의 부당이득까지 환수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어 눈길을 모은다.

1999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삼성선물 사장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을 결정했다. 두 사람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과 함께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주식을 받았다. 당시 1주당 7천원대였던 삼성SDS 주식은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면서 최대 42만원대(11월28일)까지 뛰었다. 이들 5명이 얻은 시세차익만 6조~7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이학수·김인주 두 사람과 이건희 회장은 삼성SDS BW 헐값 발행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배임)로 2009년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전두환·유병언은 되고 삼성은 왜 안 되나”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들이 불법 취득한 주식을 통해 얻은 시세차익을 국가에 환수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 삼성가 3남매의 주식도 환수 대상으로 삼을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각종 소문만 무성했다. 박 의원이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지난 1월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를 법안에 포함시키겠다는 강한 속마음을 내비쳤다.

‘이학수 특별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15년 전 MBC 경제부 기자 시절, 삼성SDS가 BW를 헐값에 발행해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넘긴 게 문제가 있다는 보도를 최초로 했다. 그런데 결국 상장까지 되더라. 삼성SDS를 상장해 얻은 시세차익은 범죄로 인해 생긴 이득이다. 일반 국민의 상식 차원에서도 범죄로 생긴 이득은 환수하는 게 맞다. 법제사법위원회에 6년간 있으면서 전두환 특별법(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유병언 특별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통과시켰다. 범죄로 인한 불법 이익을 국가가 환수해가는 건 똑같다. 그런데 전두환, 유병언은 되고 삼성은 안 된다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

법안을 마지막 검토 중이라고 하던데, 2월 임시국회에서 발의하나.

다른 법안들보다 상당히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법조 귀족’을 비롯해 재벌 옹호 세력들이 치밀한 준비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법조인, 법학과 경제학 교수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법제실에는 벌써 2번이나 법안이 갔다왔다.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취합해 법조문을 만들고 다시 의견을 묻느라, 발의까지 시간이 걸리고 있다. 법안이 법적으로 문제 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도 국회의원으로서 할 일이다. 2월 초에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박 의원이 말한 ‘법적 문제’란 크게 두 가지다. 이건희 회장은 1심 판결 직전에 배임으로 인한 피해액 227억원을 삼성SDS에 변제했다. 이 때문에 다시 그 뒤 얻은 이익(주식)을 반환하도록 하는 게 헌법 제13조의 소급 입법 금지 원칙 위반이 아니냐는 것. 또 하나는 불법행위를 직접 저지르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삼성가 3남매에게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게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논란이다.

이같은 논란을 피해갈 방법을 찾았나.

(이재용 3남매 포함 논란은) 우리나라 법을 기초로 형사법적인 접근을 해서 몰수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영미법에서처럼 민사적으로 접근하면 재산을 몰수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 검토되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장물(훔친 물건)을 취득한 사람을 주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거다. 취득한 장물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 하는 상식적인 기준이다. 민사적 몰수라는 차원에서 입법하면 법적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 소급 입법 문제는 이미 전두환·유병언 특별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을 걸로 본다.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74.2% 찬성, “의원들도 무시 못할 것”

결국 이재용 3남매를 포함시키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되나.

민사적 몰수 차원에서 보면 3남매를 포함시킬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마지막 확인 작업이 남아 있다. 신뢰할 만한 현직 법조인, 우리 당에 있는 법조인들과 함께 한 번 더 검토하려고 한다. 현재 접촉 중인 법조계 인사들은 민사적으로 접근하면 크게 문제없다는 의견을 줬다. 내가 신뢰하는 현직 법조인들도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오는지 다음주(1월26~30일)에 최종 검토한 뒤에 2월 초 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발의된다 해도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이 국회를 상대로 전방위적 로비 활동을 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MBC 경제부장을 하면서 재벌의 로비와 언론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심한지 몸소 느꼈다. 국회는 더 심하다. 나한테 직접 접촉해오진 않지만, 다른 의원들을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래서 국회 안에서의 설득 과정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이 법안을 다루는 곳이 내가 속한 기획재정위원회가 아니라 법사위라서 실제 통과 가능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의 74%가 찬성하는 법이라는 점을 국회의원들이 무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뷰’가 지난해 11월 1천 명을 대상으로 ‘이학수 특별법’에 관한 의견을 물었더니, 찬성이 74.2%로 나왔다. 반대는 13.5%. 새누리당 지지층의 찬성률도 73.9%나 됐다. 박 의원은 “깜짝 놀랐다. 새누리당 지지층까지 공감할 수 있는 법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만약 삼성가 3남매를 법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삼성에 사회공헌기금 출연, 부당이득 자진 납세 등을 요구하자는 의견이 있던데.

지난해 11월 이 법을 발의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간접적으로 삼성이 사회공헌 등의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삼성 쪽에서) 답변을 듣지는 못했다. 대신에 조 단위의 불법적인 시세차익을 갖고 상속세를 내려 한다는 보도는 봤다. 굉장히 실망스럽다. 대한민국 경제에서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자본의 세습이다. 그 과정에서 내야 하는 세금마저 불법 이익으로 낸다면 과연 정당성이 부여되겠나. 정당성이 있어야 리더십도 생긴다. 그건 삼성의 미래를 위해서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백혈병 피해 보상 등 3세 승계를 앞두고 삼성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변한 것 같진 않나.

좀 변화하려고 노력은 하는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삼성의 미래를 위해 변화는 당연히 필요하다. (삼성이 부당이득 문제에 대해서도 태도 변화를 보이길) 기대한다.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5년 1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이재용 특별법’이 될지도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 “왜 하필 처음에 ‘(일명) 이학수 특별법’이라고 이름 붙였느냐”고 물었다. 박 의원은 “이학수 전 부회장이 (삼성SDS 문제를) 주도한 걸로 알려져 있고 가장 불법적인 시세차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가 3남매가 포함되면 ‘이재용 특별법’으로 이름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다.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진지하면서도 무게 실린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쩌면 2월 초에 내놓을 법안이 진짜로 ‘(일명) 이재용 특별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녹취 이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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